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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탐방 -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 미사
124위 순교자, 복자 되던 날


취재|김선자(수산나) 기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 미사가 지난 8월 16일(토)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주례로 거행되었다. 이날 미사가 봉헌된 광화문 광장은 순교자들이 옥고를 치른 형조 터와 전옥서 터, 또 순교자들을 국문하고 처형을 집행한 우 포도청과 의금부, 124위 순교자 중 가장 많은 순교자가 처형된 서소문 순교성지 등 순교로 희생된 천주교 신자들의 피와 땀, 눈물이 배어 있는 역사적인 장소이다.

전날 밤을 지새우며 전국 각지에서 버스 또는 열차를 타고 온 신자들이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서 신분 확인과 보안 검색을 거쳐 광장으로 입장했다. 신자들은 저마다 지정된 구역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거나 기도를 바치는 등 다가올 시복 미사를 위해 준비했다. 또한 미사 참례신청을 하지 못한 신자들과 프란치스코 교황을 멀리서나마 보기 위해 모여든 군중들로 광장 주변이 채워졌다.

미사 시작 전, 오픈카에 오른 교황은 서울 시청 광장에서부터 광화문 광장까지 환한 미소로 신자들을 향해 십자성호를 그으며 축복했고 갓난아기에게 직접 안수를 주기도 했다. 신자들은 일제히 일어나 축복을 비는 교황을 향해 ‘바 파파!’, ‘교황님!’을 외치며 손을 흔들어 환영했다. 교황은 이날 현장에 있던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축복하며 직접 위로를 건넸다.

 

오전 10시, 교황이 라틴어로 주례하고 신자들이 한국어로 응답하는 형식으로 장중하게 거행된 시복 미사는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를 복자 반열에 올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복자 선언 “본인의 사도적 권위로, 가경자 하느님의 종들 윤지충 바오로와 123위의 동료 순교자들을 앞으로 복자라 부르고, 법으로 정한 장소와 방식에 따라 해마다 5월 29일에 그분들의 축일을 거행할 수 있도록 허락합니다.”라고 선포한 동시에 124위 복자화가 펼쳐지고 성가대의 환호의 찬가가 광화문 일대에 울려 퍼졌다. 이로써 한국교회는 103위 성인에 이어 124위 복자를 맞이하게 됐다. 124위 복자는 파리외방전교회가 중심이 되어 봉헌한 103위 시복시성과 달리 한국교회 주체로 시복됐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니며 교황이 직접 시복식을 주례했다는 이례적인 역사를 갖게 됐다.

전국 각지에서 온 20만 명이 참석한 가운데 봉헌된 시복 미사의 강론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교회는 순교자들의 희생으로 성장하여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그 동료들을 오늘 기념하여 경축하는 것은 한국교회의 여명기, 바로 그 첫 순간들로 돌아가는 기회를 준다.”면서 “이는 한국의 천주교인 여러분이 모두 하느님께서 이 땅에 이룩하신 위대한 일들을 기억하며 여러분의 선조들에게서 물려받은 신앙과 애덕의 유산을 보화로 잘 간직하여 지켜 나가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우리가 순교자들의 모범을 따르면서 주님의 말씀을 그대로 받아들여 믿는다면 우리는 순교자들의 죽음에 이르도록 간직했던 그 숭고한 자유와 기쁨이 무엇인지 마침내 깨닫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사 끝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한국교회의 평신도, 수도자, 성직자와 함께 기쁘게 교황님을 환영하며 이렇게 교황님께 인사말을 드리게 되어 매우 영광스럽다.”며 “순교자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성장한 한국교회는 우리 사회에도 큰 역할을 했고 오늘 시복식은 가톨릭 교우들뿐 아니라 우리나라 모든 국민, 나아가 아시아의 많은 형제들과 더불어 순교자들이 보여준 보편적 형제애를 나눌 수 있는 화해와 일치의 장이 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염 추기경은 “이번 시복식을 통해 한국교회가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아시아와 세계의 복음화를 위한 빛과 소금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순교자들의 피가 헛되지 않도록 우리가 더 복음화되어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 더욱 봉사하며 그들과 복음의 기쁨을 나누는 교회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스스로 신앙을 받아들인 유일한 교회, 극심한 박해를 이겨내고 지금의 복음화를 이룬 한국교회는 이로써 103위 성인에 이어 124위 복자를 맞이하며 그 빛나는 희생과 굳센 신앙 정신을 되새기며 새로운 복음화에 더욱 힘을 싣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