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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 교구 사료 담당 길젤라(스타니슬라오) 신부
하느님 뜻을 섬기며 사는 삶


김선자 (수산나) 본지 기자

붉은 물결이 휘날리고 있는 성모당 안에 자리한 대구대교구청, 그 안에서 사료담당으로 사목하는 길젤라(75세, 스타니슬라오) 신부를 만났다.

1955년 5월 사제서품을 받은 지 6개월만에 한국에 입국한 길젤라 신부는 “6.25사변 때 파리외방전교회 소속 신부 아홉 명이 북한의 소행으로 죽임을 당해 그 후임으로 한국에 오게 됐다.”며 우리 나라와의 인연의 시작을 말한다.

 

한국 교회의 역사와 함께 살아 숨쉬는 파리외방전교회를 길젤라 신부는 “아시아 각 지역에 신부를 파견하고, 신부들은 파견 지역에서 평생토록 전교에 종사하면서 인근 사람들을 대상으로 성직자 자질이 있는 사람을 선발, 그 지역 사람들로 하여금 교회를 운영할 수 있도록 선교하는 교구.”라고 소개한다.

 

길젤라 신부는 “한국이 어디에 있는지, 아무것도 모른 채 교구의 명대로 한국에 왔지만 사람들과 지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따뜻하고 감사할 줄 아는 한국민의 겸손함에 매료됐다.”며 어느덧 한국이 제2의 고향이 되어 버렸다고 말한다.

 

본당 사목보다 특수 사목에서 많은 활동을 해 온 길젤라 신부는 대전교구에서 활동하다 1961년부터 대구대교구 관할로 파견되었다. 같은 해 포항 예수성심시녀회 설립자 신부를 도와 수녀원의 규칙과 기틀 마련을 위해 힘을 쏟으며 고아원, 양로원, 나환자촌 등 사회복지시설 등을 돌보면서 20여 년을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생활했다.

 

그 당시의 기억이 가장 많이 남는다는 길젤라 신부는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수녀원 이전으로 장례식에 참석할 상황이 아니었는데 200여 명의 수녀님을 비롯한 1,000여 명의 양로원 식구, 고아원 식구, 나환자 촌 식구들이 바자회를 열어 어머니를 한국에 초청해 주셨다.”며 “그들도 어려운 가운데 나를 위해 마음쓰는 것을 보며 참 많이 고맙고, 행복하고 한편으론 미안했다.”고 회상한다.

 

성모자애원, 포항성심병원, 가톨릭병원, 자인성당, 논공가톨릭병원, 지례성당 등의 수많은 사목을 거친 길젤라 신부는 이제 사제생활 50년을 앞두고 있다. 지금도 교구 사료연구와 외국인 사목 활동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길젤라 신부는 “건강이 허락하고 이문희 대주교님이 필요로 하시는 그 날까지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하느님의 뜻을 섬기며 살아온 삶, 그 모든 것에 감사하다는 노사제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 기자의 마음에 하느님의 사랑이 더욱 충만한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