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죽음. 11월 위령 성월이 오면 더욱 깊은 묵상에 잠기게 한다. “오늘은 나에게(Hodie Mihi), 내일은 너에게(Cras Tibi)”라고 쓰인 대구대교구청 내 성직자묘지 입구의 비문처럼 죽음은 나에게, 그리고 그대들에게도 찾아오는 것. 이번 달 ‘만나고 싶었습니다’에서는 마지막 가는 길에 그리스도의 빛을 밝혀주는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팀의 유은주(심포로사, 대곡성당) 팀장을 만나 활동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라파엘관 5층, 간호사 유은주 팀장의 일터가 있는 곳이다. 2012년 6월부터 호스피스병동(라파엘관 5층)으로 옮겨와 일하면서 행정적인 업무와 환자 가족들과의 상담, 대외적인 홍보 등등 실질적인 업무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인터뷰 중에도 연신 전화벨이 울리고 순간순간 처리해야 하거나 해결해야 할 일들이 널려 있다. 바쁜 중에도 ‘우리 집 가족들’ 생각이 한시도 떠나지 않는다. 유 팀장은 ‘병동과 환자들’을 ‘우리 집, 우리 가족’이라는 표현으로 그들과 함께 매일매일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다음은 호스피스완화의료와 관련한 유은주 팀장과의 1문 1답이다.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의 호스피스활동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특별히 이 병원만의 강점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우리 병원 호스피스활동은 의료진에 의한 신체적 돌봄 이외에 다양한 요법활동으로 환자들의 심리적, 정서적, 영적돌봄을 위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원예, 아로마, 미술, 음악치료 등 전문 강사님들을 초빙하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지요. 특별히 우리 병원의 강점이라면 매달 환자와 보호자들을 위한 미사를 봉헌하고 있고 또 사별가족을 위한 분기별 자조모임을 하면서 사별 후 일상생활의 적응에 어려움이 있는 가족들이 이 시간을 통해 잘 적응해나가는 힘을 얻는다는 점입니다.
현재 병원 내 호스피스완화의료병동의 병상 수는 어느 정도인지, 입원을 원하면 누구나 가능한가요?
병상은 1인실, 5인실(남·여) 등 총 11병상을 구비하고 있고 가족이나 보호자가 동의하시면 누구든 입원이 가능합니다. 단, 입원 시에는 완화의료동의서 및 심폐소생술 거부에 대한 동의서를 작성해야 하고 보호자나 간병인 중 누구라도 환자 옆에서 24시간 돌봄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말기암환자들과 그 가족들은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어떻게 받아들이나요?
아직까지 많은 분들이 호스피스는 죽음이 임박한 환자가 찾는 곳으로 생각하고 의사로부터 말기로 진단을 받은 상태에서 선뜻 호스피스 돌봄을 받겠다고 결정하는 경우가 드문 것 같습니다. 이런 호스피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 또는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 요즘은 ‘완화의료’라는 표현으로 어감을 순화시켜 홍보를 하고 있어요. 실제 우리 병원의 호스피스완화의료 대상자는 말기암 진단을 받고 기대여명이 6개월 정도의 환자들이 오실 수 있습니다. 완화의료병동에서는 환자들 개개인이 갖고 있는 여러 증상을 조절하며 임종 전까지 입퇴원을 반복하는 곳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호스피스 자원봉사를 원하는 이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또 어떤 일을 하는지요?
우리 병원에서 호스피스 자원봉사를 하는 분들은 일정기간의 이론교육(24시간)과 현장실습을 겸한 심화과정(10시간)의 교육을 이수한 뒤에 직접 병실에서 환자분들을 돌볼 수 있도록 되어 있어요. 봉사자들이 병실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바쁜 의료진을 도와 머리 감겨 드리기, 목욕 등의 개인위생과 발마사지, 휠체어운동, 성가부르기, 기도, 그리고 가족이 잠시 쉴 수 있도록 병상을 지켜주는 일 등을 합니다. 특히 임종을 앞두고는 임종실로 옮겨 마지막 가시는 길을 편히 가시도록 기도 안에서 보내드리고 있어요. 그리고 임종 후에는 연도, 문상, 장지수행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사별가족 돌봄까지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 병동의 자원봉사자는 40여 명 정도로, 10년 넘게 봉사하고 계신 분들도 있습니다.

실무자로서 겪는 어려움이나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범국가적으로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한 대국민홍보를 많이 하고 있고, 올해도 10월 8일-14일까지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 주관으로 완화의료홍보주간을 정하여 전국의 완화의료전문기관들이 기관별로 홍보활동을 했는데, 우리 병원에서도 10월 14일(화) 스텔라관 로비에서 진행을 하였습니다. 이렇게 홍보를 위해 노력하는데 비해 아직까지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한 인식, 관심, 이해부족 등으로 실제 대상자들이 완화의료기관을 이용하거나 돌봄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참 많이 듭니다.
그래서 작은 바람이 있다면 수술, 항암치료 후 더 이상 치료에 반응이 없는 상태가 되면 의료진들이 그 시점에 필요한 것이 호스피스완화의료라는 것을 알려주어 환자나 보호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주시면 좋겠어요. 완화의료로 치료방향을 돌리는 시점이 너무 늦어져서 실제 입원기간도 짧아지고 또 말기암환자들이 필요한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도 못한 채 고통스럽게 임종하게 되는 모습을 보면 너무나 마음이 아픕니다.
앞으로 어떤 계획들을 구상하고 있는지요?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의 설립목적에 맞게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복음 정신을 바탕으로 호스피스완화의료병동을 이용하는 환자와 가족들이 보다 수준 높은 서비스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도록 의료진이나 자원봉사자의 소진예방과 자질향상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입니다. 또 병원차원에서는 보다 쾌적한 공간에서 환자들과 가족들이 편히 지낼 수 있는 공간조정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유은주 심포로사 팀장과의 인터뷰를 마치면서 말기암환자들이 이 세상 마무리를 잘 하고 떠날 수 있도록 마지막 순간까지 보살피는 호스피스완화의료팀의 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나아가 사별가족들을 위한 모임을 갖고 그 모임을 통해 남은 가족들의 아픔까지도 보듬어주고 일일이 위로편지를 보내며 추모미사도 봉헌하고 있는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팀의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리게 되는 11월 위령 성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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