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안녕하세요. 저는 30대 초반의 남자입니다. 아직 미혼이고요. 현재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작은 회사에 잠시 다니다가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아서 그만 두고 작년부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회사를 그만 두면서 부모님과 많이 다투어서 아직까지도 뭔가 서먹한 느낌이 있습니다. 관계를 회복하고 싶지만 한 번 틀어지고 나니 뭔가 예전처럼 쉽게 말하기가 어렵게 느껴집니다. 제 마음을 전하고 싶은데 잘 표현이 되질 않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저는 그런 부분에서 ‘장애’가 있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듭니다. 성당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도 제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집니다. 회사를 그만 둔 것도 지금 돌이켜 보면 동료들과의 관계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는 사람과의 관계를 잘 맺지 못하는것 같습니다. 성격도 별로고 그렇다고 외모가 뛰어난 것도 아니고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집안이 부유한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요즘은 공부한다고 앉아있기는 하지만 집중도 안 되고 그렇습니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요?
A. 찬미예수님~날씨가 꽤 추워졌어요. 공부하신다고 많이 힘드시죠?
저는 먼저 형제님께서 가장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먼저 여쭈어보고 싶어요. 말씀의 시작은 형제님의 장래에 대한 부분과 그로 인한 부모님과의 갈등이었어요. 그러다가 그것이 대인관계로 바뀌었고 그 다음에는 자신에 대한 책망과 함께 자기 성격에 대한 불만족스러움을 표현해주셨어요. 그리고 마무리로 지금 공부가 안 되고 집중이 안 되니 방법을 알려달라고 하셨어요. 그러면 정리를 좀 해봅시다. ① 진로 문제 ② 부모님과의 갈등 ③ 성당 및 사회에서의 대인 관계 ④ 자기 탐색 및 계발 ⑤ 학습 집중력 향상, 이렇게 되겠죠?
30대라고 하시니 조심스럽게 말씀을 드려봅니다. 지금 보내 주신 사연으로 감히 제가 넘겨짚자면 형제님께서 혹시 현재의 나를 외면하고 계신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현재 나에게 무엇이 문제이며, 가장 시급하고 간절한 것인지에 대한 정리가 되지 않은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지금 얘기 해 주신 것들이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긴 하지만 본질적이며 핵심적인 무엇이 빠져 있는 것 같아요. 많은 생각과 고민, 걱정거리들이 혼합되어 표현되는 것을 보면 형제님께서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 진심으로 바라보는 시간을 가지지 않고 외적인 문제들, 즉 ‘나’ 자체를 보는 것이 아니라 ‘외부세계’를 통해 나를 보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조금 힘들더라도 그것들을 정리하고 자기 자신을 탐색하는 작업을 스스로 해야 합니다. 그런데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 되돌아보는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내 얘기를 좀 들어줘!’라며 하소연이나 신세한탄 같은 방식으로 풀려고 해요. 물론 들어드릴 수는 있어요. 하지만 ‘난 이렇게 불행해.’, ‘정말 힘들어.’, ‘누군가가 필요해.’ 등등 그러고 나면 뭐가 달라지나요? 실타래가 풀릴까요? 그리고 이 세상에서 내가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나를 사랑해주고, 힘들어하는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맞춰주고 이해해 주고 달래주고 보듬어주고 문제를 도와주고 해결해주며 내 편을 들어주는 그런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있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런 사람을 찾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거나 그런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한없이 기다리기보다는 그 노력과 에너지를 이미 나에게 있는, 그러면서 100% 나의 편이 되어주는 그 사람에게 쏟아보세요. 그 사람은 바로 ‘나’입니다.
우리는 ‘나’ 자신을 너무나 사랑하지 않고 살아갑니다. 잘 생긴 외모나 옷차림, 좋은 차, 좋은 음식, 멋진 취미, 그런 것들이 채워져야 ‘나’를 사랑하는 것이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할 뿐더러 그것을 표현해 내는 방법도 모르게 됩니다. 그러다가 힘들고 어려워지면 ‘외면’하는 방법을 쓰지요.
형제님께서 고민하시는 문제들에 대해 저는 감히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합니다. 첫 번째는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형제님 ‘자신’을 만나세요.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원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할 때 행복해 하는지를 만나세요.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형제님 자신을 사랑하세요, 그리고 두 번째는 ‘물어보세요.’ ‘관계’라는 것은 혼자 하는게 아니라 반드시 ‘너’가 있어야 하죠. 그러니 ‘너’에게 원하는 게 무엇인지, 내가 어떻게 해 주기를 바라는지 물어보세요. 이때 중요한 것은 ‘나’의 눈에 비치는 ‘너’가 아니라 그 사람 자체를 바라보도록 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관계는 형성되지 않는답니다. 형제님은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소(중한 사)람’입니다. 아멘.

* 아래 주소로 여러분의 고민을 보내주시면 채택하여 김종섭 신부님께서 지면상담을 해주십니다.
·이메일 : soram3113@hanmail.net ·전화 : 053-250-3113
·우편 : 대구광역시 중구 남산로 4길 112 천주교 대구대교구 월간<빛>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