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과 3월, 대구대교구에서는 볼리비아(김동진·고태권 신부)와 프랑스 벨포르(박준용 신부), 파키스탄(김호균 신부)으로 4명의 사제를 파견하였습니다. 그리고 예수 부활 대축일을 맞아 선교를 떠난 대구대교구 사제들이 선교지에서 교구장 조환길(타대오) 대주교에게 보낸 편지를 6~7월 두 차례에 걸쳐 싣고 있습니다. 이번 달에는 파키스탄에서 선교사목 중인 김호균(마르코) 신부와 볼리비아에서 선교사목 중인 마석진(프란치스코) 신부, 프랑스 벨포르교구 브장송에서 선교사목 중인 박준용(유스티노) 신부의 글을 소개해드립니다.
파키스탄, 그 첫 번째 보고서
대주교님, 저는 지금 파이살라바드 교구로 파견을 와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음식도 별탈 없이 받아 들여지고 있습니다. 숙소는 한국보다 열악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는 좋습니다. 지난 3월 12일 오전 9시 30분에 출국하여 방콕에서 6시간을 보내고, 라호르에 밤 11시에 도착하였습니다. 신자가 마중을 나와 그 집에서 하룻밤을 묵고 다음날 파이살라바드에서 지낼 것을 대비하여 시장을 봤습니다. 그때 전화기 개통과 돈 바꾸는 방법, 은행 이용하는 방법, 이곳에서 주의해야 할 사항들, 예를 들면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지 말 것, 지갑에 돈을 넣지 말 것, 적은 돈을 가지고 다닐 것, 항상 문단속을 잘 할 것, 이곳 사람들의 말을 모두 받아들이지 말 것, 현지 물을 마시지 말 것 등등에 대한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12시쯤에 파이살라바드 교구청에 들어왔습니다. 교구장께서 마중을 해주셨고 환대를 받았습니다. 저의 숙소는 교구청과 주교좌성당을 겸하고 있는 곳에 있습니다. 아마 눈치를 보니 여기에서 말을 배우면서 생활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를 배웅하였던 한국 신자는 되도록 다음 비자 연장할 때까지는 대외활동을 자제해 달라고 부탁하였는데, 이곳의 주교님은 괜찮다고 하시면서 늘 저를 함께 데리고 다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비자 연장 문제는 제가 판단하기에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는 상황일 것 같습니다. 일단 이쪽 교구청의 능력에 기대어 보겠습니다. 안 되면 비자가 만료될 때 한국에 일시 귀국하였다가 다시 들어오도록 하겠습니다. 아마 이쪽 주교님께서 미션비자의 여유분이 있는지 다시 알아 보시겠다고 합니다. 그 다음에 뒷일을 처리해 나갈 것 같습니다.
이곳의 주교님은 몰타와 보스니아 방글라데시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했다고 하시는데, 장인남 주교님과 함께 일한 적이 있고, 우리 교구에서는 오철환(바오로) 신부님과 로마에서 교회법을 같이 공부했다고도 하십니다. 주일 아침에 서로 통화를 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저로서는 아주 다행이고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이쪽 교구에는 본당이 23개 정도 되고 사제 수는 40여 명이라고 하는데 지금까지 살펴본 바로는 사제의 수가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교구청 신부가 몇 개의 본당을 맡아 사목하며 교구 일도 겸임하고 있는 실정이니까요.
제가 알아 듣기로는 내일부터 주교관 사무실에서 영어와 우르드어 공부를 시켜 주겠다고 합니다. 주변에 있는 신부님들도 저에게 호의적으로 대하고 있고 뭐든 잘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오는 길도 힘들었고 앞으로 해야 할 일도 힘들겠지만 모든 일을 주님의 뜻에 맡기고 저는 저에게 주어진 모든 것을 열심히, 그리고 기쁘게 처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능력이 모자란 저를 위해 대주교님께 기도를 청합니다. 마침 이곳 주교님의 사목모토가 “평화와 희망”이라고 하는데, 참으로 제 삶에 적용되기를 저 또한 바라며 살아가겠습니다. 다시 뵐 때까지 대주교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파키스탄이라는 곳에서 기도드리겠습니다.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파키스탄, 그 두 번째 보고서
대주교님, 한국을 떠나 온 지 어느새 한 달이 지났습니다.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갑니다. 이곳 주교님과 신부님들은 여전히 저를 잘 챙겨주고 있습니다. 눈치로 판단하건대 3월에 주교님이 주최한 행사로 인해 안전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고 계신 듯합니다. 그 행사는 우리로 치면 종교간 대화의 장이었는데 이슬람에서 이단으로 치는 종파(시아와 수니도 아닌 파키스탄 펀잡지방에서 자생한 이슬람 분파) 사람의 연설 도중 언어충돌이 격하게 있었습니다. 이곳 주교님에 대한 항의도 함께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주교님은 주교관 전반의 안전에 신경을 쓰시면서 저에 대한 안전도 과하다시피 신경을 써주고 계십니다.
비자 문제는 여전히 확정을 못 짓고 있습니다. 최근까지는 한국에 들어갔다가 미션비자로 바꾸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었는데, 그것도 갈등하고 있는 듯합니다. 비자 연장을 할지 한국에 들어갔다 다시 나올지, 아니면 안전 때문에 다음 기회로 미룰지 좀 더 상황을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계속 이곳에 머물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습니다만 주교님께서는 위험성에 많은 신경을 쓰고 계십니다. 아무래도 자기 교구 소속 신부가 아닌 다른 나라 교구 신부이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저의 일정들은 이곳 신부님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특히 주교좌성당 신부님과 함께 다니면서 미사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연세가 60대 후반으로 아주 자상하게 잘 챙겨주십니다. 말공부는 비서실에 있는 직원으로부터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 11-12시까지 배우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고 행사가 있을 시에는 하지 않습니다. 조금씩 말을 배워가고 있고 귀에 들어오는 말들도 있습니다. 이곳 신부님들이 저더러 말을 빨리 배운다고 부추기는데 그건 객관적인 표현은 아닌 듯합니다. 주교좌성당에 있으면서 좋은 점은 안전하다는 것과 이곳 교구 신부님들과 자주 만나게 됨으로써 빨리 친해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말을 배우는데 여러 사람의 말을 들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불리한 점은 행사에 자주 참여해야 하므로 말공부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다는 것 정도입니다. 전체적으로 볼 때 부정적인 것보다 긍정적인 점이 더 많은 것으로 판단됩니다.
대주교님, 이 도시에도 한국 사람으로 20년 넘게 살고 있는 개신교 목사가 있고, 무슬림 신자도 있다고 합니다. 이곳 신부님들도 다 알고 있다고 하는데 저는 일부러 만나지는 않겠다고 했습니다. 특히 무슬림 신자가 괜찮고 말을 배울 수 있다고 신부님들이 추천을 해주었지만 라호르 한국 신자는 거리를 두는 게 좋다고 해서 앞으로도 그럴 작정입니다.
파키스탄 일정이 불확실하긴 하지만 일단 이곳에서의 일정들에 대해서는 매일 기록해 나가겠습니다. 언젠가 다른 신부님이 오실 때를 대비해서 이곳에서의 준비사항이나 이곳에 대한 이해의 차원을 위해 꼼꼼히 기록해 나가겠습니다. 그리고 원하신다면 매달 보고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대주교님, 건강하시길 기도드리겠습니다.
- 파키스탄에서 김호균 마르코 신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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