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 청소년국(국장 : 주국진 보나벤투라 신부)에서는 YHY(Youth Helping Youth, 청소년을 돕는 청소년) 캠페인을 실시하여 지난 1월 17일(금)~18일(토)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열린 제19회 청소년 윤일축제에서 제2회 YHY 시상식을 가졌습니다. 이후 YHY 수상자들과 지원자, 교사, 그리고 4대리구 청소년담당 배준빈(대건안드레아) 신부님으로 구성된 YHY 해외봉사단은 2월 20일(목)부터 2월 28일(금)까지 필리핀으로 봉사활동을 다녀왔으며 그 소감문을 소개합니다. - 편집자 주(註)

제가 이번 YHY 해외봉사활동에 참가하게 된 것은 중학교 3학년 말 친구와 이야기 하던 중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해외봉사를 가보면 좋겠다.”라는 이야기를 나눈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후 봉사활동을 갈 수 있는 곳을 찾던 중 어머니께서 주보에 실린 광고를 보게 되셨고 그렇게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었습니다. 몇 번의 예비소집으로 같이 봉사를 가게 되는 친구들과 가까워졌고 그렇게 7박 8일 동안 필리핀으로 해외봉사활동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비행기에 올라 필리핀에 도착하기까지는 특별한 두근거림이 없었기에 큰 기대없이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봉사활동 첫째 날, 집이 없는 가족들을 위해 집을 지어주는 일을 돕게 되었는데 거기에 살고 있는, 항상 얼굴에 웃음을 띤 아이들과 사람들을 보면서 마음이 설레기 시작한 저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봉사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우리가 봉사했던 곳은 부유하고 유복한 곳이 아닌 많은 것이 부족한,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정을 찡그리고 화를 내는 사람은 한 명도 보지 못했고 항상 웃고 있는 사람들만 보았습니다. 그 모습들을 보면서 문득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졌고 ‘과연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일까?’하고 궁금해졌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의내리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다만 필리핀에 있었던 7박 8일 동안 저는 정말 행복했습니다.
봉사활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후 한 가지 고민이 생겼습니다. 그것은 바로 ‘필리핀에 있었던 짧고도 긴 7박 8일 동안을 어떤 단어로 표현해야 할까?’하는 것입니다. 봉사는 상대방을 위해 무언가를 대가없이 주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번에는 오히려 제가 더 많은 것을 받았고 성장했기에 봉사활동이라 표현하기도 힘들고, 여행이라 하기엔 너무 가벼운 느낌이 들어서 지금도 여전히 고민 중입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이런 느낌에 딱 맞는 단어를 찾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이번 봉사활동을 통해 제가 얼마나, 어떻게 성장했는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7박 8일의 시간이 제 생활에 매우 큰 영향을 주었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무엇보다 봉사활동을 가기 전에 가지고 있던 걱정이나 고민들이 다녀온 후에는 전혀 생각나지 않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편안해졌습니다. 만약 제가 YHY를 몰랐더라면 나의 정체성과 삶의 중요성에 대해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지 못했음은 물론이고 목표가 없는 무의미한 하루하루를 보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이번 기회를 통해 인생에 있어 중요한 시기인 고등학교 생활을 힘차게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었으며, 학생으로서 지친 마음에 말로 표현하기 힘든 따뜻함을 선물 받았습니다.
벌써 한국에 돌아온 지 2주가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필리핀에서 만난 순수한 아이들과 마음씨 좋은 사람들이 기억나고 그립습니다. 그 사람들과 함께 보낸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그리워하는 것을 보면 정이 무섭다는 어른들 말씀이 이해가 됩니다.

더불어 필리핀에 다녀오면서 느낀 것이 한 가지 더 있는데 그것은 바로 그곳에 계시는 한국의 성직자, 수도자들이 정말 많은 수고를 하고 계신다는 것입니다. 그분들로 인해 몇 백 명의 아이들이 굶지 않고 교육의 기회를 제공받는 것을 보면서 제가 직접 한 일은 아니지만 매우 뿌듯하고 자랑스러웠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저렇게 봉사를 하며 살아간다는 것이 의미있는 삶인 동시에 참 행복하겠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된 저는 ‘나도 성인이 되면 남들에게 도움을 주는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싶다.’는 막연한 기대와 함께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 타국에서 지내면서 제 자신을 솔직하고 자세하게 들여다보게 되었는데 다른 사람에게 짜증을 내고, 불평하고, 남의 탓을 하는 저의 부끄러운 모습을 보며 많이 반성하였습니다.
이 소중한 시간을 통해 나의 생활과 내 모습에 많은 변화가 생길 것 같고, 지금 이 순간도 이전과는 확실히 달라진 나를 마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사람들을 대할 때 미소 띤 얼굴로 내 상황에 항상 만족하는 긍정적인 자세로 최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며 나도 행복하면서 다른 사람도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정말 좋은 사람들과의 행복한 추억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값진 시간들을 선물 받아서 너무 행복합니다. 이 기회를 통해 봉사를 한다고 해서 내가 남에게 베풀어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의 부족한 부분들이 채워진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행복하고 값진 시간들을 저에게 준 것에 감사하며 글을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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