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버튼(Tim Burten) 감독의 영화 <가위손>은 기계인간 에드워드가 가위손을 한 채 살아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마을 사람들의 머리를 잘라주고 정원수를 가꾸는 장면이 있는가 하면, 비록 기계인간이지만 성탄을 앞두고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얼음을 조각하면서 눈으로 흩날려보내는 감동적인 장면도 있다.
‘가위’ 하나만 있으면 어디든지 달려가서 소외되고 아픈 이들을 위해 봉사하면서 인생의 아름다움을 창출해내는 이들, 바로 가톨릭 미용인회 회원들이다. 1990년 3월 창립된 가톨릭 미용인회(회장 : 김정순 모니카, 지도신부 : 허용 요셉)는 대구, 경북권의 복지시설을 방문하여 이·미용 봉사활동에 주력해 온 교회단체이다.
가톨릭 미용인회 ‘빛’모임이 시작된 것은 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미용실이 전교를 위해 참 좋은 장소일 것이라는 데 뜻을 같이 한 몇몇 회원들에 의해서였다. 낮에는 시간 내기 어려운 회원들이 저녁에 시간을 내어 교리와 성서공부를 하면서 봉사활동까지 생각하게 된 것. 처음엔 4~5명으로 출발한 회원수가 70여 명에 이르게 되었고, 각 회원들의 시간과 장소를 고려하여 조별로 나누어 봉사활동을 나가게 되었다.
20여 년 동안 대구대교구내 복지시설을 찾아다니며 미용 봉사활동을 펼쳐 온 가톨릭 미용인회 김정순 회장은 “저희들이 주로 찾아가는 곳은 불우시설인 까닭에 소외되고 가난한 어르신들의 이·미용봉사를 주로 하게 되는데, 매월 저희들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어르신들 생각에 거르지 않고 꼬박꼬박 가게 된다.”면서 “이발을 하고 퍼머를 하는 동안 그분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또 거울을 보며 깨끗해진 자신들의 모습에 어린이처럼 좋아할 때 참으로 가슴 벅찬 기쁨을 느낀다.”고 한다. 때때로 어떤 어르신은 언제나 무료로 머리 손질을 해주는 회원들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어 한푼 두푼 꼬깃꼬깃 모아둔 돈으로 참기름을 사서 살짝 손에 쥐어 준단다. 그럴 때면 서로 함께 눈시울이 뜨거워진다는 미용인회 회원들. “봉사활동을 다녀올 때면 더욱 삶의 의욕을 갖게 되고, 이웃을 위해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기쁨에 새롭게 잘 살아야지 하는 자신감을 얻게 된다.”는 봉사활동 2년차 정인아 씨.
현재 50여 명의 회원들은 주일 봉사와 각 요일 별 봉사로 나누어 쉼 없이 활동하고 있는데, 고령 성요셉재활원을 비롯하여 들꽃마을, 영천 나자렛집, 성심복지의원, 가톨릭피부과의원 등의 교회 기관과 일반 복지시설을 찾아간다. 방학 때는 회원들의 자녀들도 동행한다는데, 어릴 때부터 봉사하며 사는 삶을 자녀들에게 직접 보여주고 또 가족이 함께 봉사함으로써 아이들 역시 장차 이웃에 봉사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란다.
1주일에 한번 쉬는 날, 봉사자들을 모으기가 쉽지 않았다는 지난 시간들을 생각하면 지금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것 같아서 다소나마 마음이 놓인다는 김정순 회장, 하지만 이 모임에 관심 있는 신입회원들의 가입도 적극 권유하고 있다. 한 달 가운데 ‘봉사하는 날’을 우선으로 정해두고 그 외의 일들을 계획한다는 김정순 회장과 가톨릭 미용인회 회원들은 이·미용 봉사도 어르신들과의 특별한 약속이므로 어김없이 꼭 가야 할 일이라며, 힘닿는 데까지 봉사의 삶을 살아갈 것이라는 마음에는 한 치의 흔들림이 없다고 힘주어 말한다.
어려운 이들에게 밝은 ‘빛’이 되기를 원하는 가톨릭 미용인회 회원들, 그들의 손에서 반짝이는 가위의 현란한 움직임은 마치도 영화 속 주인공이 가위손을 이용하여 얼음으로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조각하면서 새하얀 눈을 만들어주는 아름다운 마음과도 같이 빛난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잊고 지낸 이들을 기억하며 이제 다시 사랑해야 할 때, 또다시 가위를 챙겨 복지시설 방문 채비를 서두르는 회원들의 손길도 마냥 분주하다.
* 가입문의 : (053) 425 - 0140 김정순(모니카) 회장
* 월례모임 : 매월 넷째 월요일 오후 8시 계산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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