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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마음으로 세상보기
전례의 활성화를 위하여 전례 속으로 빠져 듭시다


정인용(바르톨로메오)|동명성당 주임신부

우리 교구 2014년도 교구장 사목교서의 지침이 새로운 복음화를 위한 ‘전례와 선교의 활성화’인 것은 다들 알고계실 것입니다. 이를 위해 각 본당 공동체에서는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특히 전례에서는 신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의식의 고취를 위하여 미사 해설이나 독서에 더욱 많은 분들이 하실 수 있도록 배려하기도 하고 전례교육이나 특강을 실시하는 곳도 많은 것 같습니다. 전례에서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전례의 규정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전례의 참 뜻을 찾아서 알도록 젖어드는 일일 것입니다.

우리 형제자매님들께 전례는 하느님께서 우리를 지극히 사랑하셔서 구원하시는 은총을 받는다는 데에 그 뜻이 있습니다. 모든 성사가 그러하고 전례의 가장 크고 중심이 되는 미사가 그러합니다. 미사는 하느님의 말씀을 들음과 성찬예식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하느님을 섬기는 가장 중요한 부분인 성찬예식의 본질적 표현은 ‘감사’입니다. 내가 무엇을 하느님께 바쳐서 성립되는 섬김(예배)이 아니라 오히려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것을 한껏 받아들임으로써 이루어지는 섬김이기 때문에 감사인 것입니다. 미사는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지극히 사랑하셔서 당신 자신을 봉헌의 예물로 내어주시고 당신자신을 우리에게 베풀어 주심으로 우리를 생명과 구원으로 이끄시는 기막힌 사랑과 은총의 시간이자 자리입니다. 우리는 그저 감사하게 받을 뿐입니다.

형제자매님들께서는 귀한 시간을 내고 아까운 돈을 바쳐가며 왜 성당에 가십니까. 영화관에 영화를 보러가서 영화에는 관심 없고 다른 것을 하면 아무리 좋은 영화라도 내용도 모르고 재미도 있을 수 없고(진짜 재미없는 영화도 있습니다만) 시간과 돈이 아까운 것이 됩니다. 안타깝게도 어떤 분들은 전례를 하나의 형식적인 예식(?) 정도로만 생각하고 그냥 의무적으로 행하는 자세를 가지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미사 때에도 뒷자리와 구석 자리를 찾고, 지루해 하고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것 같습니다. 전례에서, 특히 미사에서 생각과 마음이 콩밭에 가 있으면 그 안에 담겨있는 참 뜻도 알 수 없고 하느님의 사랑도 깨닫지 못하며, 하느님의 은총도 내 안에 담겨지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기쁨을 잃어버리고 마지못해 하던 미사에 빠지게 되고, 고해성사도 부담스러운 것이 되어 마침내는 신앙이 그 생기(生氣)를 빼앗기게 됩니다.

인간은 스스로는 살 수도 없고 자신의 힘만으로는 어떤 것도 할 수 없음을 왜 모르겠습니까. 우선은 음식을 먹고 그 에너지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처럼 우리 신앙과 참다운 삶을 위한 힘을 전례를 통해서 하느님께로부터 받아야 합니다. 우리가 이미 받았던 복음이 더 큰 기쁨으로 충만해지도록 우리는 끊임없이 하느님의 사랑을 찾고(“찾으시오. 얻을 것입니다.”) 그 사랑 안에 머물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럴 때 신앙은 생기를 찾고 우리 영혼은 활력(活力)을 얻고 복음 선포의 힘을 갖게 됩니다. 이런 노력이 없다면 신앙은 빈껍데기만 남을 뿐입니다. 겉은 그럴싸하게 신앙인인 척 하지만 말이나 행동에는 신앙적인 것(사랑)이 없습니다. “복음을 전합시다.”는 말도 공허한 외침밖에는 되지 않습니다.

전례는 하느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베푸시는 구원의 은총과 사랑의 선물입니다. 우리 모두가 하느님께로부터 받는 주인공으로서 스스로 이 전례에 빠져들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