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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정신건강
기분이 좀 우울하다고 해서 다 병인가요?


조근호(토마스 아퀴나스)|의사, 대구 가톨릭대학병원 정신과

‘좀 기운이 없고 처진 것 같기는 한데, 그렇다고 해서 내가 치료가 필요한 우울증 환자일까?’ 하는 궁금증, 많은 분들이 가지고 계실 것 같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조금 우울하다고 해서 모두 다 우울증(정신과적 진단명 : 주요 우울장애)은 아닙니다. 우울증이라고 진단을 하기 위해서는 2주 이상 지속적으로 사회적이나 직업적인 기능이 현저하게 떨어질 만큼 심각한 증상이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세상을 왜 사나 싶을 정도로 재미가 하나도 없고, 회사 일도 미래가 없는 것 같아 출근도 하기 싫고, 밥맛도 없고, 잠도 안 오면서 이런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짐만 지우는 것 같고… 하는 등의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어야 하며, 실생활에서 집 밖을 나가는 횟수도 줄고, 출근해서도 일이 손에 안 잡혀 멍하니 있는 시간이 많은 상태를 이야기 합니다. 주부들 같으면 평소와 달리 빨래나 청소, 설거지를 미루어 놓고는 방에 누워있는 시간이 늘어나는 현상이라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사실은 이러한 우울증을 가지고 있는 분이 의외로 주변에 많습니다. 일 년의 기간동안 조사해 본 결과 약 3~10%의 사람들이 한 번 이상 우울증을 앓는다고 합니다. 또한 세계보건기구에서는 하버드 의대와 공동으로 1992년부터 107개 주요 질환이 인구에 미치는 부담 및 사회적 손실정도를 조사해 오고 있는데, 1990년도에는 전체 연령을 대상으로 한 경우 우울증이 4위로 조사되었으며, 15세에서 44세 사이의 경제 인구로 한정하여 조사한 결과는 교통사고에 이어 2위로 조사되었습니다. 나아가 2020년에는 전체 질환 중에서 심장질환 다음으로 2위가 될 것이고, 특히 여성의 경우는 1위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다른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우울증으로 인해 직장에 결근함으로써 발생하는 경제적 부담이 일년에 약 200억 달러(한화 약 30조 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우울증이 갖는 이러한 사회적인 비용 이외에도 질환으로써 우울증을 빨리 진단받아야 하는 개인적인 이유가 또 있습니다. 당뇨나 협심증, 고혈압과 같은 만성적인 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흔히 우울해지기 쉬운데, 이러한 환자들이 우울증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을 경우에는 본래의 질환이 더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당뇨 환자가 우울증에 걸리는 경우 혈당 조절이 잘 안되고, 고혈압 환자에게서 혈압이 자주 상승하는 현상은 흔히 관찰됩니다. 또한 이들은 증상이 악화되어도 적극적으로 치료할 의욕을 보이지 않습니다.

 

우울증으로 인한 가장 극단적인 결과는 자살입니다. 우울증 환자는 자살률이 일반 사람들보다 약 10배 이상 높은데, 특히 청소년이나 노인에게 나타나는 우울증은 자주 자살로 이어집니다. 청소년 자살자의 1/3은 3개월 이내에 우울증이 있었다고 하며, 노인의 경우 자살 원인의 50~70%가 우울증과 직접 연관이 있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우울증은 알코올과 같은 약물 의존이나 도박, 실업 등의 사회적인 문제로 이어지곤 합니다.

 

따라서 우울한 증상이 있다고 해서 다 우울증 환자는 아니지만, 만약에라도 우울한 기분 때문에 평소 자신이 하던 일을 수행하는데 방해를 받고 있으시다면, 본인의 상태가 어떠한 지를 확인 받아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다음은 일반인들이 혼자서 스스로를 평가하여 우울증 여부를 측정할 수 있는 척도입니다. 점수를 합하여 50점이 넘는다면 가까운 정신과 의원을 방문해 보실 것을 권합니다.

 

다음 호에서는 우울증의 원인과 증상 및 치료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