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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교구장 사목교서
소외된 이들과 함께 하는 교회“새로운 복음화를 위해 매진합시다.”


천주교대구대교구장 조환길(타대오) 대주교

 

  교구의 형제자매들께 주님의 평화가 함께 하기를 빕니다. 우리 교구는 지난 2012년 폐막한 제2차 교구 시노드에서 ‘젊은이 복음화’, ‘새 시대 선교’, ‘소외된 이들을 위한 교회의 관심과 배려’, 그리고 ‘교구와 대리구 및 사제생활’이라는 네 가지 주제에 대한 결의를 채택하였으며, 몇 년 동안 이 결의들을 교구의 새로운 100년을 향한 이정표로 삼고 지속적으로 실천해 나가고자 하였습니다. 해마다 시노드의 결의들을 주제에 따라 나누어 실행하는 것은 한 해씩 훑어보고 말자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어떤 형태로 신앙생활 안에 구체화될 수 있는지를 경험함으로써 보다 깊은 이해와 지속적인 실천을 위한 토대를 만들고자 하는 것입니다. 작년에는 ‘새 시대 선교’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을 도모함으로써 변화하는 세상의 요청에 부응하는 선교와 선교의 뿌리이자 정점인 거룩한 전례의 활성화를 이루려고 하였습니다. 올해에는 특히 소외된 이들 가운데 계신 주님을 찾고 섬기는 데 우리의 힘을 모았으면 합니다.

 

우리 신앙인들에게 있어서 소외된 이들을 위한 관심과 배려는 단순히 그들이 불쌍해서 도와준다는 차원이 아닙니다. 그것은 가장 작은이를 당신과 똑같이 여기셨던 예수님의 가르침대로 그들 안에 계시는 주님을 섬기는 신앙행위인 것입니다.(제2차 교구 시노드 교구장 교서 『새 시대, 새 복음화』 35항 참조) 따라서 우리는 먼저 가장 작은이들 안에 계신 그리스도를 알아 뵙고, 그들의 친구가 되고, 그들에게 귀 기울이며,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이 하느님께 사랑받는 소중한 이로서 교회와 사회생활에서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동행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그들을 통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전해주시는 신비로운 지혜를 받아들이고 우리 자신을 복음화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를 위해서 스스로 가난하게 되신 예수님처럼 우리도 ‘가난한 이를 위한 가난한 교회’가 되어 그들의 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뇌를 함께 해야 할 것입니다.(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 198항; 『새 시대, 새 복음화』 35항 참조) 이를 통해 우리는 이 땅에 ‘사랑의 문화’를 전파하려고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사랑 실천은 영적 관심이 없는 물질적인 도움이나 위세 부리는 베풂이 아니라 소외된 이들에게 하느님의 우정과 강복과 말씀, 성사 거행, 그리고 신앙의 성장과 성숙의 여정을 끊임없이 제공함으로써 우리 자신을 나누는 것이어야 하겠습니다.(『복음의 기쁨』 200항 참조)

사제들은 본당이나 기관을 운영하면서 소외된 이들이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다가올 수 있는 공동체,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먼저 찾아가 나누고 봉사하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겠습니다.(『새 시대, 새 복음화』 31항 참조) 특히 본당사목구에서 봉사하는 사제들은 교우들에게 가난한 이들을 위한 사랑의 실천이 우선적으로 선택해야 할 신앙행위임을 인식시켜야 할 것이며, 가난의 구조적 원인을 제공하는 부조리한 사회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교회의 가르침인 사회교리에 대해서도 교육을 하여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경제적으로 소외된 이들 외에도 문화적이거나 심리적인 이유로, 또 장애나 고령으로 인한 소외 때문에 고통을 겪는 이들을 기억하고 그들을 위한 배려를 본당의 사목계획과 활동에 반영하여야 하겠습니다. 또한 본당이 지역사회에 열린 공동체가 되어 지역 주민들과 함께 연대하여 인간의 존엄과 공동선을 추구하는 데도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대리구와 지역은 조정과 협력의 창구가 되어 본당사목구를 효과적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이미 실천하고 있는 ‘사순 저금통’과 같은 자선을 위한 공동노력과 자원의 분배를 더욱 확대하고 강화함으로써 어려운 본당이나 지역이 필요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실제적인 도움을 주기를 요청합니다.

 

교우 여러분께는 가정과 일터에서 복음적 가난과 사랑을 실천할 직접적인 기회가 많습니다. 모든 교우들이 주님을 가족으로 모신다는 생각으로 사랑 실천의 실제적인 습관을 기르기를 바랍니다. 직장에서는 동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일을 찾아내고, 가정에서는 어릴 때부터 자녀들의 손을 이끌어 어려움에 처한 이웃의 모습 안에서 주님의 얼굴을 뵙고 섬기는 법을 가르치도록 힘쓰기 바랍니다. 자녀들도 물질적인 소유를 최선으로 여기는 세상의 그릇된 가치관을 본받지 말고 부족한 가운데서 나누는 기쁨을 배우기를 권합니다.

 

지난 8월 방한하셨던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앞서 인용한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에서 “나 자신과 하나라고 여기며 다른 이를 향하여 쏟는 사랑의 관심”(199항)을 역설하셨습니다. 이는 가장 작은이들을 형제라 부르시며 당신과 동일시하신 주 예수님의 말씀(마태 25,31-46 참조)의 메아리이며, 우리가 소외된 이들을 향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의 요약이라 하겠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이 우리 교우들뿐 아니라 세상의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강하게 울리는 것은 무엇보다도 당신 스스로 그 말씀을 실천하고 계시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게 참된 사랑의 모범을 보여 주신 주님께서 우리에게 당신의 사랑을 부어주시어, 부족한 우리를 통해 그 사랑이 우리 이웃에게로 퍼져나가게 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님, 저희 교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성 이윤일 요한과 한국의 모든 순교자들이여, 저희 교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2014년 11월 30일 대림 첫 주일에

천주교 대구대교구장 조환길(타대오) 대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