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든지 나를 믿는 사람은 어둠 속에서 살지 않을 것이다.” (요한 12,9)
15척 높은 담장 속의 삶은 빛이 없는 어둠이었습니다. 산다고 하지만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냥 살아있기에 호흡을 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깊은 수렁 속에서 희망을 잃어버리고 좌절감에 빠져 살아가고 있을 때 빛으로 찾아오신 주님이 저를 구원의 길로 이끌어 주셨기에 이 자리를 빌어서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고백합니다.
저는 남의 고귀한 생명을 빼앗은 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인생의 깊은 나락으로 떨어져 희망의 빛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16년이라는 세월을 이곳에서 보내면서 죄에 대한 죄책감과 더불어 삶의 욕망마저 포기하고픈 시간 속에 이대로 살아간다는 것이 참으로 무기력하고 희망 자체도 없는 삶이었습니다. 맨 처음 이곳에 수감되었을 때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죄책감을 씻어버리기 위하여 각종 종교행사에 한두 번 참석해 보았지만 사람의 목숨을 빼앗은 죄인이 신에게 용서해달라고 하는 위선적인 행위를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제 자신이 더 싫었습니다. 그러나 종교생활에 아무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살아가던 저에게 14년 만에 믿지 못할 일이 일어났습니다. 사회에서 날마다 강력사건이 일어나 무기수들의 형량이 늘어나 삶의 희망조차 없는 불안전한 삶 속에 실의에 빠져 이대로 살아야 되는가, 하며 깊은 상념에 젖어 있을 때 평소에 알고 있는 신부님도, 수녀님도, 친한 동료도 없는데 2011년 정초에 평화신문이 정기구독으로 배달되어 왔습니다. 처음 받아 본 천주교 신문이라 책상 한편에 치워놓고 ‘이것을 누가 보냈을까? 누가 내 이름과 수번을 알고 1년이란 정기구독을 신청해서 보냈을까?’하는 의구심을 가져보면서 읽지도 않았습니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불안전한 삶 속에서도 저는 당시 독학사 학위시험 준비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기에 신문을 접할 시간조차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공부를 하다가 머리도 식힐 겸 잠시 한 편에 치워놓았던 신문을 읽어 보았습니다. 신문에 기재된 신부님의 글을 읽으면서 ‘나 같은 죄인도 하느님께 용서를 받고 구원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느님을 믿으면 지난 죄를 용서받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을까?’하는 많은 생각이 스치면서 마음에 평안이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호기심 반, 두려움 반으로 담장 속에 있는 성마태오성당으로 발걸음을 옮겨 처음으로 미사에 참례하였습니다. 미사시간에 신부님의 강론을 들으며 평화롭고 밝은 미소를 짓는 동료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동안 나 자신이 죄의 굴레 속에 너무 자학하며 살아왔구나.’하는 속죄의 눈물이 두 볼을 타고 흘러내렸습니다. 장엄하게 드려지는 성찬예식을 통하여 너무나도 많은 은혜를 받고 돌아온 저는 종교담당자를 통하여 천주교에 정식으로 입교하고 싶다고 말씀드리니 바로 예비신자 교리반에 참석하도록 해 주셨습니다. 매주 미사와 예비신자 교리로 인해 독학사 시험 준비시간이 부족했지만 마음속에는 오히려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매주 담장 속에 못난 죄인들을 위하여 시간을 내어 찾아와 교리를 지도해주시던 대구대교구 교정사목후원회 교리 선생님들의 열성적인 가르침을 받으며 날마다 믿음 속에서 살아가기를 서원하였고 후원회 소속 자매님들의 헌신적인 사랑과 기도 속에서 거듭난 삶의 시간을 다시 갖게 된 것은 큰 축복이었습니다. 신부님의 찰고를 마치고 2011년 12월 9일 평생 죄의 굴레 속에서 살아온 제가 두 무릎을 꿇고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영광을 얻게 되었습니다. 상상치 못한 변화 속에 지난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곳에서 사목하신 대구대교구 교정사목담당 정황래(시몬) 신부님, 이정희(베드로) 수녀님, 교정사목후원회 자매님들에게 받은 사랑은 무엇이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감사함 그 자체입니다. 못난 죄인 한 명이라도 더 하느님께 인도하여 구원을 받도록 하기 위하여 춥거나 더운 날씨에도 매주 바쁜 시간을 쪼개어 찾아오셔서 교리 하나라도 더 가르치기 위해 헌신하며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지난 날 잘못 살아왔던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그분들의 사랑 속에서 저는 하루가 다르게 하느님의 참사랑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고 제가 받은 이 사랑을 남들과 나누며 살아가는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자고 다짐하였습니다.
