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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마음으로 세상보기
“아버지! 이 사람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요한 1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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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술(야고보)|4대리구장, 교구장대리 신부

지난여름 사제인사에서 4대리구장으로 발령이 났습니다. 한쪽에서는 쿠데타가 실패(?)해서 큰 일이 벌어졌다고 한숨을 쉽니다. 우스갯소리로 사제대표 김흥수 신부는 웃으며 “앞으로 조용히 초야에 묻히고 싶다.”고 합니다. 또 한편에서는 류주화 신부가 4대리구청 사회복지사에게 “어이~ 민 과장, 큰 일 났다! 이제 ‘민 과장’ 소리는 절대 못 듣게 되었다. 전임 대리구장(전재천 암브로시오) 신부님은 깍듯이 ‘과장’이라고 불러 주었지만 원 신부님은 ‘야이이, ○○야~ ○○야~’라고 칼 낀데...”라며 한바탕 웃으며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자 수녀님들도 덩달아 “신부님은 우리만 만나면 우리에게도 장난스레 인사하신다.”면서 함께 있던 이들이 모두 저를 성토(?)했다고 합니다.

이러저러한 소문을 잠재우기 위한 긴급조치로 “민 과장은 국장으로, 담당 신부는 이참에 담당 국장으로, 사목국장은 사무처장으로, 사무장은 비서실장으로, 주방언니는 셰프(chef)”로 일계급씩 특진을 시키고, “그 대신 월급은 그대로!”라고 했더니 모두들 배꼽을 잡고 한바탕 신나게 웃었습니다.

어찌 되었든 부족한 제가 많이 걱정되었나 봅니다. 앞으로는 옷도 단정하게 입으라고 조언을 하고, 심지어 양복까지 사제단에서 준비하려고 했던 모양입니다. 제가 워낙 양복을 잘 안 입긴 합니다. 게다가 이제는 신발도 구겨 신지 말라 하고, 언어도 예의범절에 맞게, 머리도 단정하게, 외모도 품위 있게 등등 참으로 요구가 많습니다. 그런 반면 또 한편에서는 원래 모습 그대로가 저의 매력이고, 카리스마이고, 탈렌트인데 그게 하루아침에 쉽게 바뀌겠냐고 합니다. 아무튼 자리가 사람을 바꿀 모양입니다. 이 모든 것이 함께 걱정해 주시고, 서로 잘 살아 보자는 다짐이라 생각하며 저도 마음 깊이 새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많은 기도 부탁드립니다.

 

늘 제가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는 “삼위일체의 하느님! 공동체의 하느님!”을 사는 “일치”의 삶입니다. 우리 신자들이 모든 일의 시작과 마침을 “성호경”으로 기본적 신앙고백을 합니다. 바로 우리의 생각과 말과 행위가 하나로! 가족 모두가 하나 됨을! 사회생활, 직장생활도 하나! 본당공동체와 모든 단체들도 하나! 민족도, 세계도 하나가 되면 얼마나 행복하겠습니까! 일치가 있는 곳에 바로 구원이 있음을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강조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이 세상에 복음을 전하시면서 때론 가르치시고, 훈계하시고, 명령도 하시고, 강하게 비판도 하셨지만 단 하나 실패한 것이 있다면 “일치”였습니다. 가장 믿고 신뢰하던 유다도, 끝까지 따르겠다던 베드로와 제자들도 모두 떠났습니다. 그래서 “일치”에 대해서 만큼은 예수님께서도 눈물을 흘리면서 기도하셨습니다.

요한복음 17장에 고별사를 통해 “아버지! 이 사람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하여 주십시오.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고 내가 아버지 안에 있는 것과 같이 이 사람들도 우리들 안에 있게 하여 주십시오. 그러면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셨다는 것을 세상이 믿게 될 것입니다. 아버지께서 내게 주신 영광을 나도 그들에게 주었습니다. 그것은 아버지와 내가 하나인 것처럼 이 사람들도 하나가 되게 하려는 것입니다. 내가 이 사람들 안에 있고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신 것은 이 사람들을 완전히 하나가 되게 하려는 것입니다.”(요한 17, 21-23 참조)

일치를 위해서 예수님께서는 당신 자신을 십자가에 바치면서까지 아버지와 인간들을 용서하시고 화해시켜 주시고 하나 되게 해 주셨습니다. 일치는 사랑의 완성이며 바로 구원입니다. 일치를 위해서는 목숨까지 바쳐도 아깝지 않은 위대한 가치입니다. 작게는 4대리구의 하나 됨을 위해, 크게는 교구 전체의 하나 됨을 위해 함께 기도하고 노력하겠습니다. 모두의 일치를 위해 기도를 부탁드리고, 일치를 위해 노력하는 일이 가장 큰 기도입니다. 일치를 위해 힘차게 나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