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로그인

성서의 세계
요한복음의 예수 이야기(3)


이재수(시몬)|신부. 큰고개성당 주임

생명의 빵 (요한 6,1-71)

갈릴래아 호수를 건너자 많은 사람들이 뒤따랐다. 그들은 해방절 인파였다. 제자들과 함께 산등성이에 앉자 사람들이 다가왔다. 필립보에게 나는 이 많은 사람들을 먹일 만한 빵을 어디서 구할 수 있을지를 물었다. 할 바를 내심 정해 놓았지만 짐짓 그의 반응을 보려했다. 필립보는 각 사람에게 나누어줄 빵 값은 어림잡아 이백 데나리온 어치가 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때 안드레아가 불쑥 끼어들어 웬 아이가 보리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나는 오천 명의 사람들을 자리에 앉게 했다. 그리고 빵을 들어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린 다음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다. 물고기도 그렇게 하여 나누어주었다. 모두가 다 배불리 먹고 남은 조각을 거두어 들였더니 열두 광주리가 되었다. 이런 사실에 놀란 사람들은 나를 모세와 같은 예언자나 그들이 기다리던 종말에 오실 예언자로 간주했다. 나아가 그들은 나를 메시아와 같은 왕으로 모시려고 했다. 그럴 수는 없었다. 사람들은 이 사건이 주는 표징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서둘러 나는 그곳을 떠나 기도하러 언덕으로 갔다.

 

저녁때가 되어 제자들은 가파르나움으로 가려고 배를 탔다. 한밤중에 나는 그들에게 가려고 폭풍이 치는 호수 위로 걸어갔다. 놀란 제자들이 나를 배 안으로 들이려 했다. 나는 그들에게 정치적인 메시아를 능가하고 야훼를 상기시키는 의미를 지니는 말로 ‘나’라고 말했다. 그러는 사이 우리는 육지에 도달했다. 다음 날 사람들이 다시 우리를 찾았다. 그들이 나를 찾은 것은 빵을 배불리 먹었기 때문이 아니냐고 내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들은 사건의 표징을 통해 나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나는 참된 빵이었다. 그리고 나는 해방절을 대체했다. 또한 구약성서의 구절을 인용하여 “내 아버지께서 하늘로부터 빵을 내려 주십니다.”라고 말했다. 계속해서 그 빵을 모세가 준 것으로 여기지 말고 아버지께서 주신 것으로 알아들으라고 그들에게 일러주었다.

 

“만나는 모세를 통해 주어졌지만, 나는 아버지로부터 파견되었으며 하늘로부터 내려온 참된 빵이다. 나는 생명을 주고 그 생명을 풍요롭게 한다. 지혜처럼 나는 모든 이들을 내 식탁에 초대한다. 나는 나를 보내신 아버지의 뜻을 행하려고 온 것이다. 아버지의 뜻은 나에게 맡겨진 이들이 나를 믿게 하는 것이다. 나를 믿는 이들이 영원한 생명을 얻어 부활하게 되는 것이 아버지의 뜻이므로 나는 나에게 맡겨진 이들을 분명 하나도 잃지 않을 것이다.”

 

처음으로 반발이 터져 나왔다. 내가 어떻게 ‘하늘에서 내려온 빵’일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유다인들은 내가 요셉의 아들이며 그 어머니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나는 하느님이 나를 보내셨으며, 아버지께서는 나를 믿는 이를 나에게 인도하신다고 주장했다. 나는 성서를 인용했다. “그들은 모두 하느님의 가르침을 받으리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지혜라는 문제로 돌아 왔다. 나의 말은 하느님의 말씀이다. 나의 말을 듣는 이는 누구든지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았다. 하늘로부터 내려온 빵은 나의 인격과 말을 통하여 주어지는 아버지의 계시이다.

 

회당에서 계속해서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빵’에 대해 언급했다. 그리고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있는 빵’이라고 거듭 말했다. 또한 영원히 살게 하는 자양분은 바로 나의 살이라고 선언했다. 물론 이 선언은 험악한 분위기의 논쟁을 즉각 불러일으켰다. 세상에 누가 살을 먹을 빵으로 내어 줄 수 있단 말인가! 나는 더 이상 설명을 하지 않았다.

 

물론 나의 말이 뒤에 ‘영광’을 받기 전까지는 이해되지도, 이해될 수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지금으로서는 나의 살과 피가 영원한 생명의 근원이요 자양분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영원한 생명을 가지기 위해서는 나와 함께 긴밀한 친교가 있어야 한다. 그것은 내가 믿는 이들과 나누는 영원한 생명의 근원인 아버지와의 친교를 뜻하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나와의 친교는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있는 절친한 친교에 참여하는 것이다. 나는 하느님과 나누는 생명을 사람들에게 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만나는 생명이 없기 때문에 그것을 먹었던 조상들은 다 죽었으며, 나는 생명의 빵이기 때문에 내가 주는 것은 생명의 빵이라고 말했다.

