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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건강 365


조윤정|의사,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지난 달까지는 우리 몸에 필요한 미량 영양소 중에서 비타민의 종류와 각각의 특성들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이번 호부터는 무기질로 알려져 있는 몇 가지 영양소들에 대하여 알아 보고자 하는데, 그 중 철에 대하여 먼저 알아보려 한다.

철은 미량 영양소 중 오래 전부터 가장 많이 알려진 물질로, 모든 살아있는 유기체의 대사에 꼭 필요하며 사람에게는 백여 가지의 단백과 효소를 구성하는 필수 구성 성분이다. 철은 우선 우리 몸에서 산소 운반과 저장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헴(Heme)은 철을 함유한 화합물로, 생물학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많은 분자에서 발견된다. 혈색소(Hemoglobin)와 미오글로빈(Myoglobin)은 헴을 함유한 단백질로 산소의 운반과 저장에 중요하게 관여한다. 그 외에도 철분은 에너지 대사에도 관여하고, DNA 합성에도 도움을 주고 있으므로 우리 몸에서 꼭 필요한 무기질이다.

이렇게 다양하게 중요한 기능을 하는 철의 부족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영양 결핍 중 하나이다. 철 결핍의 위험이 증가하는 경우는 빠른 성장이 이루어져서 철의 요구량이 증가하는 생후 6개월에서 4세 사이의 유아기, 청소년기, 자라나는 태아와 태반으로 인한 철 이용률이 증가하는 임신시기, 기생충 감염이나 생리량 과다 등의 출혈로 인한 철 결핍이 나타나는 경우, 헬리코박터 감염이 있는 경우나 과도한 운동을 한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으며 채식주의자에게서도 철 결핍이 발생할 수 있다.

철 부족은 그 순서에 따라 저장철의 부족, 철 기능의 부족, 철 결핍성 빈혈 발생의 과정을 거친다. 철 결핍 빈혈이 발생한 단계가 되면 신체에 산소 공급이 부족하고 철에 의존적인 효소들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여 여러 증상이 유발된다. 빈혈과 연관된 철 결핍의 가장 흔한 증상은 피로, 빠른 심장박동, 두근거림, 운동 시 숨이 가빠지는 증상 등이다. 또 철 결핍은 여러 방면으로 운동수행능력과 업무수행력을 떨어뜨린다. 심한 철 결핍성 빈혈 시에는 부서지기 쉬운 스푼 모양의 손톱과 혀와 입술 가장자리의 궤양과 통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철분은 헴철과 비헴철 두 가지 형태로 존재하고 있는데, 헴철은 육류, 가금류, 생선류의 혈색소(hemoglobin)와 미오글로빈 속에 풍부하며, 비헴철은 식물, 낙농제품 등이 주공급원이다. 헴철은 흡수율이 좋고, 다른 음식의 영향을 받지 않는데 비하여 비헴철은 음식 속에 포함된 흡수 촉진 물질과 억제 물질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는다. 비타민 C와 다른 유기산 등은 비헴철의 흡수율을 높이고, 육류나 가금류 등의 헴철 자체도 비헴철의 흡수를 증가시킨다. 곡류나 콩류는 오히려 비헴철의 흡수를 저하시키므로, 철분 보충을 해야 하는 경우 함께 섭취하는 음식들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주변에 다양한 원인에 의해 철분의 보충이 필요한 경우들이 많은데, 철분 보충제를 먹게 되면 흔히 위장관 자극과 구역, 구토, 설사, 변비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대변 색깔도 일반적으로 검어진다. 철분에 의한 위장관 자극증상은 공복 시 철분 제제 복용을 피하고 음식과 함께 복용하면 이러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철의 1일 권장 섭취량은 20-50세의 성인 남성은 10mg, 여성은 14mg으로, 임신 시에는 10mg이 더 추가로 요구되며 50세 이상의 남녀는 8-9mg 정도가 권장된다. 또 14세 이상의 청소년과 성인(임산부, 수유부 포함)의 1일 최대 상한 섭취량은 45mg이며, 과량 섭취 시에는 철 중독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6세 이하 어린이들이 철 중독으로 사망에 이르는 가장 큰 원인은 우발적으로 철을 함유한 물질을 과량 복용한 경우이다. 원소철이 얼마나 흡수되느냐에 따라 철분의 독성이 결정되므로, 철의 과다복용은 응급상황에 속하며, 급성 철 중독은 우선 섭취한 지 1시간에서 6시간 이내에 구역, 구토, 복통, 검은색 변, 기면, 허약감, 빠른 맥박, 저혈압, 열, 호흡곤란, 혼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나 치명적이지 않다면 24시간 이내에 소실된다. 하지만 이런 증상은 다시 재발할 수 있고 심혈관, 콩팥, 간, 혈액, 중추신경 등의 심각한 부전을 초래할 수 있으며 철분 섭취 뒤 2-6주 후까지 지속될 수 있다.

철분은 철 결핍성 빈혈이나 하지불안증후군 등 철분이 결핍되어 있는 경우의 치료에 이용되지만, 철분상태가 정상인 일반적인 경우에는 철분이 체내에서 산화제 작용을 할 수 있으므로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을 주의해야겠다. 따라서 철의 보충이 필요한 경우라면 철 결핍에 대한 정확한 임상적 진단 하에 적정 용량, 올바른 방식으로 영양의 보충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