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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②
제3기 돌잔치 신앙고백


배명재(도미니코)|범어성당

찬미예수님! 오늘 부족한 저에게 세례성사 첫 돌 소감의 소명을 주신 하느님께 먼저 감사드리며, 냉담하지 않고 오로지 하느님의 말씀을 따르도록 지켜주시고 돌보아 주신 장병배 주임신부님과 형제자매님께도 감사드립니다. 하느님의 자녀로 태어난 지 벌써 1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이렇게 글과 말로 소감을 표현하기에는 과분할 만큼 저는 많은 은총과 자비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저와 같이 세례를 받으신 형제자매님들도 은총의 생활을 누리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세례성사의 큰 은총을 받은 저는 1년 전 감사와 축복으로 잠을 설치며 앞으로는 오로지 하느님만을 섬기며 모든 것을 사랑으로 신앙생활을 하겠다는 다짐으로 뜬 눈으로 밤을 새웠습니다. 하지만 며칠도 되지 않아 세례성사의 신비와 다짐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세례 전의 현실로 돌아가고 있는 저를 발견하고는 앞으로 어떻게 냉담하지 않고 착한 신자로 살아갈지, 하는 생각이 저를 무력하게 만들었습니다.

세례성사를 받고 첫 교중미사에 참석하였지만 예비신자 때와 다른 미사전례가 저를 당혹하게 만들었고, 주님의 기도 정도만 알던 저에게 세례성사의 신비로움과 경외로움은 어느새 사라지고 미사는 점점 힘들어가고만 있었습니다. 그리고 성당에 미사를 드리러 왔지만 저 혼자라는 생각에 더욱 힘들어 한 적도 솔직히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성모당 방문은 커다란 위안이 되었고 힘들 때나 외로울 때 자주 찾는 성지가 되었으며 어느 순간 모든 것을 성모님께 이야기하고 기도하도록 만들었습니다. 뭐랄까요, 성모당이 저에게 하나의 도피처가 되었다고나 할까요. 아직 하느님에 대해, 성모님에 대해 또 가톨릭신앙에 대해 무지한 것이 당연하겠지만 이것만이 가톨릭 신자의 모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곤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제야 비로소 조금 알 것도 같습니다만, 앞으로 성경공부와 미사참례, 교육, 피정 등으로 풀어가야 할 저의 숙제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이렇게 번민과 회의 속에 방황하고 있던 저를 예비신자 교리반 때부터 관심을 가져주신 한 형제님이 어느날 저를 레지오마리애로 이끌어 주었습니다. 그 형제님은 교중미사에도 저와 함께 해주셨고 또 그 레지오 단원들 역시 저를 반갑고 따뜻하게 맞이해 준 덕분에 조금씩 하느님과의 만남의 시간이 기다려지면서 레지오 회합 역시 기다려지기 시작하였습니다. 레지오 회합에 결석하는 날은 모든 단원들이 전화로 저의 안부를 묻고 걱정해 주었습니다. 특히 레지오 회합이 끝난 후 모임에서는 단원들이 자신들의 신앙생활경험담, 교리말씀, 봉사와 배려에 관한 사례들로 이야기꽃을 피웠고, 그 안에서 저는 공동체의 일원임을 느끼면서 신앙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이 세례 후 저의 모습이 밝아졌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친형제 이상으로 좋은 분들과 함께 한다는 이야기를 아들에게 해주었고 그 이야기를 들은 아들은 예비신자교리반에 입교하여 지난해 성탄전야미사 때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마침 그 날, 그동안 냉담을 하고 있던 아내도 세례식에 참석하여 아들의 세례를 축하해주면서 다시 한 번 하느님과의 만남을 통해 곧 냉담을 풀겠다는 약속도 하였으니, 하느님의 크나큰 은총과 신비를 다시 한 번 경험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세례를 받은 후에 어려운 시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형제님들께서 하느님을 위하여, 그리고 불우한 이웃을 위하여 봉사와 희생을 기꺼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넘어진 저를 일으켜 주었습니다. 또한 고통도 은총이라는 한 형제님과의 만남, 저보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성당의 모든 행사에 참석하여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모습을 보고 ‘이것이 바로 예수님의 모습’이라 생각하였습니다. “가난하고 소외받은 이들에게 해주는 것이 바로 나에게 해주는 것”이라는 성경말씀처럼 큰 것이 아니라 작은 일에도 자신을 내어주는 것이야말로 ‘냉담하지 말고 더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조그마한 것에 감사와 사랑을 하라.’는 말씀으로 와 닿았습니다. 물론 아직 많이 부족한 저이지만 앞으로 더욱 더 열심히 하느님만을 믿고 따르며 사랑할 줄 아는 도미니코가 되겠습니다. 하느님, 사랑합니다. 신부님, 사랑합니다. 형제자매님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