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을 알리는 달력의 숫자가 무색할 만큼 차가운 바람이 귓가를 스치던 날, 본리성당(주임신부 : 손무진 사도요한)을 찾았다.
토요일 저녁 청년 미사가 끝나고 내려오는 신자들 가운데 쉽게 찾을 수 있는 그들. 본리성당 청년회를 만나보았다.
대부분의 본당에서는 교사회와 청년회가 나뉘어져 활동하기 마련이지만 본리성당은 모두 함께 연합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청년회장인 윤병일(테오도로) 씨는 “처음부터 함께는 아니었어요. 교리교사와 청년회. 다른 본당처럼 우리도 처음에는 연계한다는 것이 참으로 힘들었죠. 하지만 앞에서 애써주신 선배들의 노력으로 의식이 많이들 바뀌게 되어 오늘날의 본리성당 청년회가 있을 수 있는 것이죠.” 라며 겸손하게 말한다.
두 개의 단체가 연합으로 구성된 만큼 그들에게는 90여 명이라는 많은 수의 청년회원들. 이 모든 청년들이 적어도 하나에는 꼭 참여해야 하는 총무부, 문화부, 전례부, 활동부. 이렇게 4개로 나누어진 부서에서는 저마다 그 특성에 맞은 역할에 충실하고 있었는데 그 가운데 전례부의 생활성가 동아리 ‘SC Unitas(Sing a Song Club of Unitas)’. ‘일치’라는 의미를 지닌 청년회 주보 ‘Unitas(우니따스)’를 토대로 만들어진 그들은 이름 그대로 ‘일치를 위하여 노래하는 동아리’이다. 2000년 처음 결성되어 현재 세 번째 동아리지기인 곽현지(미카엘라) 씨는 처음 동아리가 만들어지던 그때를 회상하며 “청년회원들 가운데 유난히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자연스레 함께 노래를 부르게 되었고, 모여서 성가를 부르는 기회가 잦아지면서 서로의 마음을 모아 지금의 동아리가 만들어지게 된 것이예요.”라고 한다. 그들은 2001년 ‘제1회 S.C Unitas 작은 음악회’를 시작으로 얼마 전 벌써 다섯 번째 음악회를 마련하였다. 이제는 본당 내 청년회에서도 가장 큰 행사로 자리매김한 음악회.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이 행사를 위하여 평소에 꾸준히 연습하는 그들은 매주일 오후 5시가 되면 어김없이 모인다. 각자 각자의 바쁜 생활 속에 열심히 살아가는 그들에게 있어 일주일에 한번 있는 연습시간은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무엇보다 ‘노래’가 좋아서 모인 그들이지만 그 안에 ‘신앙’이 부족하다면 재미에 있어서는 쉽게 한계를 느끼게 되기 마련이라는 곽현지(미카엘라) 씨. 그녀는 “신앙이 없으면 무엇이든 짧게 끝나버리고 맙니다. 단순히 노래를 부르기보다는 신앙 안에서, 하느님 안에서 만난 우리이기에 기도와 성가를 통해 ‘신앙’ 안에서 ‘일치’를 이루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신앙’ 안에서 이루어지는 그들의 연습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고 한다. 연습을 시작하기 전, 우선 돌아가면서 시편을 읽는다. 그런 다음 묵상을 하고 마침기도까지 한 후에야 드디어 연습을 시작한다고 하였다. 여기에 걸리는 시간만 대략 40여 분. 연습은 시작도 하기 전에 항상 이만큼의 시간이 걸린다며 웃으며 이야기 하는 그녀는 “하지만 그 누구도 절대 이 시간이 길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노래로 주님을 찬양하는 우리들에게는 오히려 소중한 시간인 걸요”라고 한다. 이렇게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하는 그들이기에 음악회는 이제 가장 큰 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노래’라는 공통된 관심사 안에 모인 그들. 여기에 청년회 총무인 안영진(비비안나) 씨는 “청년들의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꼭 얻어가는 무언가가 있어야만 합니다. 그래야만 그 활동들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죠.”라며 “우리도 처음에는 단순히 ‘노래’를 통하여 모였지만 이제는 그것이 신앙을 심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우리가 이만큼 올 수 있었던 힘이 된 것 같아요.”라고 한다.
2006년 ‘청년 복음화의 해’를 맞이하여 교구 내, 대리구 내의 다양한 행사들이 청년들을 위하여 마련되어 있지만, 그보다 우선 본당 내 청년들이 서로 뭉쳐야 하겠다. 그들만의 공통된 관심사를 찾아 신앙 안에서 그것을 중심으로 자생력을 키워나가는 모습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청년회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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