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는 참 많은 귀를 가지고 있지
눈도 없고 입도 없고
숨 쉴 코도 없이
제 몸으로 불어오는 바람의
기미만 알아채는
천 개의 귀
온종일
수천의 귓바퀴를 세우고
점자책을 더듬고 있는 다 저녁의
늙은 수사(修士)
수런수런 한 페이지의 말씀 날아와
환하게 또한 몸 어두워지네
더듬더듬 더듬는 흰 지팡이 끝
눈먼 새들이 자꾸 날아오르네

* 약력 : 1987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황금 연못』, 『그 겨울 나는 북벽에서 살았다』 등을 펴냄. 현 계명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 사진 : 김병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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