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깊은 영혼의 목소리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는 ‘뿌에리 깐또레스’(지도수녀 : 김정선 가타리나)의 연습이 한창이던 10월의 마지막 날, 대구대교구청 내 가톨릭 음악원을 찾았다. 올해로 창단 10주년을 맞이하는 대구대교구 가톨릭 음악원 소속 합창단 ‘뿌에리 깐또레스(‘노래하는 어린이들’을 의미하는 라틴어)’는 10세에서 17세까지의 어린이와 청소년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레고리오 성가 중심의 무반주 합창곡 연주로 가톨릭 교회의 전통적인 전례를 재현하려는 열망과 찬미를 통한 선교의 일익을 담당하고자 1994년 9월 17일 김정선 수녀에 의해 창단된 뿌에리 깐또레스. 3년 간의 준비를 거쳐 1997년 창단연주회를 가진 후로 그 실력을 인정받아 국내·외에서 수십회의 연주를 선보이며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1999년부터는 핸드벨 5옥타브를 구입하여 ‘사람의 영혼을 울린다’는 의미로 천상음악으로 일컬어지는 핸드벨 음악도 널리 알리고 있다.
조용히 연습실로 들어섰는데 단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안녕하세요.”라고 밝게 인사한다. 어른을 봐도 인사할 줄 모른다는 요즘 아이들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뿌에리 깐또레스 아이들은 열 번을 봐도 열 번을 인사한다.”고 말하던 누군가의 말이 생각난다. 음악으로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뿌에리 깐또레스 단원들에게는 인성교육도 아주 중요시 된다고. 신앙의 소리를 전하는 아이들이기에 그 마음가짐부터 바르게 가지도록 교육하는 김정선 수녀의 정성이 보인다. 김정선 수녀는 “어떤 장소든 누가 있든지 간에 모든 연주를 다 중요하게 생각하라.”고 가르친다며 “최고의 연주는 미사 때 노래 부르는 것.”임을 잊지 않도록 항상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뿌에리 깐또레스 단원들은 노래와 핸드벨 연습에도 열심이지만, 연습이 있는 날이면 가톨릭 음악원의 화장실, 연습실, 복도 청소는 물론이고 성서를 읽고 나누기 하는 시간도 가진단다.
지난 9월에는 일본 아키타현으로부터 한국 대표로 초청 받아 일본에서 음악회도 가졌다. 그곳에서 뿌에리 깐또레스는 단독 연주와 함께 일본 청소년 핸드벨팀의 연주에 맞추어 평화를 기원하는 노래도 부르며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고. 문유리(요안나, 고1) 단원은 “말은 안통하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합창단으로 우리가 초청되어 일본 아이들과 함께 연주했던 터라 기억에 많이 남는다.”며 그 소감을 전했다.
뿌에리 깐또레스는 2000년 벨기움에서 열린 국제 그레고리오 성가 페스티벌에서 호평을 받았고 성베드로 광장에서 교황 집전의 성령강림대축일 미사에서도 성가를 불렀다. 2002년 10월에는 부산 합창 올림픽 무반주 합창 부문에서 동메달을 획득하기도 하였다. 이 외에도 국제 그레고리오 성가 페스티벌, 지하철 참사 추모제, 청소년 합창 페스티벌 참가 그리고 교구행사와 본당행사 등에 초청되어 많은 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현재 뿌에리 깐또레스에는 연주반 33명, 배움반 12명의 아이들이 활동하고 있다. 연주반은 말 그대로 공연 때 연주하는 아이들이고, 배움반은 오디션에 합격한 뒤 일 년 동안 기초를 닦는 반이다. 일 년 동안의 기초교육을 거쳐 최종시험에 합격하면 연주반으로 올라갈 수 있다. 오디션 때는 청음과 피아노 연주, 노래실력 등을 평가한다. 김정선 수녀는 “적은 인원을 선발하여 일 년 동안 일대일 교육을 통해 기초를 확실히 가르치고 있다.”며 “음악이든 공부든 기초가 가장 중요.”함을 강조했다. 지금의 뿌에리 깐또레스가 있기까지 어떠한 과정을 거쳤는지 짐작해 볼 수 있었다.
탄탄한 기초교육 과정을 거친 터라 단원들에게 라틴어로 된 그레고리오 성가 악보를 주고 외워 오라고 하면 일주일 내에 다 외워서 올 정도의 실력이란다. 아직 어린 단원들에게는 악보를 보고 외우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닐 터. 하지만 다정하게 가르쳐 주는 선배 언니들이 있어서 든든하다고 어린 단원들은 말한다. 오랜 시간 함께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다보니 부족한 점은 서로 채워주며 돈독한 형제애도 체험하고 있는 것이다.
창단 후 10년이 흐르다보니 뿌에리 깐또레스 거쳐간 선배들이 대학 재학 중에 또 대학을 졸업하여 이곳을 다시 찾아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다. 대부분의 단원들이 대학진학 시에도 계속 음악을 전공하는 경우가 많다고. 마침 배움반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1기생 임선희(헬레나) 씨는 “제가 어릴 때부터 사춘기 때까지 ‘뿌에리 깐또레스’로서 보낸 시간들이 많아요. 제가 받은 것이 많다보니 결국 다시 이곳을 찾게 되고 또 후배들에게 작은 도움이라고 주고 싶네요.”라며 봉사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뿌에리 깐또레스는 방학이면 조용한 곳으로 가서 9박 10일 동안 음악캠프를 한다. 평소에는 학업 관계로 주일 외에는 연습할 시간이 잘 나지 않지만 캠프를 통해 하루에 8시간 이상씩 노래도 부르고, 신발정리에서부터 이부자리 정리, 밥상 차리기, 문안 인사 등 작지만 기본적인 예절교육도 함께 받는단다.
지금의 뿌에리 깐또레스가 있기까지 김정선 수녀의 수고로움이 가장 컸을 터. 김정선 수녀는 “매일매일 보람을 느낍니다. 하느님의 계획 아래 아이들을 만났고 황무지에서 보물을 끄집어 내듯이 아이들의 실력을 갈고 닦는데 힘쓰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제대로 배워서 나중에 어른이 되어 각 본당 성가대 등에서 제대로 봉사했으면 좋겠어요.”라며 작은 소망을 이야기했다.
뿌에리 깐또레스 단원들에게 각오를 물어보았다. “지금보다 더 열심히 연습해서 저희 노래를 듣는 모든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싶습니다.”라고 한 아이가 말하니 또 다른 아이가 “저희가 더 마음을 모아 연주해서 몸이 불편하거나 어려운 사람들에게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따뜻함이 묻어나는 각오를 말했다.
떠나려는데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노래라며 ‘This song for the children’을 들려주었다. 웃는 소리도, 말할 때도 노래하는 것처럼 예쁘던 아이들의 천사같은 목소리. 깊어가는 늦가을의 정취보다 더 깊은 울림이 마음에 전해졌다. 노래도 잘하지만 마음이 따뜻한 아이들, 기도하는 마음으로 연주하는 이 아이들의 모습이 많은 이들이 가슴에 작은 평화와 전례의 깊이로 다가오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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