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사회교육기관으로는 한국 최초의 대구대교구 가톨릭여성교육관. 1981년 10월 19일 개관한 이래 30년 넘는 시간 동안 여성들의 교회참여와 사회참여에 한몫을 담당하면서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으로 굳건히 자리를 지켜가고 있다. 이번 달 ‘만나고 싶었습니다’에서는 초대 가톨릭여성교육관장을 역임한 뒤, 현재 7대 관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가톨릭여성교육관(관장 : 이옥분 우달리까, 담당 : 박영일 바오로 신부)의 이옥분 관장을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옥분 관장. 그녀에게는 많은 수식어가 따른다. 독일 쾰른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고 경북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로 정년퇴직한 이옥분 관장은 우리나라 대학에 평생교육원을 설립한 1세대,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설립이사, 대구 여성의 전화(애린회) 설립, 사단법인 릴리회 회장,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평신도사도직 여성소위원회 위원, 대구대교구 여성위원장 및 위원, 독일가톨릭장학회 한국동문회장 및 동장학회장 등의 직함이 있다. 특히 독일가톨릭쾰른교우회를 조직하여 초대회장으로 활동할 무렵엔 노르드라인-베스트팔렌 주에 한인가톨릭교우회를 조직하여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럼에도 자신을 드러내려 하지 않았던 이옥분 관장이 처음으로 〈빛〉잡지와 인터뷰를 하였다. 이 관장 자신도 “어쩌다 인터뷰를 하겠다고 선뜻 대답했는지 뜻밖의 일”이라며 시원하게 웃었다. 사실 여러 언론 매체에서 인터뷰를 시도하였지만 늘 고사하고 그저 묵묵히 자신의 일만 조용히 해온 이 관장이었다.
김천 성의여고를 졸업한 후 독일로 가서 국제원조기관의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1982년 한국으로 귀국하기까지, 이옥분 관장은 20년을 독일에서 살면서 끊임없이 학문과 일을 병행하였다. 독일 유학시절 가톨릭여성연합회에서 운영하던 여대생 기숙사에 머물던 이옥분 관장은 당시 36개국에서 온 105명의 여대생들 가운데 외국인 학생대표로 활동하며 매주 미사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다. 그런 이옥분 관장의 모습을 눈여겨 지켜보던 독일가톨릭여성연합회의 젤뚜르드 엘레(Dr.Gertrud Ehrle) 회장은 제3국에 국제가톨릭여성교육관 설립을 추진하며 교육을 통한 복음전파, 그리고 복음을 전파함으로써 여성들이 세계평화를 위해 기여하기를 바랐는데, 마침 이옥분 관장에게 좋은 인상을 갖고 한국에 가톨릭여성교육관을 설립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옥분 관장에게도 자신의 뜻을 전하며 교육을 통한 복음전파에 힘써줄 것을 당부했다. 또 국제원조기관(Misereor)에서도 타국에 독일 선교사를 보내어 복음전파를 하는 것보다는 본국인이 독일에 와서 배워 모국에 가서 복음전파를 하는 것이 성공의 확률이 높다고 여겼는데, 이 관장이 한국가톨릭여성으로는 그 1호가 되었다.
그런 그녀가 익숙하고 편안한 삶이 보장된 독일에서의 삶을 굳이 접고 한국행을 결심한 것은 “나 자신의 편안한 삶보다는 내 나라에 가서 생의 과업을 이루고 싶은 이유가 컸기 때문”이라고 했다. 생의 과업,궁금하여 여쭈니 이 관장은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이 교육을 통한 복음화인데 그 중 인간교육이 가장 먼저라고 생각했고, 그 다음이 직업기술교육, 공동체생활교육”이라고 들려주며 “특히 우리가 가톨릭신자이기 때문에 성경을 바탕으로 한 예수님과 성모님을 닮은 인격공동체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 같은 신념을 바탕으로 초대 가톨릭여성교육관장으로 부임한 이옥분 관장은 초창기 가톨릭여성교육관의 교육프로그램으로 시어머니대학과 어머니대학, 신부대학(결혼준비교육), 부부교실 등의 강좌를 열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시어머니대학과 어머니대학은 신청자가 넘쳐나서 사회에서도 큰 이슈가 되었고, 어머니대학에서는 가정교육을 비롯한 자녀교육을 포괄하는 교육프로그램 도입으로 젊은 엄마들의 호응이 꽤나 좋았다. 지금도 가끔 그 시절의 어머니들이 전화를 해서 “그때의 그 어머니대학 교육프로그램 덕분에 자식을 잘 키운 것 같아 감사하다고 말할 때 보람을 느낀다.”는 이옥분 관장. 그녀는 “그 때나 지금이나 인격완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데, 그 시절보다 지금이 더더욱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은 대학 강의와 사회활동에 치중하면서 여성교육과 평생교육에 집중했는데, 다시 관장으로 돌아왔으니 가톨릭여성교육관의 강좌프로그램과 체제에도 좀 더 신경을 써서 운영해 나가겠다.”고 밝힌 이옥분 관장은 “이제 여성 스스로가 자기 존재에 대한 인식을 정확히 함으로써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바로 알아야 하고, 하느님께 받은 재능이 무엇인지 학습을 통해 재인식하고 실천으로 옮겨야 한다.”며 “우리 여성들이 시대의 요구에 발맞출 수 있고 사고할 수 있는 학습을 통하여 개발자로서의 여성활동은 물론 여성고유의 모성애를 발휘하는 이웃사랑 실천으로 건전한 사회발전과 세계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그런 여성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다시 젊은 날의 그 시절로 돌아가더라도 똑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하는 이옥분 관장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힘들 때나 어려울 때나 언제나 제 곁에 예수님, 성모님이 함께 하셨기에 지금까지 잘 지내올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여성이 여성을 돕는 사회가 되도록 더욱 힘쓰자.”고 전했다. 한편 여성교육관은 오래전 독일에서 받은 신뢰가 오늘날까지 유지되어 국제적인 관련성 안에서 세계가톨릭여성연합회(World Union Catholic Womens Organisation WUCWO)와 독일가톨릭여성연합회(Katholischer Deutscher Frauen Bund KDFB)에서 발간하는 여성교육잡지를 계속 받고 있으며 국제교류(세미나 등)에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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