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구의 모든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여러분에게 주님께서 풍성히 강복하시기를 빕니다. 하느님의 은혜로 우리는 지난 2012년 제2차 교구 시노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였고, 또 ‘신앙의 해’를 지내면서 시노드의 결의를 실천하기 위해 힘써 왔습니다. 교구 시노드의 참된 결실은 성령의 인도 아래 우리가 논의했던 모든 것이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때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제 ‘새로운 복음화’라는 큰 목표 아래 시노드에서 논의되었던 각 주제들을 우리의 신앙생활 안에 이끌어 들이는 일에 더욱 힘을 모아야 하겠습니다.
새로운 복음화는 하느님께서 주시는 신앙의 은총을 보다 깊이 받아들이고 한층 견고한 확신으로 응답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가 하느님께 더욱 가까이 나아가고, 믿지 않는 이들에게 기쁘게 신앙을 증거할 수 있게 됩니다. 즉 하느님과의 친교, 형제자매들과의 친교가 깊어지는 가운데 참된 복음 선포가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이러한 친교의 심화가 우리의 삶 안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은 거룩한 전례, 그 가운데서도 특히 성체성사를 통해서입니다. 우리를 위해 음식의 형상으로까지 스스로를 낮추신 성자 예수 그리스도님을 통해 우리는 하느님과 일치하고 또 형제자매들과 한 몸을 이룹니다. 전례는 하느님께서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를 체험하고 그 사랑에 기쁘게 응답하는 잔치이며,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가르치듯 “교회의 모든 힘이 흘러나오는 원천”(거룩한 전례에 관한 헌장 『거룩한 공의회』 10항)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이 친교에 모든 사람을 초대하시고, 그 초대를 전달할 일꾼으로 우리를 뽑으셨습니다. 이와 같은 활동이 통상적으로 일어나는 곳은 본당이며, 따라서 본당 공동체는 전례를 중심으로 모인 공동체인 동시에 선교하는 공동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제2차 교구 시노드에서 결의한 바와 같이, “그리스도인들의 복음 증거는 무엇보다 먼저 신자들 간의 관심과 사랑 그리고 섬김과 친교의 삶으로 드러나야”(대구대교구 제2차 시노드 교서 『새 시대, 새 복음화』 27항) 하며, 거룩한 전례 안에서 탁월하게 드러나는 이 친교가 교우들의 가정과 직장과 지역으로 확장됨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선교가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새로운 복음화를 위한 우리의 노력은 먼저 전례를 활성화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하여야 하겠습니다. 전례의 집전자인 사제들은 전례에서 본래의 아름다움과 거룩한 품위가 드러나도록 회중을 인도할 책임이 있는 만큼, 교우들이 전례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가르칠 뿐 아니라 전례의 준비와 거행의 전반에 걸쳐 수도자들과 교우들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애써야 합니다. 특히 전례 가운데서 선포되는 말씀이 교우들과 공동체의 삶에 깊이 스며들 수 있도록 강론을 성실히 준비하고, 성체를 합당한 공경으로 배령하도록 교우들을 지도하며, 미사와 성사 안에서 교우들이 신앙생활의 기쁨과 힘을 얻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세례성사의 은총으로 주님의 사제직에 참여하는 평신도들은 자신이 맡은 직분의 영예를 깨닫고 보다 적극적으로 전례에 참여함으로써 신앙의 활력을 얻어야 할 것입니다.
성사의 은총으로 양육된 신앙의 활력은 곧 복음 선포로 이어집니다. 전례 가운데서 주님의 지체가 된 우리는 머리이신 예수님께서 하시는 일을 함께 하기 때문입니다. 제2차 교구 시노드가 천명한 바와 같이 사제들은 자신이 “복음 전파를 위해 축성된 선교사”(대구대교구 제2차 시노드 교서 『새 시대, 새 복음화』 29항)임을 명심하여, 교우들의 선교 활동을 조직하고 지도할 뿐 아니라 앞장서서 교우들을 이끌어야 하겠습니다. 예비자교리의 전 과정을 면밀히 지도 감독하고, 새 신자들이 영적으로 성장하여 공동체에 긴밀히 결합되도록 배려하며, 냉담자들에게 지속적인 권면이 이루어지도록 보살필 책임 또한 사제들에게 있습니다. 평신도들은 선교가 다른 누군가가 아닌 바로 자신에게 맡겨진 소명임을 더욱 깊이 자각하고, 가정이나 직장과 같은 삶의 자리에서 말과 행실로 주님의 이름을 선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고백하는 믿음은 하느님께서 질그릇 같은 우리 안에 넣어주신 보물(2코린 4,7 참조)입니다. 이 보물을 들어 높여 기리고 선포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일 뿐 아니라 지극한 기쁨이고 영광입니다. 이 땅의 순교자들과 신앙 선조들에게 은총을 베푸시어 고난과 박해 가운데서도 용맹히 신앙을 증거하게 하신 주님께서 우리에게 힘을 주시어 이 시대에 당신의 증인이 되도록 이끌어주시기를 기도합니다.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님, 저희 교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성 이윤일 요한과 한국의 모든 성인 성녀님, 저희 교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2013년 12월 1일 대림 첫 주일에
천주교 대구대교구장 조 환 길(타대오) 대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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