지금도 저는 죄로 얼룩진 제 삶에 행복의 씨앗을 심도록 이곳으로 평화신문을 보내주신 아름다운 손길에게 감사함을 잊지 않고자 지향기도 시간에 항상 그분을 위해 ‘못난 죄인을 깊은 수렁 속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 주시고, 한 영혼을 구원하여 주심에 감사드립니다.’하고 기도드립니다. 세상 죄를 짓고 담장 속에 버림받은 몸으로 통한의 삶을 살고 있는 영혼에게 하느님의 말씀이 담긴 신문으로 구원의 길로 이끌어 주셨기 때문입니다. 그 분이 없었더라면 저는 평화신문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아직도 죄의 굴레에서 몸부림치면서 제 자신을 학대하며 비관적인 삶을 살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분으로 인하여 저는 주님 안에서 행복이란 것을 다시 알게 되었고 앞으로 남은 삶도 주님을 위해 기쁘게 살아갈 수 있다면 제가 가진 작은 것도 나누며 살고 싶은 소망입니다. 그래서 예비신자 교리반 사순시기 때 저는 장기와 시신을 기증하겠다는 서약서를 작성하였습니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 이순이라는 삶을 살아온 시간보다 지난 2년 하느님과 동행하는 삶이 더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동안 왜 하느님을 모르고 방황을 하였을까? 한때는 후회도 했지만 뒤늦게라도 못난 죄인을 구원하기 위하여 빛으로 담장 속까지 찾아오신 하느님의 사랑을 잊고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제 바람이 있다면 저의 지난날처럼 주님을 모르고 방황하는 영혼을 사랑이 가득한 하느님의 품으로 인도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못난 죄인도 지난날의 죄 사함을 받고 이른 새벽 두 무릎을 꿇고 하느님께 첫 입술을 열어 기도를 드릴 때 마음속에 찾아드는 행복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뒤늦게 찾은 하느님의 사랑을 알기에 저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아침기도, 묵주기도, 소성무일도, 삼종기도, 저녁기도를 하고 있으며 기도 속에 담긴 하느님의 사랑에 흠뻑 취해 살아가고 있습니다. 날마다 하느님께 시험이 두렵지 않게 해 주시고 저에게 지혜와 총명함을 달라고 기도한 결과 2012년 독학사 학위취득종합시험에 합격하여 국문학사 학위를 취득하게 되었습니다. 저를 위하여 많이 기도 해주신 분들을 알기에 제 마음을 담아 감사드립니다.
하느님께 간절히 서원하면 정말 들어주심을 알기에 오늘도 새 날을 살 수 있도록 열어주심에 대한 감사기도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지금 이렇게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디딤돌을 놓아주신 대구대교구 성마태오성당 웃음바이러스 정황래(시몬) 신부님, 해맑은 미소로 수용자들을 이끌어주시는 이정희(베드로) 수녀님, 수용자들을 물질과 사랑으로 채워주시는 교정사목후원회 회원분들과 이경숙(마리아) 회장님, 수용자들이 하느님 성전에서 평안히 미사드릴 수 있도록 성마태오성전을 꽃으로 아름답게 봉헌하시는 유기선(젬마) 부회장님, 예비신자들을 교육하시던 강란기(젬마) 자매님 등 아름다운 분들의 도움으로 어둠에서 빛으로 다시 나올 수 있음에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드립니다.
* 2014년 1월 호에는 입선 수상자인 이경욱(안드레아) 씨의 작품이 실립니다. (가나다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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