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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사랑나눔운동본부와 함께 하는 생명의 문화 확산을 위한 연중캠페인
이주민과 함께 살아가기


이관홍(바오로)|신부, 제4대리구 이주사목 담당(포항 다문화가정 가톨릭지원센터)

 매주 토요일 저녁, 죽도성당 옆에 위치한 포항 다문화가정 가톨릭지원센터에는 필리핀 출신 다문화가정 어머니들과 아이들, 그리고 고국을 떠나 열심히 일하며 살아가는 필리핀 이주노동자들이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합니다. 그들은 한국어, 영어, 필리핀어(따갈로그어), 세부아노 등 여러 가지 언어로 정답게 대화를 나누며, 주일미사 때 부를 성가 연습도 하고, 미사 후에 함께 나누어 먹을 음식도 준비합니다. 그러던 중 어느 꾸야(따갈로그어 : 형, 오빠)가 노래방 기계를 만지작거리더니 멋지게 노래를 부릅니다. 이어서 필리핀 출신 엄마가 유창한 영어로 팝송을 부릅니다. 그렇게 함께 저녁을 먹던 자리는 금새 춤과 노래가 어우러진 작은 파티가 됩니다.

주일 오후 3시, 포항 죽도성당에는 필리핀 이주노동자들, 다문화가정 어머니들, 아프리카, 인도네시아, 동티모르, 인도 등에서 온 유학생들, 포항에서 훈련 중인 주한 미군들, 경주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외국인 교수들, 포항항에 정박 중인 외항선의 선원들을 비롯하여 몇몇의 한국인들까지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한데 모여 주일미사를 봉헌합니다. 영어로 봉헌되는 미사 해설은 인도에서 온 유학생이, 독서는 주한 미군 2명이, 봉헌은 다문화가정 엄마가 맡아서 합니다. 그리고 필리핀어로 부르는 성가의 흥겨운 가락을 따라부르며 몸을 흔들기도 하고 서로의 손을 잡고 주님의 기도를 바치고, 포옹을 하고 뺨을 부비며 평화의 인사를 합니다.

미사가 끝나면 센터로 가서 음식을 나눕니다. 인도, 필리핀, 한국 등 매번 다른 나라의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서로 피부색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고, 사용하는 언어도 다르지만, 이 순간 만큼 하나가 됩니다. 이어지는 한국어교실에서는 한국어뿐만 아니라 한국의 요리와 문화 등을 배우며 ‘한국’에 대해서 알아갑니다.

 

고국을 떠나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고 기후나 음식, 그리고 문화도 낯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공동체를 만들어 서로 의지하면서 살아가게 됩니다. 특히 우리 사회는 다문화가정이나 이주 노동자들이 빨리 한국에 동화되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진정한 다문화사회를 위해서는 우리가 그들의 문화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외국에서 생활하는 한국 사람들이 한인 공동체를 이루고 교포성당에 다니는 것을 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입니다.

이주민들과 함께 살아가다보면 종종 참으로 딱한 일들이 발생합니다. 경제적인 문제로 고국에 방문하지 못하는 경우나 불법체류자이기에 몸이 아파도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 그리고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면 참 안타깝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 문제들은 공동체 안에서 해결하기도 하고, 많은 신자들, 특히 포항 가톨릭경제인연합회의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작년 겨울에 태풍이 필리핀을 강타했을 때에는 모금을 해서 필리핀 피해 지역을 직접 방문하여 도움을 주기도 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인종과 국적, 피부색을 초월하여 우리 모두의 하느님이십니다. 그리고 우리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형제자매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곁의, 이 땅의 이주민들은 관찰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형제, 자매라는 것을 꼭 기억하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