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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지에서 온 편지 - 볼리비아
선교지에서 온 편지
- 볼리비아


석상희(요셉) 신부와 김동진(제멜로) 신부

 2014년 2월과 3월, 대구대교구에서는 볼리비아(김동진·고태권 신부)와 프랑스 벨포르(박준용 신부), 파키스탄(김호균 신부)으로 4명의 사제를 파견하였습니다. 그리고 예수 부활 대축일을 맞아 선교를 떠난 대구대교구 사제들이 교구장 조환길(타대오) 대주교에게 보낸 부활축하편지를 6~7월 2차례에 걸쳐 소개해드립니다. 이번 달에는 볼리비아에서 선교사목 중인 8명의 사제들 가운데 석상희(요셉) 신부와 김동진(제멜로) 신부의 글을 먼저 소개해드립니다.

 

첫 번째 이야기

+ 기쁨과 평화

대주교님, 2개월 가까이 되는 긴 휴식의 시간을 마치고 이제 다시 제 삶의 자리로 돌아 온 지도 벌써 한 달이 다 되어 갑니다. 한국을 떠나올 때, 그리고 비행기 안에서 여행 중에 다 하지 못했던 하고 싶었던 일들, 다 만나지 못했던 그리운 얼굴들, 배웅 나오신 어머니의 모습 등등이 참 마음에 많이 남았었습니다. 그렇게 긴 비행 끝에 늦은 저녁 산타크루즈에 도착해서 그곳 신부님들과 잠시 대화를 나누고, 다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운전해서 비로 인해 거칠어진 길을 달려 밤늦게야 도착한 성 안토니오 성당. 아! 비로소 제 자리에 도착한 느낌이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부터 찾아온 동네 사람들…. 힘들어서 영영 돌아가 버릴 것이라고 생각했던 동양인 신부가 다시 왔다는 소식에 반가운 마음으로 인사하러 온 이들을 맞이하고, 환영식으로 마련했다는 점심식사를 위해 사제관을 나섰습니다. 그 순간 이미 사제관 밖에서 준비하고 계시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잘 차려입은 옷과 그들만의 악기로 흥겨운 연주를 하고 춤을 추며 저를 본당교육관까지 데리고 갔습니다. 그리고 간단하지만 정성껏 마련한 그들의 음식을 함께 나누면서 비로소 이곳이 제가 있어야 할 곳이라는 생각에 저도 모르게 행복한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러자 아이들과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왜 웃느냐고 묻는데 그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는 그 행복함에 젖어 들었습니다. 그동안 한국과 중국에서 또 일본성지순례 중에 맛보았던 음식들, 최고의 음식을 맞이하고 나누었을 때 조차도 결코 느껴보지 못했던 편안함과 따뜻함, 그리고 그 안에 들어있는 그들의 마음…. 이는 아마 이 사랑이 3년 후에는 기필코 이 정든 곳을 떠나야 할 이유이며 더 이상 이 사랑에 익숙해져 제 자신을 버리지 못하는 모습이 되지 않도록, 어쩜 처음 한국을 떠나 선교를 나서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그 이유와 다 같으리라 생각합니다. 이곳에서 보낸 2년이라는 시간, 그리고 두 달의 휴가를 보내고 다시 돌아온 상 안토니오에서의 첫 밤은 그렇게 그 어느 시간보다 행복하게 잠을 청할 수 있었습니다.

대주교님, 건강하시지요? 먼저 부활 축하드립니다. 이번 성주간에는 김동진 신부가 어학연수 중 한 주간 방학을 맞아 저와 함께 보내는 기쁨을 느꼈습니다. 김동진 신부는 인디오들의 풍습 안에서 이루어지는 아름다운 성주간 전례가 무척 인상적이었던 모양입니다. 또한 성주간 전례를 통해 언어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 할 좋은 자극이 되어 준 것도 같습니다.

대주교님, 건강하시길 기도드리고요, 서영민 알렉산델 신부님의 갑작스런 선종소식에 저희들도 함께 기도와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늘 대구대교구 사제단으로서 기쁘게 살아갑니다. 건강하십시오. - 볼리비아에서 석상희 신부 올림

 

두 번째 이야기

+ 주님께서 부활하셨습니다. 알렐루야, 알렐루야!

존경하고 사랑하는 대주교님,

볼리비아에 파견 나온 김동진 제멜로 신부입니다. 성주간 동안 일어난 한국의 가슴 아픈 세월호 침몰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이곳 볼리비아에서도 많은 신부님들과 신자들이 한국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이번 성주간 동안 저는 공부를 하고 있는 코차밤바를 잠시 떠나 주교님께서 보내주신 상 로메리오 본당에서 성주간을 보냈습니다. 예전에 주교님께서 한 번 방문하셨고 또 한국에 있을 때 주교님과 다른 선배 신부님들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전해 들어서인지 잔뜩 기대에 부풀어 그곳을 향해 기쁜 마음으로 출발을 하였습니다.

이곳에 와서 체험한 성주간은 제가 생각해왔던 것 이상으로 아름다웠습니다. 그리고 이상적인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이렇게 유지될 수 있다는 것도 무척 놀라웠고 또 아름다운 자연과 아름다운 별들, 그리고 아름다운 성전과 그들의 토착화되고 아주 흥미로운 전례들 모두가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너무나 가난한 데도 다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는 이들의 모습은 더없이 아름다웠으며 교회에 넘쳐나는 아이들 또한 선교사로서 열심히 살아가야 하겠구나, 하는 마음을 다지는데 충분하고도 남을 동기 부여를 저에게 안겨 주었습니다. 이렇게 너무나 아름다운 공동체로 저를 보내주신 대주교님께 다시 한 번 깊이 감사드리는 마음입니다.

이곳에 와 있는 동안 참으로 많은 것들을 느꼈는데, 특히 산타크루즈 엘 살바도르와 이쎄 노르테에서 도시빈민사목을 하는 선배 신부님들을 통해 보다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 번은 너무 많은 비가 내려 한 할머니 집이 침수될 지경이어서 우리 교구 선배 신부님들과 저는 직접 그 할머니 집으로 가서 오염된 물을 맨 손으로 퍼냈습니다. 이 동네 사람들도 하기 싫어해서 기피하고 도움주기 꺼리는 것을 우리 한국인 사제들이 제일 먼저 팔을 걷어붙이고 악취가 진동하는 구덩이에 들어가서 물을 퍼내고 할머니를 위로하는 모습, 정말 영상으로 찍어서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대주교님, 예수님 부활의 기쁨을 지구 반대편에서 전하며 어느 곳에 있던지 대구대교구와 사랑하고 존경하는 대주교님 그리고 선·후배 사제들을 기억하고 기도하며 살아가겠습니다. 다시 한 번 부활을 축하드리며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안토니오 주교님께서 대주교님께 안부 전해달라는 전언이 있었습니다. 안토니오 주교님은 여전히 건강하고 즐겁게 잘 지내십니다. 사랑합니다. - 볼리비아에서 김동진 제멜로 신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