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12월 27일(금)에 사제서품을 받은 대구대교구 12명의 새 사제들은 2014년 1월 13일(월)부터 25일(토)까지 교구에서 실시하는 사제학교에 참가했습니다. 이 시기동안 저희는 교구 안의 다양한 사목분야에 대해 배웠고, 또한 일본의 나가사키대교구의 다카미 미츠아키 대주교님의 초청을 받아 1월 20일(월)부터 23일(목)까지 3박 4일간 그곳으로 성지순례를 다녀왔습니다. 이에 나가사키 성지순례를 다녀와서 제가 체험한 것들을 <빛>잡지를 통해서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저는 일본으로 여행을 가는 것이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서 기대감도 컸지만 사실 저에게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였습니다. 저 또한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일본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나 봅니다. 하지만 저의 편견은 성지순례를 통해서 조금씩 바뀌어 갔습니다. 먼저 일본의 첫 인상을 말씀드리면, 잘 정리되고 깨끗한 거리와 어디에서나 질서를 잘 지키며 누구에게나 친절한 일본인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다음으로 일본천주교회의 첫 인상에 대해 말씀드리면, 한국천주교회보다 약 200년 앞서 교회공동체가 생겨났고 천주교에 대한 박해가 약 250년 동안 지속됨으로써 우리보다 더 길었습니다. 그리하여 순교자의 숫자도 우리보다 더 많습니다. 특히 일본의 순교자들 중에는 조선인, 즉 한국인도 있습니다. 이러한 일본천주교회사는 부끄럽게도 제가 이번 성지순례를 통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입니다.
나가사키는 일본천주교회의 역사 안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이는 현재에도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나가사키에서 여러 성당을 방문하고 많은 순교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지만 제게 가장 큰 감동을 주신 두 분을 소개하면, 성 막시밀리아노 마리아 콜베(1894-1941) 신부님과 나가이 다카시(1908-1951) 박사입니다. 이분들의 신앙과 삶에 대해서는 한국에도 어느 정도 알려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 분들의 삶의 자리와 말씀들을 구체적으로 만남으로써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살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배울 수 있었습니다. 콜베 신부님의 “친구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요한 15,13) 그리고 나가이 박사의 “여기애인(如己愛人),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마르 12,31) 이러한 말씀은 오늘날 대한민국 안에서 ‘종북’, 혹은 ‘좌파’로 끊임없이 몰아가며 이데올로기 투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 명의 그리스도인으로서, 또한 사제로서 제가 나아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줍니다. 한반도의 평화, 나아가 세계평화를 이룩하는 길은 콜베 신부님과 나가이 박사가 보여준 ‘용서와 자비’의 길뿐이기 때문입니다.

나가사키에서 만난 신앙의 선조들이 그러한 가르침을 주었다면, 오늘을 살고 있는 나가사키대교구에서 만난 대주교님과 신부님들 또한 소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현재 일본천주교회는 적은 신자수와 더불어 사제의 숫자도 많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적은 숫자에도 불구하고 기쁘고 행복하게 사제생활을 하시는 나가사키대교구의 신부님들을 만나면서, 저는 사제의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제들이 어떠한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는 사제로서 첫 걸음을 시작하는 제가 꼭 새겨야 할 모습입니다. 더불어 한국천주교회와 일본천주교회가 형제애를 나누고 서로를 돕는 일은 아시아교회뿐만 아니라 전 세계교회를 위해서도 아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나가사키 성지순례 3박 4일 동안 저희와 함께 해주신 분들도 소개하고 싶습니다. 저희들에게 늘 인자한 미소로 편안하게 대해 주신 교구장 조환길(타대오) 대주교님, 사제학교의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해주신 교구 사목국장 박영일(바오로) 신부님, 가는 성지마다 열정적이고 아름답게 설명을 해주신 성모당 담당 서준홍(마티아) 신부님, 새 신부들에게 형님처럼 다가오신 교구 비서실장 김성래(하상바오로) 신부님, 통역과 편안하고 안전한 여행을 위해 애써주신 정현애(정혜 엘리사벳) 자매님, 늘 친절하게 먼저 인사를 건네며 안전운행을 해주신 일본인 버스기사님, 이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좋은 분들과 함께 했음에 더 기쁘고 의미가 있었던 성지순례였습니다.

사실 인사이동을 앞두고 약간의 설렘과 긴장감 속에서 대주교님과 함께한 나가사키 성지순례였습니다. 하지만 순례를 통해서 그러한 마음들을 정리하고, 또한 의미있게 인사이동을 기다리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12명의 새 사제들은 각자의 첫 사목지로 본당발령을 받았습니다. 사제서품식 때 조환길 대주교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사제로서 잘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제 그 말씀을 기억하고 저희 새 신부들은 각자의 본당에서 기쁘고 행복한 사제로서 교우분들과 함께 잘 살아가겠습니다. 이러한 마음가짐을 가지는데 나가사키 성지순례에서 만났던 일본천주교회의 신앙 선조들, 그리고 오늘을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일본천주교회의 신앙인들과의 만남과 시간이 저희들에게 큰 힘이 될 것임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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