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로그인

시가 내게로 오다
빛이 머문 자리에서


이선영(레지나)|대명성당, 시인

 

천년 묘석 작은 창에

하늘 담긴 맑은 눈빛은

위로의 강 건너서도

별빛처럼 따사롭더이다.

 

한 생을 빛 따라

먼먼 길 위로

아스라이 걸으셨던

곤한 발걸음

 

긴 수단 솔향기로

땀에 젖어 얼룩진

색색의 십자가를 보듬어 안고

 

어두운 밤

님 앞에 펴 보이던

가난하고 착한

빈손의 아버지들

 

병들고 지친 어깨

감싸 안던 그 모습이

밝은 햇살이어라

 

빛이 머문 자리 앞에

지워지지 않는

님 향기를

다소곳 머리 숙인 작은 꽃들이

영원한 바다 살 위로

천상을 노래하고 있나이다.

 

- 성직자 묘지에서

 

* 약력 : 《한글문학》·《아동문학평론》 신인상 수상, 제25회 영남아동문학상·제42회 한정동아동문학상 수상, (사)색동회 대구·경북지회장역임, 제9대 대구여성문인협회 회장·9대 대구문인협회 부회장 역임, 「반짇고리」, 「은시」 문학동인, 국제펜클럽·가톨릭문인회원, 동시집 《꽃잎 속에 잠든 불빛》 등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