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로그인

선교지에서 온 편지 ③
브장송에서


박준용(유스티노)|신부

브장송에서

공경하올 대주교님!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찬미하며 부활 인사를 드립니다. 주님 부활의 기적이 한국에도 일어나기를 바라는 기도를 바치며 안타까운 마음으로 저 또한 부활을 보냈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곳 몽벨리아드에서는 성 금요일, 주님 수난 예식을 가톨릭, 개신교, 메뇨니스트, 세례교의 4개 종파가 함께 모여 수난 복음을 묵상하고 함께 찬양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참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부활 대축일 성야 미사 때에는 우리나라보다 간단한 빛의 예식이었지만 신자들이 초를 들고 노래하는 모습은 우리 신자들이 감히 따라올 수 없는 깊은 신앙이 담겨져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곳 신부님의 강론 끝에는 오늘 예수님의 부활은 이곳 프랑스에서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그 기쁨을 함께 나누고 있다고 하며 저에게 성가 한 곡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습니다.

미사 후에는 홈스테이를 하는 가족들이 김보록 신부님의 고향집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사실 그분들도 처음 가 본다고 했는데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김보록 신부님의 집을 찾아갔습니다. 물론 그 옛날 집은 허물고 새로 지은 집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부활을 맞아 그곳에 김보록 신부님의 가족들이 다 모여 계셨는데, 족보를 따라가 보니 김보록 신부님의 증손자 되는 분들이셨습니다. 마침 함께 간 가족들이 저의 소개를 해 주셨고, 그분들 또한 아주 반갑게 저를 맞이해 주셨습니다.

100여 년 전, 이곳에 살던 신부님이 선교를 위해 대구로 오시고, 지금 제가 선교를 위해 이곳에 와서 그 신부님의 가족들을 만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참으로 주님의 섭리가 신비롭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특히 김보록 신부님의 조카 되시는 90세가 넘은 할머니가 이곳에 살고 계신다는 소식 또한 들었습니다. 다음 달에는 그 할머니를 다시 한 번 찾아가 뵙기로 했습니다.

김보록 신부님의 가족과 함께 계산주교좌성당의 제의방 바깥 모습이 꼭 닮은 것 같은 김보록 신부님의 어린 시절 성당으로 추정되는 성당 사진을 함께 보냅니다. 무척이나 의미있는 부활 대축일을 보내고 저는 다시 브장송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다음 주부터는 휴가기간인데요, 마침 프랑스에 와 있는 한국인 선교사 모임이 루르드에서 있어서 그곳에 참석하려고 합니다. 그곳에서 또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녀와서 다시 보고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대주교님, 영육간에 항상 건강하십시오. 저도 기도드리겠습니다.

- 프랑스 브장송에서 박준용 유스티노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