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한 번도 빠짐없이 정기전시회를 통해 회원들의 신심을 작품으로 승화시키며 교회미술발전에 기여해 온 대구대교구 가톨릭미술가회. 이번 달 ‘만나고 싶었습니다’에서는 가톨릭미술가회 고수영(베드로, 중방성당) 회장을 그의 작업실 성(聖)미술연구소에서 만나 그 활동에 대해 들어보았다.
뜨거운 공기로 뒤덮인 여름날 오후, 경산시 압량면에 위치한 조각가 고수영(베드로) 회장의 스튜디오 성(聖)미술연구소를 찾았다. 성(聖)미술연구소는 고수영 회장과 그의 아내 허선희(마리넬라) 조각가의 작업실이 있는 공간이다. 연구소로 향하는 마을 입구에는 활짝 핀 연꽃과 초록의 연잎이 더위에 지친 눈을 서늘하게 해주었고, 한적한 연구소 앞마당에서는 주홍빛 참나리꽃이 햇살만큼이나 뜨겁게 반겼다.
한창 작업 중이던 고수영 회장이 땀을 비 오듯 흘리며 마중을 나왔다. 연구소와 맞닿아 있는 화랑 겸 카페 ‘갤러리in숲’으로 자리를 옮겨 인터뷰를 이어갔다. “8월 중순까지 마무리해야 할 작품들이 있어 폭염에도 작업을 하고 있다.”는 고수영 회장은 “지난해 늦가을 즈음, 미술가회 회장으로 뽑히고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일도 많고 앞으로 치러야 할 전시회도 여럿 있다.”며 바쁜 일정들을 들려주었다.
이미 지난 6월 전국교구 가톨릭미술가회원들이 참여하는 한국가톨릭미술가협회 회원전이 인천교구 주최로 인천에서 열렸고, 그 뒤를 이어 한국순교자 124위 시복(대구순교자 20위 포함)을 경축하는 시복경축문화예술제(2014. 8. 20-30) 축제 안에 미술가회의 전시회가 대구대교구청에서, 또 10월에 개최될 가톨릭미술가회 창립 40주년 정기전시회가 대백프라자갤러리에서, 12월 CU갤러리에서 열릴 회원 소품전 등이 올 한 해 계획된 큰 행사들이다. 고수영 회장은 “특별히 2014년 미술가회 창립 40주년을 맞아 그 의미를 부각하고자 원로작가들을 초대하여 좀더 뜻 깊은 전시회를 구상 중에 있다.”고 들려주며 “전시회 작품판매 수익금의 절반은 100주년 기념 주교좌 범어대성당 성전건립기금으로 봉헌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12월에는 회원 소품전을 열어 그 수익금으로 미술가회의 기금을 마련할 생각이라고도 말했다.
학기 중에는 대학에 출강을 하고 그 외 시간들은 끊임없이 작품구상과 작업에 몰두하며 개인전과 단체전 등 창작활동과 후학양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고수영 회장은 2011년 대구대교구 100주년을 기념하며 열렸던 한국가톨릭미술가 100인 초대전(展)을 오래 기억한다고 했다. 그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과 라파엘 모겐의 최후의 만찬 판화를 기초로 제작한 예수 그리스도의 12제자 브론즈 성상을 100인 초대전에 전시했는데 많은 관람객들이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고 떠올렸다. 사실 엄청난 크기의 12제자 브론즈 성상은 사실적인 표현과 세밀한 묘사로 마치 곁에서 말을 건넬 듯 생동감 넘치는 눈빛이 작품을 감상하는 이들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조각가로서 나란히 같은 길을 가고 있는 고수영 회장의 아내 허선희 작가와는 대학에서 만나 지금까지 든든한 동반자로 한 방향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함께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난 고수영 회장은 그동안 ‘소리’를 주제로 한 다이나믹하고 스피드했던 작품성향에서 한 단계 뛰어넘어 ‘인체의 역동성’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만들어 왔다. 그리고 6년여의 이탈리아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뒤 ‘연기’ 시리즈를 구상하며 작업하였고 최근에는 ‘향기’를 작품 속으로 끌어들였다. “연기를 주제로 한 작품은 너무 추상적이어서 대중에게 다가서기 힘들었다.”고 털어놓는 고수영 회장은 “오랜 고심 끝에 작품성과 대중성이 함께 어우러지는, 즉 추상과 구상이 잘 조화를 이루는 ‘향기’를 작품 속에 담아냄으로써 대중들에게 한층 친근하게 다가가기를 바랐고 그렇게 되고 있다.”고 했다. 그런 까닭에 그는 주로 대리석과 동으로 작업하는 자신의 작품에 꽃, 나무 등 자연의 향기뿐만 아니라 사람이 지닌 본연의 향기가 스며들도록 추구한다. 따라서 고수영 회장에게 작품은 일반 대중이 보다 친근하고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것, 바로 그것이다.
이와 더불어 그의 작품에서 이제 성상(聖像)을 빼놓을 수 없다. 신자가 아니었던 고수영 회장은 12제자 성상 작업을 의뢰받고 세례를 받아야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아내가 이미 신앙생활을 하고 있었기에 도움이 컸다.”는 고수영 회장은 “7년 전 성주성당에서 가톨릭 미술가회 담당 김도율 신부님께 교리를 배워 ‘베드로’라는 이름으로 세례를 받았고 세례 후 첫 성상 작품이 12제자”라고 했다. 세례 이후 자연스럽게 성상 작업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고수영 회장은 “성상을 만들 때면 깊은 묵상과 기도 안에서 영적인 마음으로 작업에 임하려고 애쓴다.”며 성상 작업과 관련하여 한 가지 당부의 말도 전했다. “교회 안에 다양한 성상들, 즉 아기예수상, 성모상, 성요셉상, 십자가의 길 14처, 제대십자가, 본당 주보성인 등등 여러 성상이 있는데, 새로 성상을 제작하고자 하는 본당이나 기관, 시설들에서 지역의 작가들, 미술가회 회원들에게 작업의 기회를 부여해 준다면 작가들도 교구민으로서의 자부심을 갖고 더 열심히 작업에 임할 것”이라고 했다.
가톨릭미술가회 회장으로 교구 일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는 내년 즈음 부부 전시회도 기획하고 있다는 조각가 고수영 회장. 인터뷰 말미에 그는 “앞으로 개최될 회원 전시회 때 우리 가톨릭미술가회 회원분들이 좀더 종교적인 색채에 맞는, 단체전의 의미에 맞는 작품들을 선보이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열정적인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자연 속에서 자연과 벗하며 작품에 사람과 자연의 ‘향기’를 담으려 애쓰는 조각가 고수영 가톨릭미술가회 회장. 그는 올 한 해,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운 열정으로 작업에 몰두하며 향기로운 해를 맞고 있다.
더 많은 정보는 www.kohsooyoung.co.kr 또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서 조각가 고수영을 입력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