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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가 되자


홍창익(비오)|신부, 경주 근화여자중학교 종교교사

학교 수업시간에 여러 가지 인성교육을 한다. 그 중에서 수호천사 놀이라는 것을 한 적이 있었다. 성당에서 학생들과 교리교사들이 가끔 하는 놀이인데, 아이들에게 접목시켜 해 보았더니 예상 외로 좋은 결과를 얻었다.

놀이방법은 각자 쪽지에 자기의 수호천사가 될 사람에게 안부 인사와 함께 자기가 원하는 몇 가지 소원을 적는다. 그리고 그 쪽지들을 섞어서 한사람씩 뽑기를 해서 나누어 가지는 방법으로, 기간은 일주일이나 한달, 또는 특별한 날까지 자기가 뽑은 쪽지의 내용대로 그 사람이 눈치를 채지 못하게 도움을 주는 놀이이다.

 

이 놀이에서 꼭 지켜야 할 규칙은 상대방이 절대 나를 알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만약에 누군가를 알게 되면 흥미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편지를 쓸 때는 나의 필체를 모르게 하기 위해서 왼손으로 쓰거나 컴퓨터를 이용하여 쓰기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 날에 ‘나는 누구누구의 천사였다.’하고 발표하면서 자기의 천사에게 작은 선물을 하나씩 주는 것으로 마무리를 한다.

 

학교에서는 한 반씩 일주일 동안 진행했다. 일주일 동안 누군가의 천사가 된 나는 그 사람에게 최선을 다해서 봉사했다. 힘내라고, 오늘 하루 잘 지내라고 그리고 너를 위해 기도한다는 등의 간단한 메시지나 편지를 적어 책 중간에 끼워 넣기도 하고 가방에 넣어 두기도 한다. 그러면 수업시간에 책을 폈을 때 예상하지 못한 편지를 발견하고는 참 기분이 좋아진다. 때때로 먹을 것을 넣어두면 더 좋을 수도 있다. 자기에게 힘이 되는 내용을 누군가에게 받았고 기도를 받는다는 것만으로도 삶의 작은 활력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놀이를 다 하고 발표할 때 어떤 아이는 자기에게 정말 잘 해 준 천사를 확인하고는 서로 안고 울기도 했다. 어떤 아이는 나에게 감사의 편지를 주었다. 그동안 반에서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지 못했는데, 이 놀이를 통해 친하게 지낼 수 있게 되어 너무 좋았다고 했다. 또 관계가 좀 서먹서먹했던 친구가 있었는데, 우연히도 그 친구의 천사가 되어 일주일동안 지내면서 정말 좋아졌다고도 했다. 어떤 아이는 이제껏 누구에게 베푼다는 것, 봉사한다는 것, 잘 해준다는 것을 잘 하지 못했는데, 이 기회를 통해 자기가 조금씩 성숙되어 간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나 역시 의외의 결과에 너무 놀랐다. 아이들이 이처럼 진지하게 잘 할 줄 몰랐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자기가 필요한 존재라는 것, 진짜 천사가 되어 보호해주고, 지켜주고, 도움을 준다는 것, 편지를 쓰면서 남에게 용기를 줄 수 있다는 것, 이것을 깨달을 수 있는 아이들이 참 예쁘게 보였다.

 

가정에서 천사가 되자

요즘 조기 유학 가는 학생들이 많다. 그래서 기러기 아빠, 또는 기러기 엄마가 탄생하게 되고, 가족은 어쩔 수 없이 머나먼 외국에서 서로 떨어져 살게 되었다. 물론 한국교육 현실에 회의가 생기고, 또 일찍부터 외국어 습득과 선진 교육 시스템에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야 이해되지만 가족으로부터 전해 받는 따뜻한 정과 사랑과 가정교육은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면 가끔씩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예로부터 교육은 가정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했다. 특히 한국에서는 밥상머리교육을 중요시 여겨왔다. 따라서 가정교육이 바로 서야 학교에서나 사회에서 올바른 인격으로 성장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집에서 식구들끼리 수호천사 놀이를 해 보면 어떨까 제안해 본다. 방법은 똑같다. 그런데 식구수가 적고 엄마, 아빠, 딸, 아들간 서로의 상황과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똑같은 상황에 있는 학교 학생들의 모습과는 조금 다르게 해야 한다.

 

먼저 쪽지에 인사말은 같이 쓰더라도 자기가 원하는 내용은 몇 가지로 구분해야 해야 한다. 왜냐하면 만약 내가 아들에게 원하는 것만 적었는데 아빠가 천사가 되었다면 난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로 네 가지 경우를 함께 적으면 문제없을 것 같다. 아빠, 엄마, 아들, 딸 혹은 남편, 아내, 누가 나의 천사가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시면 더 많아질 것이고, 좋을 수 있다. 처음에는 일주일의 기간을 두고 한번 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주일저녁에 한 가족이 둘러 앉아 서로 열심히 편지를 쓰고, 그 시간동안 상대방을 생각해야 하니까 서로가 가족구성원을 생각할 수 있는 기회도 될 것이다. 그리고 이 기간동안 서로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기도를 하게 되니 가족애도 그 만큼 깊어질 것이고, 서로의 이해심도 생기게 될 것이다. 또한 자연스럽게 대화의 창이 열려 그동안 하지 못한 사랑 표현과 관심도 더욱 깊어지게 될 것을 기대해 볼 수 도 있을 것이다.

 

사실 이런 놀이가 단순하고 귀찮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의 천사가 되어 준다는 것, 또 나는 누군가에게 기도와 도움을 받고 있다는 것, 이것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는 좋은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는 좋은 인성을 길러줄 수 있고, 가족은 가족애와 대화의 창을 마련할 수 있다.

 

나의 천사는 어디에

하느님께서 항상 우리를 지켜주시고 은총을 주시지만 세례 받은 우리 각자에게는 또 한 사람의 수호천사가 있다. 그 천사는 나에게서 가장 가까운 곳에,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다. 나의 천사는 언제나 나를 좋은 길로 이끌어 줄 것이다. 매일 매일을 감사하며 살아가고 우리도 서로에게 천사가 되어 살아갔으면 참 좋겠다. 이번 한달 우리 서로 천사가 되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