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저는 중학생을 둔 엄마입니다. 요즘 아이가 말을 안 들어서 무척 힘이 듭니다. 초등학교 때는 말도 잘 듣고 학교에서 반장도 하며 공부도 잘하고 성당도 열심히 다닌 착실한 아이였는데, 중학생이 되면서 정말 말을 듣지 않습니다. 성당도 나가기 싫어하고 시험기간이 되어도 공부는 하지 않고 틈만 나면 스마트폰을 보고 있거나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동생은 착실하게 말을 잘 듣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사춘기를 앓고 있는 형의 나쁜 모습을 동생이 배울까봐 겁이 납니다. 요즘 아이 때문에 남편과 종종 다투는 일이 생기는데 그럴 때면 남편은 제게 “당신이 자식교육을 잘못 시켜서 그렇다.”고 비난합니다. 어떻게 자녀 교육이 저 혼자만의 책임입니까? 무관심한 남편을 보면 화가 나고 억울합니다. 누구는 아이를 잘못 키우고 싶겠습니까? 여름방학에는 학원에 가기 싫어하여 지금 완전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빨리 개학을 해서 아이들이 학교에 갔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 제 기도가 부족해서 아들이 자꾸 엇나가는 것 같아서 더 많이 기도하고 희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기도회나 피정, 좋은 말씀을 들을 수 있는 곳을 알려 주시면 좋겠습니다.
A. 안녕하세요, 무더운 여름 어떻게 잘 보내셨는지요? 아직 더위가 가시지는 않았지만 곧 풍성하고 넉넉한, 그리고 높고 맑은 하늘이 아름다운 그런 계절이 오겠지요.
정말 속상하시겠어요. 얼마나 사랑하며 애지중지 키운 내 소중한 아이인데…. 세상에서 공부를 제일 잘하고 말을 잘 듣고 출세하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고 조금만 더 노력해서 본인이 행복할 수 있는 수준까지만 되어주기를 바랄 뿐인데 왜! 도무지! 내 마음을 몰라주는지 정말 답답하고 화도 나실 것 같아요. 또 이런 ‘나’의 마음을 이해해주지 않는 무심한 남편은 이것저것 옳고 그름만 따지고 있으니 정말 서럽고 속상하시겠어요. 그래도 자매님의 그런 느낌은 모두 ‘아이를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다시금 일깨워드리고 싶습니다.
사실 참 조심스럽게 글을 써내려 가봅니다. 왜냐하면 열이면 열, 거의 모든 어머니들이 자녀에 대해, 그리고 자녀 교육에 대해 본인이 생각하는 것과 다른 의견을 듣거나 요구받을 때 ‘내 아이를 잘 몰라서 그렇다.’고 생각하며 굉장한 거부감, 심지어는 실제로 공격성을 표현하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에요. 저도 그런 일을 종종 겪는데요, 그럴 때면 한걸음 물러설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랍니다. 혹시 지금 이 단락을 보시면서 자매님의 마음과 생각 속에 불쾌감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으시다면 더 읽지 마시고 그냥 덮으세요. 그리고 눈을 감고 5분 동안 천천히 숨을 고르면서 마음으로 예수님께 자비나 평화를 청하는 시간을 갖도록 해보세요. 그리고 다시 읽어 주세요.
먼저 한 가지 질문을 드려봅니다. 지금 저에게 편지를 보내신 목적이 무엇인가요? ‘자녀를 잘 키우는 방법’ 혹은 ‘아이가 조금만 더 자신을 사랑하며 살기를 바라는 것을 일깨울 수 있는 방법’인가요? 아니면 자매님 자신이 위로 받고 싶거나 ‘나는 틀리지 않았다.’는 지지와 인정을 받고 싶은 마음인가요? 저에게 편지를 쓰신 목적을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두 번째 질문을 드려봅니다. 아이의 문제가 정확하게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공부를 안 하는 것? 성당에 안 나가는 것? 말을 안 듣는 것? 아니면 이것 저것 모든 것이 다 문제입니까? 아니면 자기 자신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만큼만 되기를 바라시는 것입니까?
마지막으로 질문을 하나 더 드려봅니다. 지금 자매님께서 진정으로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가요? 아이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라면, 앞으로 아이 대학교 진학, 취업, 결혼 등 수없이 많은 문제들이 생길 텐데 지금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자매님이 원하는 것의 최종목표입니까? 아니면 남편께서 자상하고 인자한 모습으로 자매님을 있는 힘껏 지지해 주고 사랑해 주는 모습이 되기를 바라시는 것입니까? 이런 것 말고, 자매님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기도회나 피정 장소 혹은 소위 족집게 같은 그런 사람을 소개 받고 싶으신 건가요? 하지만 기도는 그렇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너무 잘 아시잖아요. 물론 얼마나 답답했으면… 하는 마음이 느껴지지만 지금은 해결책이 아니라 핵심문제와 핵심감정을 탐색해보시는 것이 먼저인 것 같습니다.
위의 세 가지 질문을 자매님 자신에게 솔직하게 물어보시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기도드리는 마음으로 질문에 대한 답을 종이에 하나씩 찾아 적어보시기를 바랍니다. 지면의 한계가 있지만 이러한 작업을 통해서 ‘부착’되어진 내 문제 혹은 ‘부정적 애착형성’에서부터 서로가 올바른 관계를 맺기 위한 ‘분리’ 작업이 가능하게 됩니다. 지금 최우선적으로 제가 드리고 싶은 방법은 자매님 자신에 대한 탐색과 가족이라는 유기적 연결에서 상호상승 에너지가 생성될 수 있는 ‘분리’작업을 하셔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더 많은 상담과 문의는 ‘소람’으로 연락주세요. 자매님은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소(중한 사)람’입니다. 아멘.

* 아래 주소로 여러분의 고민을 보내주시면 채택하여 김종섭 신부님께서 지면상담을 해주십니다.
·이메일 : soram3113@hanmail.net ·전화 : 053-250-3113
·우편 : 대구광역시 중구 남산로 4길 112 천주교 대구대교구 월간<빛>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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