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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를 살다
감사기도(III)


최창덕(프란치스코 하비에르)|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부설 평신도신학교육원 원장

 

감사송 : 시작 대화, 감사송, 거룩하시도다

감사기도는 먼저 사제와 신자들과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또한 사제와 함께”, “마음을 드높이” 등의 세 차례 대화로 시작합니다. 이 대화는 신자들로 하여금 주님께서 그들과 함께 계심을 다시금 확인하고 미사 중에 다소 흐트러진 마음을 주님을 향하여 들어 높이며 찬양과 감사의 마음으로 감사기도를 바치도록 인도합니다. 교회는 신자들이 일상생활에서 크고 작은 소망을 하느님께 바칠 때 무엇보다도 먼저 하느님께 감사하기를 가르칩니다. 감사는 자신이 선물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만이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신앙인으로서 하느님께 감사드리는 것이 이따금씩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하느님으로부터 많은 선물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는 감사 기도의 첫 번째 주요 부분인 감사송에서 우리가 왜 하느님께 감사를 드려야 하는지 그 내용을 알게 됩니다.

모든 감사송은 세 단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도입 부분과 ‘거룩하시도다’에로의 인도 부분은 모든 감사송에서 거의 동일합니다. 매번 다른 중간 부분은 그때그때 미사에서 특별히 감사하는 구원업적에 대한 찬양들을 표현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하느님의 구원행위를 선포하는 데 있습니다. 감사송에서 주요한 주제는 우리 인간을 도와주시고 구원하시는 하느님의 활동입니다. 특히 성모 마리아를 위시한 성인 감사송에서는 그들의 삶 안에서 일으키셨던 하느님의 손길, 그분의 움직이심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현행 로마 미사경본은 85개의 다양한 감사송을 가지고 있습니다.

 

성령 청원(축성 기원)

빵과 포도주가 주님의 몸과 피로 변하려면 성령의 힘이 필요합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성령의 능력으로 빵과 포도주를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화시키십니다. 그러므로 이 기도는 바로 이러한 성령의 축성을 기원하는 중요한 기도입니다. “간구하오니, 성령의 힘으로 이 예물을 거룩하게 하시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되게 하소서.”(제2양식) “이 예물을 성령으로 거룩하게 하시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되게 하소서.”(제3양식) 이 기도를 바치면서 사제는 빵과 포도주 잔에 안수하며 십자표를 긋는데, 이것은 성령의 강림과 축성을 기원하는 동작입니다. 하느님은 성령을 통하여 변화의 기적을 완성하시는 분이십니다. 이렇게 이해된 축성 기원은 ‘인간의 행위나 또는 능력이 성찬의 예식문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 같은 모든 주술적인 혐의’를 없애줍니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사제직무의 변화 권한”이란 말을 크게 제한시켜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거룩하게 하는 능력인 성령을 보내신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사제는 직무를 통해서 말하는 감사기도 안에서 신적 권능의 일을 위한 전제 조건만을 행하기 때문입니다. 전통적으로 서방교회 신학은 성변화는 성찬 축성문을 통해서만 이루어진다는 견해를 대변했는데 비해, 동방의 견해는 “…당신 성령을 통하여 이 예물을 변화시켜 주소서.”라는 축성 기원에 두었습니다. 두 견해가 지난날 오랜 세월에 걸쳐 논쟁하였지만 오늘날에는 새로운 감사기도 신학에 두 견해를 모두 포함함으로써 서방교회 안에서는 더 이상 논쟁거리가 되지 않습니다.

 

성찬 제정과 축성문

성찬 제정 및 축성문은 최후만찬 때 예수께서 빵과 잔을 들고 하신 말씀으로, 성체성사의 기원과 가장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감사기도의 핵심 부분입니다. “그리스도께서 마지막 만찬 때에 몸소 제정하신 제사는 당신의 말씀과 행위로 이루어진다.”고 미사경본 총지침은 가르칩니다.(79항ㄹ) 사제는 그 직무를 통하여 현존하시는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그분의 말씀을 그대로 반복하며, 이로써 빵과 포도주는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축성되어 거룩하고 흠 없는 제물로 봉헌되며 그리스도인에게 생명의 양식이 됩니다.

따라서 성찬제정과 축성문은 감사 기도뿐 아니라 미사 전체의 핵심이며 절정을 이룹니다. 이에 사제는 축성 후 허리를 약간 굽힙니다. 그리고 성체와 성혈 축성이 끝날 때마다 매번 성체와 성혈을 거양하여 신자들에게 보입니다.(1200년경 도입) 이어 사제는 옛 로마 전문에서 찾아내었던 “신앙의 신비”라는 말로 환호를 인도하고 공동체는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 주님의 죽음을 전하며 부활을 선포하나이다.”하고 응답합니다. 코린토 1서 11장 26절에 따르는 이 본문으로 공동체는 감사를 고백하고 그리스도의 위대한 구원업적 곧 파스카 신비를 찬양합니다. 로마 미사경본은 이 기념 환호 본문 외에 두 가지 다른 선택양식을 제시합니다.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 이 빵을 먹고 이 잔을 마실 적마다 주님의 죽음을 전하나이다.” “십자가와 부활로 저희를 구원하신 주님, 길이 영광 받으소서.”

 

기념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나 사건을 잊지 않고 항상 생각하게끔 기억을 일깨우는 일은 중요합니다. 미사 전체가 기념 행위지만 교회는 특별히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하신 그리스도의 말씀에 따라 이 기도를 바칩니다. “아버지, 저희는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기념하며 ….” 기념의 핵심 내용은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이며(제2양식) 주님의 승천과 재림(제1·3·4 양식)이 덧붙여지기도 합니다.

 

봉헌

새 미사경본은 사제만이 그리스도의 제물을 봉헌하는 것이 아니라 사제와 함께 성찬례에 참여한 공동체 모든 신자들이 제물을 봉헌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한 영광 중에 다시 오실 것을 기다리며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봉헌하나이다. 이는 주님께서 기꺼이 받으시는 제사이며 세상에 구원을 주는 제사이옵니다.”(제4양식) 제3양식에는 이 점이 정확히 표현되어 있습니다. “주님, 교회가 바치는 이 제사를 굽어보소서. 이는 주님 뜻에 맞갖은 희생 제물이오니 너그러이 받아들이시어….” 우리가 바치는 제물은 마지막 순간까지 헌신적 사랑으로 인간에게 봉사하시고 자신을 희생하신 바로 그리스도이십니다.

미사경본 총지침은 “교회, 특히 지금 한자리에 모인 공동체는 이 기념제로 흠 없는 제물을 성령 안에서 아버지께 봉헌한다.”(79항ㅂ)고 가르치며 이를 감사기도 제2양식에서는 “생명의 빵과 구원의 잔을 봉헌하나이다.”로, 제3양식에서는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봉헌하나이다.”라고 표현합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통해 부활의 영광으로 건너간 주님의 파스카 기념 의식을 함께 지냄으로써 그리스도의 제사 봉헌이 이루어지며 우리 또한 자신을 봉헌하는 제사를 바칩니다. 여기서 미사의 제사성이 드러납니다.

다음호에서는 ‘미사의 제사성’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공부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