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자신의 주님에게서 세상에서 인간의 구원을 위해 봉사하라는 사명을 받았다. 주님은 교회가 이 사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성령을 조력자로 보내주셨다. 이 성령께서 교회 안에서 활동하시며 풍성한 선물로 그 봉사를 도와주신다.
1. 성령의 집이며 성전인 교회
교회는 성령의 교회이다. 왜냐하면 성령을 통하여 교회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성령은 교회 안에 사시고, 교회는 성령으로 존속한다. 원시교회는 자신 안에 거하시는 성령을 통해서만 존립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확신하고 있었다. 신앙 고백문들은 교회와 성령과의 이러한 연관성을 나타내고 있다. 교부들은 일찍부터 신앙고백문 안에서의 교회의 위치에 주목하였는데, 성령에 대한 신앙 바로 다음에 교회에 대한 신앙이 나오는 것은 교회와 성령은 갈릴 수 없이 결합되어 있음을 말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명백하게 자신을 하느님의 거룩한 영이 세우신 거룩한 집이요, 성전으로 이해하였다. 그들은 하느님께서 그들 가운데 다시금 거처를 취하셨기에 자신을 하느님의 새로운 백성으로 파악하였다. 거처 혹은 집이라는 관념은 성부와 성자 하느님과의 관계 하에서만이 아니라 뚜렷하게 성령께 관련되어 사용되었다.(요한 14,15-17; 1고린 3,16-17; 6,19; 1요한 4,12-13 참조)
성령의 성전이라는 개념은 바울로에게 나타난다. 그에 의하면 모든 신자들은 그 자체로 성령의 성전이므로 순결함과 거룩함으로 불리움을 받고 있다. : “여러분의 몸은 여러분이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성령이 계시는 성전이라는 것을 모르십니까? 여러분의 몸은 여러분 자신의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께서는 값을 치르고 여러분의 몸을 사셨습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자기 몸으로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십시오.”(1고린 6,19-20)
사람의 몸은 플라톤적인 인간학에서 말하는 식으로 영혼이 갇혀있는 감옥이 아니라 하느님의 성령이 사시는 곳으로, 성령께서는 당신의 내주를 통하여 그를 살리시고(로마 8,11 참조) 거룩하게 하신다.(1고린 3,17) 베드로의 첫째 편지의 저자는 영적인 집을 말하기까지 하는데, 이도 역시 성령의 성전을 뜻하고 있다. : “여러분도 신령한 집을 짓는 데 쓰일 산 돌이 되십시오. 그리고 거룩한 사제가 되어 하느님께서 기쁘게 받으실 만한 신령한 제사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드리십시오.”(2,5) 이 성령의 성전은 “열려 있음과 자유로움과 다양한 은사들로써 꾸며진 종말적인 구원의 공동체로서, 이미 역사 한 가운데서 하느님의 영의 창조적인 활동을 증언하고 볼 수 있도록 한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이러한 사상과 관련하여 교회를 뚜렷이 성령의 성전으로 표현한다. : “성령께서는 교회 안에 그리고 바로 성전인 신자들의 마음 안에 머무르시고(1고린 3,16; 6,19 참조), 그 안에서 기도하시며 그들이 하느님의 자녀라는 것을 증언하여 주신다.”(갈라 4,6; 로마 8,15-16.26 참조) - <교회헌장 4>
공의회는 다른 곳에서 성령의 성전을 하느님의 백성과 그리스도의 몸처럼 강조한다. : “이렇게 선교 활동을 통하여 하느님의 계획이 완성된다. 이 계획을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을 파견하신 성부의 영광을 위하여 순명과 사랑으로 수행하셨다.(요한 7,18; 8,30.44; 8,50; 17,1 참조) 이는 온 인류가 하느님의 한 백성을 이루고 그리스도의 한 몸으로 모이며 성령의 한 성전을 함께 세우도록 하시려는 것이었다.” - <선교교령 7> “사제는 주교에게 거룩한 서품과 파견을 받아 사제이시며 왕이신 스승 그리스도를 섬기도록 발탁됨으로써 그리스도의 직무에 참여한다. 이 직무를 통하여 교회는 하느님의 백성, 그리스도의 몸, 성령의 궁전으로 이 지상에 끊임없이 세워지고 있다.” - <사제생활 교령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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