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사이, 아침과 저녁의 바람이 선선해졌다. 계절의 흐름, 공기의 변화를 누구보다 빠르게 몸으로 느끼며 달리는 대구대교구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산하 가톨릭마라톤동호회 회원들, 그리고 그 안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김순필 회장. 이번 달 ‘만나고 싶었습니다’에서는 대구대교구 가톨릭마라톤동호회 김순필(데레사, 계산주교좌성당) 회장을 만나 끊을 수 없는 마라톤의 매력과 그 활동에 대해 들어보았다.
눈부신 햇살이 선물처럼 와닿는 가을날 오후, 대구광역시 중구 달성로(수창동)의 한 음식점을 찾았다. 식사시간이 지난 까닭에 조용한 분위기에서 김순필 회장과 마주했다. 가게 한 켠에 놓인 키보드가 눈에 들어오고 성가악보가 얌전히 얹혀 있다. 그리고 재속가르멜회 관련 기도서와 상본들이 즐비했다. “바쁜 중에도 기도하며 일한다.”는 김순필 회장은 1999년에 종신서약을 한 한국맨발가르멜수도회 대구 예수의 성녀 데레사 재속가르멜회의 회원이다. 또 본당에서는 임마누엘성가대의 솔리스트로 주일미사에서 성가 봉사를 하고 있고 교구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의 일도 겸하고 있다.
다양한 교회활동들 안에서 늘 긍정적이고 기쁜 마음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하루하루 성실히 수행하며 살고자 애쓰는 김순필 회장은 “가끔 너무 많은 일들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일을 함에 있어 부족했던 부분은 없었는지 되돌아보면서 그때그때 제게 주어지는 역할에 최선을 다 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그런 김순필 회장이 마라톤을 한 지도 어느새 10년이 훌쩍 넘었고 6차례 완주의 기쁨도 느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로 맨 처음 완주를 했던 2002년 춘천국제마라톤대회를 손꼽았다. 김 회장은 “그 대회에서 완주하기까지 ‘주님의 기도’를 수천 번 바치며 끝까지 달려 난생처음 42.195km를 완주했던 기억이 난다.”며 “마라톤은 저 자신과의 싸움이고 저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는 가장 매력적인 운동”이라고 말했다. 끊으려고 해도 끊을 수 없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운동 마라톤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김순필 회장은 “40대 때 너무 몸이 아파 처음 시작한 운동이 5년여 동안의 산행이었는데 오랜 산행을 통해서도 무언가 충족되지 않는 것 같아서 ‘일단 뛰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다.”고 했다. 처음에는 일반 마라톤동호회에서 달리기 시작하다가 2007년 가톨릭마라톤동호회의 창립회원으로 더욱 열심히 달리기 시작한 김순필 회장은 “오랜 세월 마라톤을 하면서 ‘세상에 마라톤보다 더 좋은 운동이 또 있을까!’ 싶었고 달리면 달릴수록 몸이 가뿐해지고 건강해짐을 느꼈다.”고 했다. 몸이 건강해지니 신앙생활뿐만 아니라 봉사활동도 더 즐겁게 할 수 있었고 자신감도 생겼다. 맛집으로 소문난 자신의 음식점 운영과 더불어 본당 및 교구의 일 등등 모두 일들이 큰 기쁨으로 다가오니 피로감을 느낄 겨를도 없었다.
주 2~3회의 평일새벽미사 참례와 2~3회의 새벽 달리기로 자신의 페이스를 잃지 않기 위해 매회 10km를 달리고 있는 김순필 회장에게 지난 5월 10(토)-11일(일)에 열린 ‘제7회 성지순례 100km 울트라 마라톤대회’는 감동으로 기억된다고 했다. 이 대회는 성지순례의 성격인 만큼 대구대교구청을 출발하여 신나무골 -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 유학산 - 다부동전적지 - 동명성당 - 한티순교성지 - 팔공산 능성재 - 대구가톨릭대학교(하양)까지 100km를 제한시간 16시간 동안 밤을 새워 달리는 구간으로 430명의 참가자들이 함께 했다.
김순필 회장은 “올해 성지순례 100km 울트라 마라톤대회는 세월호참사로 죄 없이 죽어간 어린 영혼들과 유가족들의 아픔을 기억하며 함께한 대회”라며 “전국에서 신청한 430명의 참가자들이 저마다 노란 리본을 달고 달렸는데 그 모습이 더욱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들려주었다. 노란 리본은 김 회장이 기도하는 마음으로 밤을 새워 가며 500여 개를 만들어 대회 참가자 및 봉사자들에게 나누어주었다.
현재 대구대교구 가톨릭마라톤동호회에서는 공식적으로 전반기 합천벚꽃마라톤대회와 후반기 청도반시 전국마라톤대회에 참가하고 있는데, 동호회 회원들은 1년 동안 개개인이 달린 기록을 스스로 누적하여 연말에 누적된 기록만큼 1km당 100원으로 환산하여 이웃돕기 성금으로 봉헌하고 있다. 그렇게 누적된 회원들의 성금은 동호회 담당신부와 상의하여 필리핀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생필품 등의 물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일상의 삶에서 퇴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좀 더 열심히 뛰고 열심히 기도하며 주님의 뜻에 맞갖도록 사는 것, 그 삶이 신앙인으로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김순필 회장. 그녀는 “열심히 뛰는 것은 복음을 전하는 일이면서 동시에 이웃을 돕는 일인 만큼 많은 회원분들이 더 열심히 뛰어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달리면서 복음을 전하고 이웃돕기에 동참하면서 자신의 건강도 챙기고 회원들과의 친목에도 한몫을 하는 대구대교구 가톨릭마라톤동호회 회원들. 이 가을, 더 많은 이들이 동호회에 참여하길 기대해 본다. - 본문자료사진 : 김순필 회장, 대구대교구 가톨릭마라톤동호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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