 

제자들은 전에 내가 벌인 논쟁과 내가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주장을 걱정하고 있었다. 그 중 많은 제자들이 그 주장을 받아들이기 힘든 말씀이라고 했다. 내가 다시 그들에게 물었다. “인자가 아버지께로 돌아가는 것을 보게 된다면 너희들은 어떻게 하겠느냐? 그러면 내가 아버지로부터 왔다는 것을 믿겠느냐? 나의 말은 생명을 준다. 곧 영과 생명의 말이다. 그것은 육적인 말이 아니요 하느님의 영역 안에 그 기원을 두고 있는 영적인 말이다. 나는 하느님의 계시자이다. 나를 믿는다는 것은 영적이고 천상적인 존재로 나를 믿는다는 것이다. 그들이 나를 그렇게 알고 믿으려는 준비를 하고 있었는가?”

 

나는 누가 받아들이고 누가 받아들이지 않는지를 알고 있었다. 이때부터 많은 제자들이 나를 믿지 않았으며, 더 이상 나를 따르지 않았다. 나는 열두 제자들에게도 물었다. “당신들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떠나고 싶습니까?”베드로가 대표로 말했다. “주님, 우리가 누구에게로 물러가겠습니까? 주님은 영원한 생명의 말씀을 가지고 계십니다. 우리는 주님이 거룩한 분이심을 믿고 있으며 또 익히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 나는 그들을 선택했고, 그들은 나를 따르며 내게 머물렀다. 그러나 그들 중 하나는 나를 배반할 것이다! 나의 운명은 곤두박질을 칠 것이다.

 

초막절 축제 (요한 7,1-52)

나를 적대하는 이들은 드러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유다로 가면 유다인들이 나를 죽이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었으므로 나는 당분간 갈릴래아에 머물기로 작정했다. 초막절(혹은 장막절) 축제가 눈앞으로 다가오자, 나의 형제들은 예루살렘으로 가서 드러나게 행동할 것을 요구했다. 나는 그들이 나를 조금도 믿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이나 예루살렘으로 가라고 말했다. 나의 ‘때’가 아직 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뒤에 나는 예루살렘에 남모르게 갔었다. 일부 사람들은 나를 인정했지만, 일부 사람들은 나를 이단자로 여겼다.

 

축제가 중반에 이르렀을 때 나는 성전에서 공적으로 드러나게 가르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놀랐다. 어디서 저런 것을 배웠을까 하고. 나는 내 가르침이 나를 보내신 아버지로부터 온 것이라고 말했다. 선의의 사람들은 벌써 내 가르침의 원천을 알아챘다. 사람들은 내가 공개적인 자리에 나타난 것을 놀라워했다. 그 이유는 유다인들이 나를 죽이려고 찾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필경 유다 지도급 인사들이 나를 메시아로 간주했다는 말인가?

 

다른 한편 그들은 메시아가 어디서 오는지를 모르기 마련인데, 내가 나자렛 출신임을 다 알고 있지 않은가라고 했다. 나는 그들이 모르는 나를 보내신 분으로부터 왔다고 말했다. 유다인들은 내가 나의 천상적 기원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나를 체포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때가 이르지 않았다. 일부 사람들은 내가 메시아라는 것을 믿었다. 바리사이들과 제관들은 나를 잡기 위해 성전 경비원들을 보냈다. 나는 사람들 가운데 있는 그들을 보면서 계속 말했다. 나는 나를 보내신 분에게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나를 찾으려 할 것이지만 찾지 못할 것이고 나를 따라오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내가 이방 지역으로 가서 가르치려는 것일까 하고 궁금해 했다.

 

초막절 동안 특별한 예식이 있었다. 매일 아침마다 기혼의 샘물을 번제단으로 가져오는 행렬이 그것이다. 마지막 칠일째 예식은 특별히 장엄했다. 그 날 예식 중에 나는 이렇게 선언했다. “누가 목마르거든 내게로 와서 마시시오. 나를 믿는 이는 성경이 말한 대로 생수의 강이 그의 속에서 흐를 것입니다.”나는 그들이 나를 이해해주길 바라지는 않았다. 나는 나를 믿는 이에게 주어지는 은혜인 성령에 대해 말했다. 그러나 성령은 내가 영광을 받기 전까지는 그들 가운데 오시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내가 초막절을 대체했다는 의미로 처신했다. 즉 나는 생명의 물을 주는 근원이었다. 사람들이 나를 이해하지 못했으나 일부 사람들은 감명을 받았다. 그들은 나를 모세와 같은 예언자, 아니 어쩌면 메시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은 메시아가 다윗의 고을인 베틀레헴에서 태어나야 하기에 나같이 나자렛 출신이 분명한 경우 메시아일 수 없다고 나를 반대했다. 나는 미소를 머금었다. 나의 기원은 어디이겠는가?

 

성전 경비원들은 제관들과 바리사이들에게 돌아갔다. 그들은 나를 잡지 못한 이유를 어느 누구도 나처럼 이야기한 것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화가 난 바리사이는 지도급 인사들은 그렇게 쉽게 속지 않았는데, 율법을 모르는 저주받은 무리들만이 쉽게 속았다고 반박했다. 니고데모가 그 자리에 있다가 조심스레 겨우 반박했다. “분명, 율법은 당사자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 본 후에 처벌하라고 되어 있소.”그는 그 순간 뉘우쳤다. 그는 비꼬는 투로 질문을 받았다. “당신도 갈릴래아 출신이오? 성서를 보시오. 그러면 갈릴래아에서는 예언자가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오.”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곧 나의 적대자들은 내가 누군지를 모르지만 나를 냉혹히 제거할 줄은 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