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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노래를 주님께
올리비에 메시앙(1908
-1992) <그리스도의 부활> : 오르간 곡집 “거룩한 성사


박수원(프란치스코 하비에르)|교수, 오르가니스트

 

 

“여름의 절정을 맞이하면서 산과 들은 초록빛으로 가득하다. 한낮의 뙤약볕 속에서 마당에 끼얹은 물이 날아가며 풍기는 그윽한 땅 내음을 맡으며 호젓한 그늘 아래 자리 잡는다. 누가 나를 보아도 상관없다! 매미소리 들으면서 팔을 베고, 편하게 누운 채로 낮잠을 청하고픈 마음 간절해지는 바로 이 순간, 찬 서리가 낀 유리잔에 연한 금빛 맥주를 가득 따라 꿀꺽꿀꺽 한입에 들이키면 얼마나 시원할까!”

저 멀리 자연으로 떠나는 바캉스를 꿈꾸면서 벌건 대낮의 한 장면을 그려보았다. 이렇게 우리 일상의 희로애락은 보고, 듣고, 맛보고, 냄새 맡고, 손끝으로 느끼는 이른바 ‘오감(五感)’을 통해 이루어짐을 깨닫게 된다. 여름 풍경을 보면 매미 소리가 들리는 듯하고, 시원한 맥주광고를 보면 누구나 갈증을 느끼면서 침을 삼키게 되며, 또 이런 가운데 ‘작은 행복’의 흐뭇한 정서까지 느끼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릴 적부터 쌓아온 수많은 경험을 통해 모든 감각이 연관되는 것을 간접적으로 체험하지만, 아주 드물게 백명 중 네 명 정도는 실제로 몸의 신경이 비정상적으로 서로 이어져서 듣는 것이 색깔로 보이기도 하고, 색깔이 소리로 들리기도 하는 ‘공감각(Synesthesia), 혹은 다중감각’ 증상을 안고 살아간다고 한다. 그 유명한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물에 돌을 던져 파장이 번져나가는 것을 보면서 실제로 귀로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고 하며, 또 프랑스의 시인 랭보는 종이에 적힌 알파벳을 읽을 때마다 “A는 검은색, E는 흰색, I는 빨간색, O는 청색, U는 녹색”으로, 마치 칼라인쇄 된 것처럼 볼 수 있었다고 한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작곡가 올리비에 메시앙 역시 이와 같은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는 어떤 소리를 들으면 그 색깔을 볼 수 있었다고 하는데, 우리 같은 “정상인”들에게는 불협화음으로만 들리는 화음덩어리들이 실상은 현란한 색채의 스펙트럼이었을 것으로 미뤄 짐작할 뿐이다. 어느 날 메시앙은 알자스 로렌 지방의 이젠하임 제대에 그려진 옛 그림을 보게 된다. 16세기 화가 마티아스 그륀발트가 그린 예수 부활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 아름다움에 놀라 멋진 음악을 지어내기에 이른다.

“이 그림에는 부활한 그리스도가 무덤으로부터 날아오르는 모습이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몸에서는 초록색 빛이 뿜어져 나오고 보라색과 붉은색이 수의를 물들이고 있지요. 참으로 기가 막힙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의 몸에서 나온 빛이 수의 자락에서 비롯해서 그림 전체를 휘감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바로 이런 것을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엄청난 소리, 힘차고 감당할 수 없는 소리, 특히 너무나 휘황찬란하고 황홀한 색채감을 소리로 나타내고 싶었습니다.” - 메시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