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밖에 비가 내립니다. 오늘도 각자 삶의 현장으로 나간 우리 카리타스 달서구 보금자리 식구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일은 힘들지 않을까? 일터에서, 교육장에서 친구들은 많이 생겼는지, 자신보다 조금 약해 보인다고 괜히 괴롭히는 동료는 없는지 이런 저런 생각들이 빗소리와 함께 일어났다 사라집니다.
가끔 퇴근 후 늦은 시간에 “원장님, ○○씨가 아직 생활관에 돌아오지 않았습니다.”라는 생활지도교사의 걱정이 가득 묻어나는 전화를 잠결에 받고 “조금만 더 기다려 봅시다. 지금 나가봐도 어찌할 도리도 없고…”라고 말하면서도 이미 대충 옷가지를 챙겨 입고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간까지 귀가하지 않은 친구를 찾아서 늦은 밤 무작정 집을 나섭니다. 빨리 찾기만 하면 좋을 텐데…자신의 안전은 스스로 챙길 수 있으리라 믿지만 알 수 없는 불안감으로 차창 밖을 열심히 내다보던 중 24시간 운영되는 패스트푸드점에서 그 친구를 찾은순간, 벅차오르는 반가움과 안도감과 함께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유유자적 심야의 망중한을 즐기는 그 친구의 한가로운 모습에 서운함이 울컥 밀려오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함께 돌아가기를 권유해보지만 나의 애타는 마음과 달리 그 친구는 선뜻 일어서지 않고 그렇게 말없이 옆에 서서 무작정 기다리고 있으니 문자로 친구와의 대화를 다 마무리한 다음에야 일어납니다. 그 친구와 차를 세워둔 곳까지 함께 길을 걸으며 서로의 체온을 느낍니다. 참 따뜻합니다. ‘그래, 끝이 좋으면 다 좋은 거야. 찾았으니 됐다.’
오랫동안 사회복지현장에 있으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 웃기도 하고 울기도 했고, 열심히 했다고 꼭 좋은 결과만 있는 것은 아니기에 호되게 뒤통수를 맞은 적도 있고, 수고 많았다는 소리도 듣고, 한없이 억울한 일도 겪으면서 우리에게 일어난 모든 일들이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이 삶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소중한 경험이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비록 과정이 험난하고 힘들지라도 ‘끝이 좋으면 다 좋은 거야.’라고 혼자 되뇌어 봅니다.
참 묘한 일이지만, 힘든 기억일수록 시간의 흐름과 함께 좋은 추억으로 남습니다. 그리고 세상은 결코 혼자 살아 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들이, 우리가, 누구의 도움이 필요 없는 완벽한 사람이었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온한 일상으로 편안할 수는 있겠지만, 걱정하고 힘들어하는 과정을 통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감사함은 어떻게 느낄 수 있을까요?
장애인공동거주시설인 카리타스 달서구 보금자리는 주택 2채와 아파트 4채의 총 6개 생활관으로 구성되어 18세 이상의 성인 지적장애인이 생활지도교사와 함께 생활하며 자립을 준비하는 소규모 그룹홈입니다. 하나의 생활관에 사회복지를 전공한 생활지도교사 1명과 생활인 5명이 의식주를 함께 하며 현재 3개의 생활관에 13명의 생활인이 직업재활을 통한 자립준비를 위하여 일터에서, 교육장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우리에게 때로는 확고한 신념과 전문성을 가진 교사로서, 때로는 사춘기를 심하게 앓는 아들을 믿고 기다려 주는 한량없이 넓은 어미와 같은 역할을 하도록 항상 다양한 과제를 부여해 줍니다.
오늘도 하루의 일과를 마무리 하고 집으로 돌아와 서로에게 힘이 되고 가족이 되어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는 우리 카리타스 달서구 보금자리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합니다. 비록 저는 우리 예쁜 생활지도교사 선생님들의 인기에 밀려 인기순위 끝자락에 있지만 그러면 어떻습니까? 함께 할 수 있어 참 좋습니다.
사회복지법인 대구가톨릭사회복지회 카리타스 달서구 보금자리
· 대상 : 18세 이상의 성인지적장애인(실비시설로 수급권자는 제외)
· 위치 : 대구시 달서구 용산동 921-7
· 문의 : 053-721-7090 사회재활교사 최희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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