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끔찍한 결말”
모리스 준델 신부가 말했다. “사제직은 때때로 방향을 잘못 잡을 수 있습니다. 사제직에서 그리스도의 위격과 공동체에서 이루어지는 철저하고도 절대적인 포기를 보는 대신에 비상한 전달 능력을 보았을 때, 사제직은 ‘끔찍한 결말’에 도달하게 됩니다.”(성체성사에 대해서, 모리스 준델, 25면) 사제의 삶이 잘못되면 비참하고도 ‘끔찍한 결말’을 가져온다. 최근에 유병언 사이비 종교인의 비참하고도 ‘끔찍한 결말’을 보았다. 예수님의 말씀을 더 진지하게 묵상하게 되었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그러나 소금이 제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다시 짜게 할 수 있겠느냐? 아무 쓸모가 없으니 밖에 버려져 사람들에게 짓밟힐 따름이다.”(마태 5,13)
몇 년 전에 한국사회의 직업인 신뢰도 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우리 천주교 사제들이 1위를 차지하였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가 못하다. “응답하라, 2014 한국교회”(가톨릭신문 2014.6.8)에서 솔직하고도 슬픈 지적을 내놓았다. “개신교 목사를 비롯한 교직자들이 뭇사람들의 지탄의 대상이 된 지는 이미 오래 전이다. 가톨릭교회는 그 여파에서 밀려나 있는 듯했지만, 한동안 이웃종교에 머물던 손가락질은 어느새 가톨릭교회의 변두리를 넘어 중심을 향해 가고 있다. 아버지의 집 한 켠이 무너져 내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의 한복판에 사제들이 서 있다는 점에 대체로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는 분위기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공감대가 시간을 거듭할수록 증폭되고 있다는 점이다.(2014.7.13)
“쇄신 제1순위, 사제들”
신문은 설문 조사를 통하여 응답자(734명) 가운데 100%가 “쇄신의 절대적인 필요성”을 말하면서 “쇄신 제1순위, 사제들”이라고 응답하였다. 그리고 “쇄신의 긴급한 영역 중 1위는 단연코 ‘성직자들의 권위주의적인 성직자들의 태도와 성직중심주의적인 교회 운영’을 한국교회에서 쇄신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지적하였다. “쇄신 제1순위, 사제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할 수도 부인할 수도 없는 부끄럽고도 충격적인 말이다. 수원교구 사제 성화의 날에 사제들 자신들의 입으로 말했다. “사제들이 ‘새로운 복음화’를 위해 가장 먼저 쇄신되어야 할 대상으로 사제들 스스로를 지적하였다.”(가톨릭신문 2013.6.16)
또한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도 “사제들이 부를 쫓거나 헛된 것을 찾으면 목자가 아니라 늑대가 된다. 〈중략〉 사제나 수도자, 주교, 추기경, 교황이라 하더라도 이 세속성의 길을 걷기 원한다면 살인자의 태도를 보이는 것입니다.”(평화신문, 2014.5.11) 그리고 또 말씀하셨다. “우리는 자주 은총의 촉진자보다는 은총의 세리처럼 행동합니다. 그러나 교회는 세관이 아닙니다.”(「복음의 기쁨」 제47항) 가톨릭신문은 “신자들의 뇌리에는 ‘사제’하면 ‘사목자’라는 의식보다는 ‘관리자’라는 인식이 먼저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게 오늘날 한국교회의 현실이다. 하느님 나라로 가는 세관, 사제는 세리가 되고 만 형국이 펼쳐지고 있다.”(2014.7.13)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사제들의 쇄신”
“많은 평신도들이 ‘사제가 변해야 교회가 변한다.’고 말합니다. 사제들은 ‘주교가 변해야 교회가 변한다.’고 말합니다. 이미 몇 년 전 서울대구교 시노드 때 설문 조사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맞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주장해서 ‘사제’나 ‘주교’가 변하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나 자신이 변해야 합니다.”(사목정보 2014년 8월호 14면)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자기반성, 즉 ‘자기 복음화’라는 놀라운 선물을 내놓았다. 최근에 열린 ‘책, 세상을 열다’포럼에서 한형조 교수는 “자기반성 없이 외치는 사회개혁은 공염불이다.”고 말했다.(2014.7.29 조선일보) 칼릴 지브란도 말했다. “남의 잘못을 아는 것보다 더 큰 잘못은 없다.” 예수님께서도 말씀하셨다. “너는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마태 7,3)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도적 권고인 「복음의 기쁨」과 “응답하라, 2014 한국교회” 기획 기사를 읽으면서 생각했다. “사제들만 쇄신되면 우리 교회는 틀림없이 쇄신된다.” “사제들의 쇄신 없이 교회 쇄신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일반 신자들에게는 하느님의 자비를, 성직자들에게는 강력한 쇄신을!”(가톨릭신문, 2014.6.8) 요청하셨다. 필자는 큰 소리로 외치고 싶다.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교회의 쇄신!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사제들의 쇄신!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나의 쇄신! 은퇴를 눈앞에 둔 나 자신의 쇄신에 목숨을 걸고 싶다. 그리고 대구대교구의 모든 사제들에게도 감히 외치고 싶다. “응답하라, 2014 대구대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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