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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람, 희망을 찾다
분심이 자꾸 듭니다


김종섭(토마)신부, 소람상담소 소장, 교구 가정담당

Q. 안녕하세요. 저는 성당을 다닌 지 10년쯤 된 신자입니다. 성인이 되어 삶에 대해 고민하다가 종교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에 이곳저곳 가 본 후 성당을 다녀야겠다고 결심하고 세례를 받게 되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정말 열심히 다녔고 각종 신심단체나 봉사단체, 본당 간부도 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마음이 조금 미지근해졌습니다. 매일 매일 살기가 빠듯해서 그런지 예전처럼 열심히 못 하겠더라구요. 그러던 중 최근에 성당에서 아는 분께서 성경공부 하러 가자고 하셔서 함께 시작을 했습니다. 어떤 목사님께서 해 주시는 것인데, 어차피 같은 하느님, 같은 성경이니 괜찮다고 하시길래 따라가 보았는데 정말 재미있고 그동안 성당에서 배운 것과는 또 다른 신선함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 지나 알고 보니 그것은 바로 ‘신천지 성경공부’였습니다. 저는 깜짝 놀라 당장 그만두었습니다. 그러나 그 후 ‘꼭 성당을 다녀야만 하는가?’ ‘무교나 다른 종교를 다니더라고 착하게 올바르게 살고 사람들에게 베풀고 선행을 하면서 살면 되는 것 아닌가?’ 심지어는 ‘소위 사이비라 하는 신천지 같은 종교라도 본인이 열심히 다니면서 선하게 살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분심이 자꾸 듭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안녕하세요. 정말 멋진 가을이네요. 삶에 대해 고민하시다가 성당을 다니게 되셨다니 참 보기 좋습니다. 사실 누구나 자신의 삶이 좀 더 행복했으면 좋겠고,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살아가지요. 그러나 오늘날의 대중문화와 사고패턴들은 ‘행복’이라는 기준을 굉장히 물질적인 것으로 바라보게 만들고 있어서 삶에 대해 보다 깊게, 나아가 종교적 관점으로 바라보고 고민한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종교를 찾아 가 보고 성당을 다니게 되셨다는 말씀에서 님의 열정과 삶에 대한 진중한 통찰을 엿볼 수 있고 한편으로 ‘자기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뵙게 되어 신선한 느낌을 받습니다.

‘인간중심상담’이라는 상담의 조류에서는 ‘자기실현가능성’이라는 것을 대전제로 상담을 이끌어나가는데요, 그것은 어떤 상황에 있거나 어떻게 살아왔던지 간에 한 사람에게 있어서 그의 삶은 언제나 보다 나은 ‘자기’를 실현시키고자 하는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보는 시선을 말합니다. 그래서 한편으로 사람 자체를 바라보는 것이면서 다른 한편으로 인간 중심적인 시선이어서 결국 ‘그’에게 있어서 선택과 결심 그리고 살아 나가고자 하는 의지는 스스로의 몫이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신앙을 바라보면 예수님께서 ‘나를 따르라, 제 십자가를 지고 따르라.’ 등의 여러 말씀을 통해서 우리를 부르셨고 이에 응답하는 것은 ‘나’의 몫이라는 말이 됩니다. 그리고 그 선택은 보다 나은 나를 살아가기 위한 일입니다. 그래서 님의 고민은 굉장히 자연스러운 일이라 생각됩니다.

문득 님께서 나누시고자 하는 이야기를 성경 말씀을 토대로 나누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은 마르코 복음 10장 17~27절에 나오는 ‘부자 청년’ 이야기입니다.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 나름 열심히 산 한 젊은이가 예수님께 찾아와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면 어떤 것을 더 해야 하는지 묻는 대목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먼저 계명을 잘 지키라고 하시죠. 이에 젊은이는 계명을 열심히 지켜왔다고 말씀드립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다음으로 가진 것을 다 팔아서 나누어주고 당신을 따르라고 말씀하십니다. 이에 젊은이는 고민하며 떠나갑니다. 사실 그는 재산이 많았다고 합니다.

우선 대다수의 종교인이건 그렇지 않은 사람이건 누구든지 윤리, 도덕적 기준에서 그런 것들을 잘 지키고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착하게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계명을 열심히 지키는 젊은이와 같은 상태이지요. 그리고 다음으로 그 사람들 가운데 자기가 착하게 사는 것에서 나아가 가진 것들을 나누어서 이웃을 돕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은 더 나은 삶의 본질을 살아가는 사람 혹은 보다 깊이 있는 신앙을 사는 사람이지요. 그런데 결정적인 것은 예수님께서는 ‘나를 따르라.’고 말씀을 하십니다. 여기에서 차이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부르셨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응답하는 행위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이 ‘성당을 다니느냐, 마느냐?’의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성당을 다니는 의미가 어디에 있을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다시 한 번 물어보세요. 분명히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따르라 하셨고, 당신을 따른 사람들 중에 열두 명을 뽑아 사도로 부르셨고 그들에게 복음 선포와 성사를 이어 나갈 직무를 주셨다고 우리는 믿습니다. 아멘.

 

* 아래 주소로 여러분의 고민을 보내주시면 채택하여 김종섭 신부님께서 지면상담을 해주십니다.

·이메일 : soram3113@hanmail.net ·전화 : 053-250-3113

·우편 : 대구광역시 중구 남산로 4길 112 천주교 대구대교구 월간<빛>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