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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내게로 오다
나무의 귀


장옥관(토마스아퀴나스)|봉덕성당, 시인

나무는 참 많은 귀를 가지고 있지

 

눈도 없고 입도 없고

숨 쉴 코도 없이

제 몸으로 불어오는 바람의

기미만 알아채는

천 개의 귀

 

온종일

수천의 귓바퀴를 세우고

점자책을 더듬고 있는 다 저녁의

늙은 수사(修士)

 

수런수런 한 페이지의 말씀 날아와

환하게 또한 몸 어두워지네

 

더듬더듬 더듬는 흰 지팡이 끝

눈먼 새들이 자꾸 날아오르네

 

  * 약력 : 1987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황금 연못』, 『그 겨울 나는 북벽에서 살았다』 등을 펴냄. 현 계명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 사진 : 김병구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