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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노래를 주님께
로버트 슈만(Robert Schumann, 1810
-1856) <페달 피아노를 위한 연습곡> Op. 56


박수원(프란치스코 하비에르)|교수, 오르가니스트

“저 멀리 나를 일깨우는 두 가지 큰 이상이 있다. 바로 바흐와 베토벤, 이들의 음악을 통해서 몇 안 되는 사람들만이 나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겠지….” - 1838년 슈만이 스물여덟 살 즈음하여 남긴 글

 삶의 목표와 이유를 알고 살아간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예술가로서, 예술을 위해 살다 죽겠다.”는 젊은 음악가, 로버트 슈만은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새로운 음악을 찾기 위해서 발버둥치고 있었다. 타고난 문학적 감수성에 힘입어 이미 20대에 가곡을 지어내는 탁월한 솜씨를 인정받았으며 또 스스로도 이 분야에서 어느 정도 만족한 만큼 이제 남자 나이 서른에 접어들어 역사에 길이 남을 큰 업적을 어서 빨리 남기고 싶은 욕망이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래서 사랑스런 아내, 당대 최고 피아니스트 중 한 사람이었던 클라라와 함께 옛 대가들의 작품을 읽으면서 또 당시 독일어로 번역되었던 이탈리아 태생의 프랑스 작곡가 케루비니의 <푸가와 대위법 교본>을 공부하면서 바흐와 같은 옛 거장들의 음악에 담겨진 고고한 정신과 합쳐질 수 있는 무엇인가 새로운 방법을 찾게 된다. “페달 피아노!” 피아노에 페달 건반을 부착하여 보다 다양한 연주가 가능했던 이 악기를 보자마자 슈만은 여태껏 시도하지 않았던 획기적인 양식을 빚어내고픈 마음에 사로잡혔다.

“페달 건반을 임대해서 우리 집 피아노 밑에 설치했는데 참 재미있을 것 같다. 오르간 연주자들처럼 발건반 연주법을 익힐 수도 있지만 우리 그이(슈만)는 ‘연습곡’이라는 제목으로 곡을 쓰는데 더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아마도 사람들은 이를 대단히 새로운 시도라고 여길 것이다.”

1845년 4월 24일자로 남겨진 클라라의 글 가운데에서 “대단히 새로운 시도”라는 구절을 읽으면서 약간의 안타까움으로 씁쓸한 미소를 짓게 된다. 왜냐하면 이미 10여 년 전부터 기존의 작곡가들이 이 ‘페달 피아노’를 이용한 작품들을 여럿 선보여 왔고, 특히 친구이자 경쟁자로 함께 어깨를 부비며 지척에서 음악을 하고 있었던 멘델스존은 벌써부터 이 악기를 들여놓고 여기 저기 써먹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멘델스존은 “바흐의 예언자” 또는 “제2의 모차르트”와 같은 현란한 명성을 통해 세상으로부터 인정받고 있었던 터라 겉만 보면 뒤늦게 친구 따라 흉내 내는 데 그칠 수도 있는 모양새가 아닌가!

그러나 슈만은 “마음에서 우러나(Innig)”라는 악상 지시어를 즐겨 사용했던 작곡가였다. 결과가 어찌되었든 그는 “진심으로” 옛 대가들을 흠모했고 그런 음악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새로운 시도”의 결과는 시정(詩情)이 담뿍 담긴 아름다운 음악으로 우리에게 전해진다. 만일 어느 열정적인 시인이 작곡가가 되어 음악 속에 살기를 원한다면 그는 아마도 슈만처럼 살아갈 것이다.

“우리는 옛 대가들과 그들의 음악에 대한 생각을 오늘날 되살리고자 하며 이 순수한 원천을 통해서만 예술의 새로운 미래가 열릴 것이라는 것을 증명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기교만을 추구하는 오늘날의 비예술적인 경향과도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시(詩)적인 시대가 새롭게 열리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1834년 4월 3일 슈만이 몸담았던 <라이프치히 음악신보> 서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