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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노래를 주님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ichard Strauss, 1864
-1949) 오페라 〈장미의 기사〉


박수원(프란치스코 하비에르)|교수, 오르가니스트

 젊은 청춘 남녀가 배우자를 만나 가정을 꾸리는 일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중요하게 생각되었다. 우리 조상들의 결혼 풍습에서는, 우선 적절한 신붓감이 물색되고 난 다음에, 신랑 될 사람이 언제 태어났는지를 한지에 적어 신부 측에 보냈었다. 출생연월일과 시간이 적혀 있다 해서 사성(四星)이라고도 하는 이 종이쪽지를 청혼서와 함께 안쪽은 파란색, 바깥쪽은 빨간색으로 된 보자기에 싸서 특별히 좋은 날을 골라 이미 가정을 꾸리고 후손을 본 모범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사돈 될 집안으로 들고 들어가게 했다. 우리와는 멀리 떨어진 서유럽의 오스트리아 귀족 사회에서도 이 같은 전통이 있었다고 한다. 역시 신랑 측에서 적당한 사람을 물색하여 은색 옷을 입히고, 은으로 만든 장미를 선물로 하여 신부 측에 전달함으로써 공식적인 혼인절차가 시작되도록 했는데 이렇게 은장미를 들고 가는 사람을 ‘장미의 기사’라 불렀다.

올해 탄생 150주년을 맞이하는 독일 출신의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결혼을 둘러싼 재미난 이야기를 소재로 삼아 멋진 오페라로 만들었다. 주인공은 오스트리아 총사령관의 부인, 어릴 적 아무것도 모를 때에 결혼해서 지금은 중년을 넘어가는 원숙한 여인, 열일곱 살 짜리 연하남과 남편 몰래 사귀는 입장이지만 그래도 진실 된 삶과 사랑에 대해 늘 생각한다. 자신의 연인이 마냥 자기 곁에 머물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슬슬 떠나보내려는 마음을 품고 있다. 철딱서니 없는 이 연하남은 그저 섭섭한 마음만 가득할 따름이다.

 그런데 때마침 대원수 부인의 사촌 결혼식이 임박하게 된다. 이 사촌은 결혼보다는 지참금에 더 관심이 있는 탐욕스런 인물인 대원수 부인으로 하여금 자신의 애인을 ‘장미의 기사’로 삼아 신부 측으로 보내도록 하는데, 바로 거기서 이 젊은 연하남은 곧 신부 될 사람을 보고는 한눈에 반해 버리게 된다. 이제 어떻게 해서든 본 결혼식을 깨어버리고 이 두 젊은이들이 진정한 사랑을 이룰 수 있도록 하려는, 거의 막장급 음모가 우스꽝스럽게 펼쳐지게 되고, 결국 이들은 사랑으로 맺어지게 된다.

대원수 부인은 담담한 표정으로 속내를 털어 놓는다. “산다는 것은 별것 아니야. 시간이란 것도 결국 창조주가 만드신 것! 우리는 이렇게 나이 먹어가지. 내 손에 쥔 것을 내어 놓지 않는 사람은 그 삶에 의해서 벌을 받는 것이 세상의 이치! 자비로우신 하느님도 이를 결코 용서하지 않으실 거야.”

돈, 재능, 자식, 심지어는 사랑조차 온전히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어디 있겠는가? 내가 가진 것을 내어주고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에 조금은 씁쓸해진다.

 

● “새로운 노래를 주님께”는 이번 호로 끝맺습니다. 그동안 좋은 글을 써 주신 박수원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