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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람, 희망을 찾다
어떻게 해야할까요?


김종섭(토마) |신부, 소람상담소 소장, 교구 가정담당

Q. 찬미예수님, 고민하고 또 고민한 끝에 이렇게 문의를 드립니다. 많이 부끄럽기도 하고 소문날까봐 두려워 성당에 신부님이나 수녀님, 그 어느 누구에게도 말할 수가 없어서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저는 50대 여성입니다. 장성한 두 남매를 두었고 다들 잘 지내고 있습니다. 남편은 아주 착실하고 묵묵하며 책임감 있는 사람입니다. 입사 때부터 지금까지 한 회사에서 성실하게 일해 온 사람입니다. 그런데 남편이 작년부터 이상합니다. 멋을 부리기 시작하고 늘 회식이다, 회의다, 야근이다 하면서 늦게 귀가하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휴일에는 등산이나 자전거 모임이 있다면서 나가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아이들은 다 커서 자기들 일로 바쁘고, 남편은 회사일이 바쁘다고 늦어지면서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다가 남편의 변화에 여자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끊이질 않아 매일 매일이 힘듭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도와주세요.

 

A. 찬미예수님, 매일 매일이 정말 힘드시겠어요. 온갖 복잡한 생각들과 나쁜 생각이 들고 혼자 있는 시간이면 ‘도대체 내가 왜 이래야 하지? 왜 이렇게 살아야 되지? 아이들은 나를 바라봐 주지도 않고, 그렇다고 이 답답함을 어디에 가서 하소연 할 수도 없고….’ 그래서 많이 힘들고 우울한 마음을 느끼실 텐데 용기 내어 편지 주셔서 참 고맙습니다. 쉽지 않은 결심이었을 텐데 말이죠.

이미 매일같이 ‘왜?’라는 질문을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남편이 왜 저러지?’, ‘도대체 무슨 일이지?’, ‘왜 내가 이런 저런 감정을 느껴야 하지?’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될 때 정말 자신의 인생 전체가 무너져 내리는 느낌을 받으실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식의 “왜?”라는 이유를 찾는 질문은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라는 것은 ‘~때문이야.’라는 원인과 결과를 찾는 물음입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 그 속내는 원인과 결과, 소위 인과율적인 방식으로 알아내기가 굉장히 힘듭니다. 사람의 마음이나 감정, 느낌은 상황이나 시간에 따라 자주 바뀌는 것이고 또 각각 맺고 있는 관계성에 따라 달라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 관계성이라는 것도 사람의 일이다 보니 시간과 상황에 따라 변하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왜?’, ‘무엇 때문에?’라는 질문보다는 그냥 현상(상황) 자체를 관찰하는 방법이 더 효과적인 탐색방법입니다. ‘지금 남편이 이렇구나.’, ‘이런 모습과 행동, 말투를 보이는구나.’ 등등. 그리고 ‘거기에 반응하는 나의 모습은 어떻지?’, ‘나의 대처는 무엇이지?’라고 자문해 보세요. 이런 방식은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도와줍니다.

그렇게 고민과 번민, 고뇌의 상태 속에 발목이 빠져 버린 나를 조금은 객관적으로 분리시키는 작업이 필요해요.감정의 흐름에 휩쓸려 가는 나 자신을 ‘분화’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분화’는 다른 사람에게서부터 나를 독립시키는 과정을 말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나 자신을 객관화시키는 의미로 생각하기도 해요. 그렇다면 이렇게 나 자신을 조금 더 객관화시키는 작업을 하면서 동시에 실제적인 방법을 하나 써 보기로 해요.

우선 형제님께서 휴일에 각종 취미를 하신다고 하니 함께 해보시는 것은 어떠세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최고의 방법은 같은 시간과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것, 즉 같은 경험으로 함께 하는 것입니다. 특히 부부나 친구, 가족처럼 그런 공유가 많은 관계에서는 서로가 더욱 노력해야 합니다. 때로는 피곤함과 귀찮음, 그리고 나의 것 중 무엇 혹은 어떤 것을 포기하고서라도 공유 경험을 늘려 나가고 넓혀 나가야 할 필요가 있어요. 그래서 “등산을 간다.”고 하시면 “나도 같이 가요.”라고 해보세요. 맛있는 간식도 준비하시고요.

그러나 절대 성급하게 갑자기 성큼 다가서서 공유하려고 하셔서는 안 돼요. 그렇게 되면 오히려 형제님께서 저항(거부감)을 느끼시게 될 거에요. 만약 (여러 가지 이유로) 싫다고 하신다면 수용과 이해를 해내셔야만 합니다. 분명 큰 상실감과 불쾌감, 배신감 등등 안 좋은 감정들이 솟아나겠지만 그 순간의 고비를 잘 넘겨서 ‘뭔가 이유가 있겠지.’라고 수용해 내셔야만 해요.

이때 주의할 것은 그 이유를 절대로 부정적인 것 안에서 찾아서는 안 돼요. 쉽진 않겠지만 완전히 객관화시켜 버리면서 ‘남편이 지난 시간 동안 계급구조인 회사생활을 하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세월이 흘려 벌써 우리가 이 나이가 되었고 그러면서 정년도 얼마 남지 않았고, 남편이 그런 상황에서 위기감과 상실감을 느끼며 얼마나 힘들었을까? 아! 그래서 남은 인생의 보상을 위해서라도 자기 취미, 멋 부리기, 변신을 통한 자아 재발견을 하고 싶어 하는구나.’ 이렇게요.

쉽지 않으시겠죠? 하지만 중년의 남성들 안에는 분명 이런 형태의 심리적인 변화와 흐름이 있는 것이 사실이에요. 그것을 발견하고 받아주고 보듬어주지 못하게 될 때 서로가 더 큰 괴리감을 느끼게 되고 상처를 주고 받는 일이 생겨요. 작은 변신에 대해 멋있다고 칭찬해 주시고, 등산이나 자전거를 타러 가신다면 간식을 챙겨 주시면서 절대로 논리적 비약을 하셔서 부정적인 것을 찾지는 마세요.

더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상담소로 연락주세요. 예수님의 사랑과 평화 속에서 자매님은 늘 ‘중한 사’입니다. 아멘.

 

 * 여러분의 고민을 보내주시면 김종섭 신부님께서 지면상담을 해주십니다.

·이메일 : soram3113@hanmail.net

·전화 : 053-250-3113

·우편 : 대구광역시 중구 남산로 4길 112 천주교 대구대교구 월간<빛>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