“그리스도께서 아버지의 영광을 통하여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신 것처럼, 우리도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었습니다.”(로마 6,4)

우리는 세례를 통하여 그리스도인으로 새로 태어나 예수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르는 새로운 삶을 살도록 초대되었다. 그런데 이 초대에 응답하기 위해서는 고민과 함께 결단이 매순간 요구된다. 세상의 삶과 복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매순간 이웃과 하느님의 피조물을 위한 삶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하며 어떻게 살 것인지 그 해답을 찾아 나가는 영화 〈어바웃 슈미트〉를 소개한다.
평생 다니던 보험회사를 은퇴한 주인공 워렌 슈미트는 아내 헬렌과 무료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TV에서 우연히 알게 되어 탄자니아에 사는 엔두구라는 아이를 후원하게 되고, 그 아이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편지를 쓰게 된다. 얼마 후 아내 헬렌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고 아내의 빈자리에 마음 아파하다 아내의 과거를 알게 된 슈미트는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여행을 떠난다. 여행 중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아내의 과거도 이해하게 되고 딸 제니의 결혼식을 준비하러 간다. 마음에 들지 않는 남자와 결혼하려는 딸을 말리지만 그녀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축하를 해주고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 도착한 슈미트는 편지뭉치에서 한 편지를 발견하고 그 편지 안에서 엔두구의 그림을 보며 눈물을 흘린다.
슈미트는 은퇴하는 순간까지 좋은 직장인이며, 남편이자, 아버지였다. 인간적으로 말해 아주 뛰어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의 성취를 이루고 괜찮은 가정을 이루었다. 행복한 삶이 연속되는 것 같지만 이 안에는 보이지 않은 불안함과 불만이 잠재되어 있다. 슈미트는 엔두구의 후원자로서 편지를 쓰다가 자신의 속내를 드러낸다. 자신을 무시하는 보험회사 후배를 미워하고, 같이 42년을 살았지만 점점 매력없어 보이는 아내에 대한 불평불만을 쏟아낸다. 그리고 아내가 죽자 그녀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다 그녀의 깜짝 놀랄 만한 과거를 알게 되고 그 미움을 삭이지 못해 분노를 폭발하게 된다.
 
 
슈미트를 바꾸어 놓은 것은 그가 선택한 여행이었다. 자신의 삶의 흔적이 남아있는 장소를 찾아가 보고, 낯선 이들과 사심 없는 대화를 한다. 비록 미성숙한 실수를 하기도 했지만 이 여행은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고, 아내의 과거에 더 이상 연연하지 않게 만든다. 그리고 편안한 마음으로 딸의 결혼식 준비에 동참하지만 이해되지 않는 예비 사위의 가족들의 모습에서 딸을 잃고 싶지 않는 마음까지 더해져 결혼을 중단시키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딸의 결혼식을 마치고 쓸쓸히 돌아온 그에게 삶의 희망을 발견하게 한 것은 생각지도 못했던 엔두구의 편지였다. 비록 글을 쓰지 못해서 수녀님을 통해서 보내지기는 했지만 슈미트가 진정 행복하기를 바라는 엔두구의 마음이 그림을 통해 전해지면서 괜찮은 직장도 행복했던 가정마저 잃게 된 슈미트의 마음을 움직인다. 마음도 쓰지 않으며 작은 기부를 한 것이었는데 이 작은 실천이 지금 슈미트의 유일한 삶의 희망이 된 것이다.
 
 
세상에서의 성공도 중요하겠지만 우리는 그리스도인의 삶의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이것은 직장과 가정이라는 전통적인 가치를 넘어서는 것이고, 주로 이웃에 대한 나눔과 연결되어 있다. 나와 내 가족만이 아니라 내 주위에 있거나 나의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 함께 살기를 바랄 때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은 조금씩 완성되어 나가는 것이다.

터닝포인트
- 슈미트가 죽은 아내와 화해하는 장면(1:10:35~1:15:22)
캠핑장을 급하게 나온 슈미트는 정처 없이 이곳저곳을 다니다 용기를 내어 친구 레이에게 전화를 하지만, 용서의 메시지를 남기다 실수로 메시지를 삭제해 버린다. 하염없이 자연을 바라보다 마침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을 바라보면서 아내 헬렌에게 그동안 하고 싶었던 말을 꺼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과거의 일은 용서하겠다고 말한다. 그 순간 별똥별이 떨어지고, 슈미트는 이를 아내의 응답으로 여긴다. 슈미트가 성호경을 긋는 것은 하느님 안에서 아내와의 용서와 화해의 행위로 보이고, 그가 어느 때보다 편안하게 잠을 자는 것은 오랜 기간 그를 괴롭혔던 미움에서 해방된 것을 표현한다. 이것이 슈미트의 첫 번째 긍정적 변화이며, 딸 제니를 찾아갈 용기를 주게 된다.
* 생각해 볼 수 있는 주제들
- 내 가족에 대해 감사하는가? 잘 드러나지 않는 가족들의 희생과 봉사에 감사하는가?
- 하느님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봉헌하고 있나? 교회단체를 통한 봉사의 시간을 아까워하지는 않는가?
- 나의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는가? 세상 안에서의 성공과 안락함만을 추구하지 않는가? 이웃을 돕는 것에 망설임은 없는가?
* 조용준 니콜라오 신부는 1992년 성바오로 수도회 입회하여 2004년에 종신서원, 2005년에 사제서품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2006년-2008년 NYFA Filmmaking 과정 수료후, 현재 영화, 인터넷, 뉴미디어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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