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수회 사제로서 프랑스의 사상가이자 철학자이며 신학자이기도 했던 삐에르 떼이야르 드 샤르댕(1881-1955) 신부의 사상을 연구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 한국 최초로 창단된 한국떼이야르연구회. 이번 달 ‘만나고 싶었습니다’에서는 한국떼이야르연구회 정진주(미카엘라, 대봉성당) 회장을 대구. 남구 대명동 앞산밑 북카페에서 만나 그 창단배경과 연구회의 활동에 대해 들어보았다.
“떼이야르 신부님이 우주와 인간, 신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보고 배우기 위해 2008년 9월 이문희 대주교님의 지도로 5명이 모여 떼이야르 드 샤르댕 신부의 저서 《인간현상》을 같이 읽으면서 시작된 모임이 어느 새 6년이 되었고 그 사이 연구회원도 7명으로 늘었다.”는 말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정진주 회장은 “그동안 회원들과 쉼 없이 모임을 하면서 참으로 저 자신이 많이 변화되었다.”고 지난일을 기억했다.
한국떼이야르연구회는 전 대구대교구장 이문희(바울로) 대주교를 중심으로 각 분야의 전·현직 전문 교수들이 매주 한 번씩 만나 이문희 대주교가 초벌 번역한 떼이야르 드 샤르댕 신부의 과학저서 《인간현상》을 프랑스어, 독일어, 영어, 일본어 등의 여러 나라 출판물로 함께 읽고 분석하고 토의하며 비교, 수정해 나가는 것으로 시작하여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그동안 한국떼이야르연구회는 연구회원들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떼이야르의 사상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매년 특강을 열어 관심있는 이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특강내용과 떼이야르 드 샤르댕 신부와 관련 글들을 모아 엮은 《떼이야르 연구》를 1년에 1회 발행하여 전국 40여 명의 일반회원들에게 보내고 있는데, 올해 3호를 선보였다.

“떼이야르 신부님은 자신의 저서들을 통해 인류가, 우주와 인간이 최고의 목적인 오메가 포인트를 향해 다함께 나아가는 삶 -역동적이고 기쁘게 사랑을 살면서 완성에로 나아가는 삶-을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다.”고 들려주는 정진주 회장은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우리가 일상의 삶을 통해서 이 세상에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길 바라면서 사랑을 실천하고 적극적으로 신나게 살아가는 것이 곧 떼이야르의 삶을 사는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떼이야르 드 샤르댕 신부의 사상을 많은 이들에게 보다 널리 알리기 위해 2013년 한국떼이야르연구회가 한국 최초로 대구에서 정식 출범하면서 정진주 교수가 초대 회장을 맡았다.
초대회장으로서 부담은 없는지 궁금했다. 정진주 회장은 “신앙의 삶이란 것이 내가 뭘 하겠다는 것보다 매순간 주어지는 초대에 기쁘게 ‘예!’를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므로 그런 의미에서 이번 초대에 기꺼이 대답했다.”며 “한 사람 두 사람 더 많은 이들이 떼이야르 사상에 관심을 갖고 물이 흙에 스며들 듯이 알려져서 사람들의 신앙생활에 기쁨이 커져 간다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라고 답했다. 현재 국제연구회에서는 50여 개 나라와 회원들이 참여하여 잡지를 발행하고 있고 매년 학회도 열어 활발히 떼이야르 사상을 연구하고 있다. 또 떼이야르 신부의 글과 편지가 새로 발견되고 있어 한국떼이야르연구회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다.
정진주 회장은 “최근 바티칸의 신앙교리성 자문위원인 모리지오 그론키(Maurizio Gronchi) 신부가 떼이야르 드 샤르댕의 사상에 대해 ‘물질을 연구할수록 정신을 발견한다. 오늘날 신학은 우주와 인간의 역동적인 진화에 대한 고려가 깊어지고 있다.’고 말하며 ‘떼이야르 드 샤르댕 신부가 그 선구자’라고 했다.”는 말과 함께 ‘떼이야르 신부에게 과학과 신앙은 각각 고유한 영역에 있으면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서로 보완 관계이다.’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떼이야르 신부에 대한 바티칸의 시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렇다면 떼이야르의 사상이 지금 이 시대에 더욱 설득력있게 와닿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정진주 회장은 간결하게 설명했다.

“근래 우리 사회에 일어나는 사건사고들을 보면 우리 사회는 너무 법에 매여 살면서 어떻게든 법망만 피해가면 된다는 잘못된 사고에 젖어 그것이 잘못인지도 모르고 살고 있다.”며 “우리 신앙인들도 주님의 성찬례에 참여하는데 있어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태도 때문에 하느님 생명에 참여하는 큰 행복을 누린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했다.
평생 대학에서 후학 양성에 힘썼고, 정년 퇴직 후에는 한국떼이야르연구회의 회장으로 또 앞산밑 북카페 운영진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더욱 활발한 활동을 하며 기쁘고 역동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정진주 회장. 정 회장은 “더 많은 사람들이 떼이야르 드 샤르댕 신부님의 사상을 알게 됨으로써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처럼 ‘그리스도를 더 깊이 만나는 장’이 되는 것이 떼이야르연구회의 바람” 이라고 전했다.
신자이든 아니든 우리 모두 다함께 사랑의 삶을 통해 그리스도를 향하여 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삶, 그것이 바로 100여 년 전 떼이야르 드 샤르댕 신부가 그토록 간절하게 자신의 저서를 통해 우리에게 남긴 선물일 터. 그러므로 지금 이 순간 떼이야르 드 샤르댕 신부의 귀한 선물을 우리가 좀더 깊이 알고 음미하며 살아간다면 우리의 삶이 지금보다는 한결 따뜻하고 풍요롭지 않을까.
* 한국떼이야르연구회 회원가입 문의 : 053-622-1900 앞산밑 북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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