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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 포항 연일성당 20년 근속상 수상한 김기숙(모니카) 교리교사
하느님이 주신 달란트


김선자(수산나) 본지기자

지난 2월 12일(주일) 4대리구 교리교사의 날 행사에서 근속상을 수상한 교리교사들이 축하 인사를 받는 가운데 진정한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바로 20년 근속상을 수상한 포항 연일성당의 김기숙(모니카) 교리교사였다.

보람되지만 때로는 힘들고 어려웠던 지난날을 회상하는 듯 그의 눈가가 촉촉했다. 1986년 덕수성당 이재원(욥) 신부님의 권유로 교리교사에 발을 들인 후, 죽도성당, 연일성당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주일학교 학생들에게 하느님의 현존을 가르치며 신앙심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한 김기숙 씨를 만나보았다.

 

중학교 시절, 친한 친구를 따라 성당에 다닌 것을 계기로 대학교에 입학해서야 세례를 받은 김기숙 씨는 딸이 유치원에 입학하는 해에 교리교사 활동을 시작했다. 그녀는 “교리교사 활동을 시작하면서 제가 모르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성서대학을 비롯한 교리를 배울 수 있는 곳은 어디든 찾아다녔다.”며 처음엔 그저 아이들에게 올바른 지식을 전달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이 하느님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함께 그녀 스스로가 성화되어 가는 것을 체험했기에 하루도 게을리 할 수 없었다.

 

어떤 일이든 10년을 매달리다 보면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김기숙 씨는 20년 경력 중 12년을 교장으로, 7년을 청소년분과위원장으로 활동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이렇듯 베테랑을 자랑하는 그녀도 그만두고 싶은 유혹이 없었던 건 아니다. 때때로 주위에서 “저 여자 밥 먹고 할 일 없어서 교리교사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회의를 느낀 적도 있지만, 그때마다 마음을 다 잡을 수 있었던 건 주일학교 아이들에 대한 사명감 때문이었다.

 

포항 시내에 살았던 그녀는 딸이 수능을 치른 후, 건강상의 이유로 공기 좋다는 연일성당 관할인 유강지역으로 이사를 왔다. 죽도성당에서 교리교사를 했기에 구역이 바뀌면 자연적으로 활동을 그만둘 수 있으려니 생각했지만, 주님은 그녀를 연일성당의 새로운 일꾼으로 불러 들였다. 신설본당이라 처음엔 주일학교 어린이들이 볼 미사책마저 준비되지 않았고, 주일학교에 관한 모든 것들이 부족한 상태였다. 또한 젊은이보다 나이가 지긋한 신자들이 많아 교리교사를 모집하는 데도 애를 먹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었다.

 

그러나 7년 후, 눈부신 발전을 거듭한 연일성당 주일학교는 18명의 교리교사 중 한두 명을 빼고는 30·40대의 주부교사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어머니’라는 장점을 살려 누구보다 아이들을 잘 이해하고 책임감과 단결이 강하다는 자랑도 빼 놓지 않았다. 또한 김기숙 씨는 “모든 교리 내용은 선생님들이 함께 학생이 되어 예습한 후 발견된 문제점은 해결방안을 찾은 후, 교리를 한다.”며 교리교사들은 끊임없이 아이들을 위해 최선의 방법을 찾는다.

 

오랜 경력답게 주일학교 내의 문제점과 교구차원에서의 아쉬운 점을 털어놓는 김기숙 씨는 “교리교사에 대한 주위 시선이 변해야 하고, 특히 주일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어머니들의 시선과 절대적인 지지가 필요하다.”며 개인적인 시간을 투자해 활동하고 있는 교리교사들에게 마음에서 우러난 관심을 표할 때라고 밝혔다.

 

또한 “점점 줄어들고 있는 교리교사들을 위해 본당 뿐만 아니라 교구에서도 연수를 비롯한 모든 프로그램에 과감한 물질적 투자와 더불어 연수를 진행하는 사람들의 자질개선이 시급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결혼 후, 세례를 받고 누구보다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남편과 독실한 불교신자였던 시댁식구들이 언제간부터 하나 둘 세례를 받더니 이젠 온 가족이 신자가 되었다. 또한 지난해에는 조카가 부제품을 받고 주님을 부르심을 기다리고 있다는 김기숙 씨는 “시아버지 제사와 주일학교 행사가 겹쳐 고민하고 있으면 어느새 시어머니를 비롯한 시댁식구들이 등 떠밀어 보낼 정도로 든든한 후원자.”라며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둘째를 낳지 못할 정도로 심했던 천식도 교리교사 활동을 하면서 좋아져 이제는 약을 복용하지 않아도 될 정도라는 김기숙 씨는 “하느님의 은총으로 찾은 건강 앞으로도 불러주신다면 그분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며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다.

 

지난 세월 가르쳤던 제자가 이제는 동료 교사로, 사제로, 수도자로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는 김기숙 씨는 “지난 겨울 신앙학교에 6년간 가르쳤던 제자가 봉사를 하러 왔는데, 개구쟁이 같던 아이는 어느새 의젓한 청년이 되어 있더라고요. 그 아이가 신앙학교를 마치고 돌아가면서 제게 ‘아이들과 함께 하는 동안 참 많이 힘들고 짜증이 나기도 했는데 지난 날, 저희 또한 선생님께 그런 존재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에 죄송하고, 선생님의 열정과 인자하심에 감사드린다.’던 그 말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며 언제나 하느님 안에서 슬기롭게 살아가길 바란다고 했다.

 

20년을 맞이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하느님은 개개인에게 달란트를 주신다고 하셨는데 아마도 저에게는 주일학교를 위해 일할 달란트를 주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힘이 닿는 한 앞으로도 그분의 뜻대로 살아가겠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