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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사랑나눔운동본부와 함께 하는 생명의 문화 확산을 위한 연중캠페인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


권정임(베로니카)|구미여성인력개발센터관장

‘가정’이라는 조금 무거운 주제로 글의 처음을 열기가 많이 부담스러워집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주제임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제가 늦은 나이에 다시 시작한 사회복지의 길에서 만난 여성들을 떠올려보면 행복한 사람보다는 불행한 사람들이 더 많았습니다.

그 첫 번째 대상은 어린이집에서 우리 아이들을 만나면서였습니다. 영구임대아파트에 있는 복지관 부설 어린이집에 다니던 아이들 중에는 부모로부터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몇몇 있었습니다.

엄마는 가출하고 아버지와 둘이 지내던 남자아이가 수두에 걸려 어린이집에 오지 못하고 추운 겨울 밖에서 돌아다니고 있기에 집으로 갔더니 아이의 아버지가 어떤 아주머니와 함께 있고자 아이를 밖으로 내보낸 것이었습니다.

인사이동으로 옮긴 복지관에서는 부모 없이 남매들끼리 지내던 가정에서 중학생 오빠가 아직 어린 여동생을 성추행 한 일들은 다 그 가정을 지켜줄 엄마, 즉 여성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가정’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게 된 계기는 가정폭력상담소의 일을 맡으면서부터입니다. 사실 그전에 저는 여성들이 힘들게 살고 있다는 사실을 크게 실감하지 못하고 살아왔던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가정폭력상담소에서 직면한 사실들은 과히 충격적이었습니다. 거기서 만난 엄마는 단순히 남편의 학대로 끝나지 않고, 어릴 때는 엄마를 때리는 아빠를 미워하던 아들이 커서는 그 엄마를 때리거나 아니면 결혼해서 다시 자기 아내를 때리게 되는 폭력의 대물림을 보면서 가정이란 울타리가 얼마나 나약하고 무너지기 쉬운 모습을 가지고 있는지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그 이후 여자청소년지원시설에서 가출한 숱한 여자아이들을 만나면서 가정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곳에 오는 아이들의 대부분은 엄마가 가출한 집에서 아버지의 술주정을 견디지 못한 아이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끔 강의를 의뢰받아 나갈 때면 진심을 담아 호소합니다.

“어머니! 제발 아이들을 두고 이혼하지 마시구요. 이혼을 하시게 되거든 특히 딸아이는 데리고 나오세요. 그리고 딸아이를 데리고 재혼하지 말아주세요.”

이 부탁은 지면상으로는 드러내기 어려운 사회복지 현장에서 만나게 된 참으로 안타까운 사례들을 보면서 제가 깨닫게 된 일들입니다.

우리 모두는 좀더 행복해지기 위해서 결혼을 하지만 사랑하기보다 서로 상처내면서 서로가 제대로 사랑하는 방법을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그리고 해체된 가정에서 갑자기 준비도 없이 가정의 울타리 밖으로 밀려나간 아무 잘못도 없는 우리의 아이들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에 대한 질문 앞에 우리 어른들은 어떤 답을 할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2014년 정년을 앞두고 그 숱한 현장에서 만난 사례들을 떠올리면서 제가 내린 중요한 결론은 우리의 가정이 튼튼하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우리 여성들이 흔들림 없이 가정의 중심에서 자리잡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여성들이 행복해지기 위해서 반드시 우리의 남편들이 현 시대의 상황을 이해하고 함께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 가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변화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우리 모두가 진정으로 원하고 바라는 것은 행복한 가정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