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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삶을 사는 사람들 - 선산성당 안기용(요셉)·이영란(젤뚜르다) 씨 부부
배추에 담긴 부부의 이웃사랑


취재|김명숙(사비나) 편집실장

 

“아유~ 먼 길 오느라 고생 많았어요.”라며 손부터 잡아주는 이영란(젤뚜르다, 선산성당) 씨의 손이 차다. 성탄음식준비를 하다 방금 물기를 닦고 잡아주는 손, 그러나 그 어떤 손보다 무척 따뜻한 손이다. 예수 성탄 대축일 준비로 분주한 선산성당(주임 : 허인 베네딕토 신부)에서 이영란 씨를 만났다. 이영란 씨는 “자랑할 것도, 드러낼 것도 없는데….”라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본당 사회복지위원회에서 해마다 김장을 해서 이웃에 나눠드리는데, 늘 불안정한 배추가격이 여간 부담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제가 직접 배추농사를 지어 본당에 기증하면 좋겠다 싶어 남편과 상의하여 배추농사를 짓기 시작했지요. 그때만 해도 비신자였던 남편이 흔쾌히 승낙을 해주어 무척 고마웠어요. 그렇게 시작된 일이 벌써 10년이 넘었네요.”라며 옛 일을 기억했다.

이영란 씨에게는 남편 안기용(요셉) 씨의 외조가 큰 몫을 하고 있다. “남편은 늘 제가 하는 일을 잘 도와주십니다.”라는 말끝에 갑자기 이영란 씨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남편과 저는 하우스 30동에 수박농사를 주업으로 하면서 앞만 바라보고 일하며 성당에 다니면서 정말 열심히 살아왔어요. 그러던 2009년 12월 남편이 뇌경색으로 쓰러지신 겁니다. 정말 하늘이 무너진다는 말이 이런 건가 싶더라고요. 황급히 남편을 병원으로 옮겨 다행히 위기를 잘 넘기긴 했지만 걱정스러운 마음에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단원들이 찾아와 대세받기를 권했는데, 남편도 두려움 반 기쁨 반으로 대세를 원하더라고요. 그렇게 ‘요셉’으로 대세를 받았어요. 그 뒤 몇 달간의 지속적인 치료로 병세가 호전된 남편이 퇴원하자마자 성당에 다니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예비신자 교리반에 등록을 하고 교리를 배워 2010년 12월 성탄 때 세례를 받았어요. 남편이 세례 받던 날, 그 날은 제 평생의 소원이 다 이루어진 그런 날이었어요. 제게 신앙이 없었다면 그간의 그 어려운 시간들을 잘 견뎌내지 못했을 겁니다.”

결혼 전에 세례를 받은 이영란 씨는 자녀들에게도 어려서부터 미사 때 복사, 반주를, 커서는 교리교사로 활동하도록 도왔다. 그녀 자신도 제대회, 사회복지위원회, 레지오마리애 등 여러 단체에서 활동하면서 집안에 남편만 비신자였던 게 늘 안타까웠다고 했다. 그런 남편의 영세로 마침내 성가정을 이루게 된 이영란 씨는 이젠 더 바랄 게 없단다. “아직까지 남편이 온전히 완쾌된 것은 아니지만 지금처럼 함께 신앙생활을 하면서 남편과 두 손 꼭 잡고 성당에 다닐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하느님께 감사드린다.”는 이영란 씨는 “그동안 기도해주시고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도 감사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니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할 뿐”이라는 안기용 요셉·이영란 젤뚜르다 씨 부부. 이들 부부는 수박하우스 옆에 본당에 기증할 배추밭을 따로 만들어 5백여 포기 이상의 배추를 1년 내내 정성껏 키워 해마다 김장철이면 본당 사회복지회에 기증하며 나눔의 삶을 살고 있다. 이들 부부의 아낌없는 이웃사랑이 있어 올 겨울 우리의 마음이 그리 춥지만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