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난로에 장작이 타는 얘깁니다. 냉담자 회두를 위한 신부님의 사목방문이었지만 신앙에 대한 이야기는 한 마디도 하지 않으시고 “잘 타고 있는 벽난로의 장작 한 개비를 따로 꺼내 놓으니 이내 꺼지고 재만 남는다. 그 장작을 다시 벽난로에 넣었더니 다시 활활 타기 시작하였다.”고 하십니다. 우리 신앙도 함께 있을 때 자란다는 얘길 하고 싶으셨던 게 아닐까요?
요즈음 우리 아이들의 정서가 점점 메말라 가고 있습니다. 학교폭력, 왕따 …. 가정과 사회, 학교에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쳤기에 그렇게 된 것일까요? 어른들과 사회가 깊이 반성해야 할 문제가 아닐까요? 옛날에는 인간됨이 우선이라고 인성교육이 먼저였습니다. 그러나 요즘 젊은 부모들이 조금은 비뚤게 나가더라도 공부, 공부하면서 거기에 빠져 있는 동안 이렇게 된 게 아닐까요? 공부는 좀 못해도 좋으니 ‘인간’이 되는 것이 먼저여야 할 것 같습니다.
이 강의 ‘용서’에서도 이렇게 적었습니다. 우리가 우리 아이들을 위해 기도할 때에 다른 집 아이들을 위해서도 기도해야 합니다. 아이들이 오염된 세상으로 나가니까 오염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그들 모두를 위해 기도해야 합니다. 또 우리는 다른 가족을 위해 기도해야 합니다. 남편을 위해 기도할 때는 다른 남편을 위해서도 기도해야 합니다. 우리가 깨끗해지려면 환경도 깨끗해져야만 합니다. 우리의 죄가 아무리 크다 해도 하느님의 사랑으로 용서되지 않을 만큼 큰 죄는 없습니다. 죄를 짓는 것은 인간입니다. 그러나 죄를 통회하고 회심하는 것은 하느님에게서 오는 은총입니다.
왕과 종이 셈을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만 탈렌트의 빚이 있는 종이 갚을 능력이 없음을 알고 왕은 빚을 탕감해 주었는데 그 종은 백 데나리온을 빚진 친구에게 빚을 갚으라고 감옥에 쳐 넣습니다. 그 종은 24만 년을 일해야 갚을 수 있는 빚을 탕감 받았는데도 감사할 줄 몰랐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예수님은 “너희가 용서하지 않으면,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도 너희의 허물을 용서하지 않으실 것이다.”(마르 11,26)라고 하십니다. 이 말씀을 깊이 새겨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용서해 주시길 원하시지만 그 용서를 받아주시지 않으면 그 죄가 그대로 남아있게 된다는 뜻입니다.
우리들에게는 세 그룹의 다른 삶이 있다고 합니다. 첫째는 바위에 새겨진 글자와 같은 사람들, 잘못된 일을 바위에 새겨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결코 용서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둘째는 모래에 써놓은 글자와 같은 사람입니다. 잘못된 일이 일어나거나 상처를 받으면 아파하고 슬퍼합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면 그들을 용서하고 잊어 버립니다. 셋째는 흐르는 물에 쓰인 글자와 같은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잘못된 일이나 받은 상처를 금방 잊어 버립니다. 예수님의 삶이 이와 같다고 합니다. 우리는 첫째 그룹의 삶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결국 망하게 되니까요.
우리에게 큰 상처를 준 사람을 용서한다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탕감 받은 빚에 대하여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기도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이 용서는 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용서는 기억한다는 것입니다.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기억하면서 그 사람을 위해 기도하고 축복해 주는 것입니다. 용서는 은총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증오는 영혼의 병입니다. 어떤 약으로도 치유할 수 없습니다. 오직 은총만이 치유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십자가에서 이것을 배워야 합니다.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루카 23,34) 십자가 아래 앉아서 묵상을 하면 삶에 관한 진리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인간에게 특징이 있다면 첫째는 사랑이고, 둘째는 용서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둘은 서로 다른 것이 아닙니다. 용서는 사랑하는 것입니다. 사랑할 때 용서가 가능합니다. 용서하기가 어려우면 사랑하기도 어렵습니다. 사랑은 은총입니다. 은총은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주시는 생명을 누리는 것입니다. 그리스도는 하느님이시므로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그래서 사랑은 은총입니다.
“용서는 기억하는 것입니다.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기억하면서 그 사람을 위해 기도해주고 축복해주어야 합니다.” 용서로 우리의 삶을 한층 더 높고 빛나게 하는 게 우리가 실천할 일입니다. - 《아주 특별한 순간》, V. 안토니오 지음, 류해욱 옮김, 바오로 딸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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