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안녕하세요. 저는 결혼한 지 6년 된 가정주부이며 세례를 받고 성당에 다닌 지 8년 정도 되었습니다. 결혼을 하고 지금은 두 아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너무 힘이 듭니다. 한 살 터울의 두 아이를 키우는데도 힘이 들어 죽을 지경인데 얼마 전에 덜컥 셋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잦은 야근으로 힘들어 하는 남편을 위해 내조도 해야하는데, 경제적으로 넉넉한 편도 아니고 앞으로 세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매일 이런저런 생각에 삶의 의욕도 없고, 아이들에게 자꾸 짜증만 내게 되고, 남편도 보기 싫습니다. 감정 조절이 안 되고 집에만 있고 싶고 아무 생각도 하기 싫습니다. 내가 무슨 아이 키우는 기계인지, 살림하기 위해 태어난 것인지 … 제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A . 찬미예수님! 우선 하느님의 특별하고 크나큰 축복인 자녀를 갖게 되셨음에 축하드립니다. 우리가 나를 닮은, 그러나 완전히 또다른 한 사람을 세상에 태어나게 한다는 것은 하느님 창조의 고귀한 일을 함께 하는 아주 특별한 소명이며 성소라고 생각합니다.
자매님, 방금 제 글의 첫 단락을 보시면서 어떤 느낌이 드셨나요? ‘네, 잘 알겠습니다. 제가 자꾸만 잘못된 방향으로 생각했네요.’하는 마음이신지 아니면 ‘압니다. 머리로는 알지만 잘 안 되네요.’인가요? 그것도 아니면 읽는 순간 가슴이 ‘탁!’ 막히는, 뭔가 나를 이해해주지 않는 그런 느낌이 드셨습니까? 어떤 느낌이든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고민에 대해 누군가 나와 다른 관점이나 듣기 싫은 말 혹은 뻔한 이야기를 한다면 마음 깊은 곳에서 ‘그럼 그렇지.’하는 반감이나 포기, 낙담 등의 반응이 일어납니다. 반대로 내가 수긍하게 되는 이야기나 내 마음을 딱 맞추는 공감 어린 이야기를 듣게 되면 기분이 좋으면서 편안해집니다. 어떤 느낌이든지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런 느낌을 갖는 ‘나’를 천천히 살펴보는 일이니까요. 스스로에게 다음의 물음을 던져보세요.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좀더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지금 나에게 가장 큰 걱정거리가 무엇인지 식별하는 작업이 가장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혹시 자매님께서 진심으로 고민하는 것이 개구쟁이 두 아들을 키우느라 고생하는 ‘나’, 남편의 뒷바라지를 해야 하는 ‘나’, 경제적으로 넉넉한 것도 아닌데 이제 셋째까지 갖게 된 ‘나’… 가족이라는 소중한 관계 속에서 이렇게 저렇게 살아나가는 일 자체가 아니라 그 속에 내재해 있는 ‘나’에 대한 문제는 아닌지요? 흔히 말하는 ‘자존감’이나 ‘자기 효능감’이 낮아지는 것에 대한 우울함은 아닌지요? 만약 그렇다면 반드시 ‘우울증 초기입니다.’라는 말은 차치하고 감성이 자꾸 추락하고, 혼자있고 싶고, 어떤 것에도 관심을 기울이기 싫고, 심지어 생각하는 것 자체도 하기 싫다고 하시니 스스로를 자꾸 우울하게 몰아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내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정말 중요한 존재이며, 쓸모가 있다.’는 형태의 말들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자기 효능감’인데 이것이 낮아질 때 우리는 스스로를 불필요한 존재나 의미없는 사람으로 몰아가게 됩니다. 그럴때 엄청나게 추락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지요. 이때 주변의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고통을 피하고 싶고, 어려운 일은 하기 싫고, 긴장감이나 스트레스가 없었으면 좋겠지요. 그런 상태일 때 우리는 ‘나를 둘러 싸고 있는 세상의 모든 것에서 잠시 떠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 즉 외면하거나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됩니다.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한다면 가장 먼저 ‘나를 통찰해보는 일’, 나아가 ‘나는 무엇을 하고 있고, 어떤 일을 할 수 있고, 가족에게 나는 어떤 존재이며, 내가 없을 때 가족은 얼마나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될까?’라는 생각을 해보시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나를 둘러 싸고 있는 것 때문에 힘들지만 생각의 전환으로 오히려 그것이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도록 바꾸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하느님 앞에 선 한 사람으로서 나 자신을 발견 할 수 있다면, 하느님께서 내게 생명을 주셔서 지금 이 순간 살아 숨쉬고, 심장이 쿵쾅쿵쾅 뛰고, 배가 고프고, 졸리고, 웃고, 울고… 그럴 수 있음에 감사할 수 있다면 이 어려움을 잘 극복할 수 있으시리라 생각합니다. 힘내세요. 그리고 ‘나’를 사랑하세요. 아멘.

* 이번 호부터 소람 지면상담이 시작됩니다. 아래 주소로 여러분의 고민을 보내주시면 채택하여 김종섭 신부님께서 지면을 통해 상담을 해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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