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경하올 대주교님, 볼리비아에서 선교사목 중인 고태권 신부 인사드립니다. 한국의 올 여름 날씨가 유난히 덥다고 하던데 건강히 지내시는지요? 남반구인 이곳은 7~8월이 겨울이라 아주 춥지 않은, 마치 한국의 가을처럼 선선합니다.
저는 지난 7월 초에 에스파뇰 어학연수를 했던 코차밤바(비행기로 1시간 정도의 도시)에서 이곳 산타크루즈 그리스도 살바도르, 저희 본당으로 돌아 왔습니다. 본당에 돌아오자마자 미국 뉴욕과 마이애미 한인본당연합의 청년과 청소년들이 본당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집을 지어주는 ‘미션’이라는 프로그램을 함께 하였습니다. 동시에 이들과 함께 왔던 뉴욕 한인본당의 의료봉사팀과 함께 지냈는데, 이 프로그램은 6년 동안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멀리 미국에서 온 한인 신자분들과 우리 본당 볼리비아 신자분들 사이에 언어의 장벽은 있지만 하느님 안에서 일치하는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미국에서만 살던 청소년들도 이곳 볼리비아의 청소년들이 비록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통해 물질적 풍요가운데 빈곤한 자신들의 영혼과 마음에 대한 인식과 감사함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지, 볼리비아에 처음 도착했을 때는 어색하고 낯설어 하더니 나중에는 조금씩 편안하고 행복해지는 얼굴로 변화되었습니다. 저 역시도 우리 안에 함께 하시는 하느님을 만날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본당에서 처음 하는 행사라 더욱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습니다.
대주교님, 저는 이곳에서의 하루하루 모든 것이 새롭습니다. 아마도 모든 것이 낯설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아주 간단한 말도 하지 못해 얼굴 표정으로, 그림으로, 몸으로 우리 본당 신자들과 이야기하는 때가 훨씬 더 많습니다. 하지만 신자들은 그런 동양인 신부를 마음으로 이해하고 헤아려 주니, 그들에게 사랑받고 있음에 감사드리고 이곳으로 초대해주신 하느님과 저를 이곳으로 보내 주신 대주교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선배 신부님들(마석진 신부, 고영일 신부, 연상모 신부)도 제가 이곳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사소한 부분까지 배려해 주시니 한결 마음이 든든합니다. 한국과 달리 모든 것이 낯설지만 동시에 모든 것이 낯설기에 하느님의 사랑과 저를 사랑해 주는 분들의 사랑을 더 많이 느낄 수 있어 참 행복한 이곳 볼리비아에서의 삶입니다.
다시 한 번 볼리비아에서 살 수 있도록 허락해주신 대주교님과 이곳을 거쳐 가신 많은 선배 신부님들, 그리고 우리 교구 사제단과 기도해주신 신자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건강하시고 늘 기도 중에 일치를 이루겠습니다.
2014. 7. 23. 볼리비아 그리스도 살바도르 본당 고태권(그레고리오) 보좌신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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