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로그인

시가 내게로 오다
폭설


김성찬(프란치스코)|시인, 반야월성당

 

하늘마을 빙설 보관 창고가 무너졌나

오리털보다 더 가벼운 수만의 은색 가루가

덩어리로 뭉쳐져 지상으로 마구 낙하한다

 

막힌 길들은 관절이 서로 얽혀 아우성 친다

할 말이 많아진 전화기들은

하늘마을 안부 수시로 주고 받으며

귀가를 서두른다

 

하염없이 내리던 눈발은

어둠 위에 자꾸 쌓였다

축 늘어져 신음하던

땅은 스스로 만든 세상 길들을

다 지워버렸다

 

지팡이 더듬거리며

길 찾아 헤매다가 깨어보니

창문 너머 세상이 눈부시다

무심코 방문 열자

첫 눈은 맞아야 멋이라며

살포시 웃던 스무살 적 그리움이

와락 쏟아져 들어온다

 

* 약력 : 1993년 <심상> 2회 추천 완료. 2012 시집 <파란 스웨터> 출간. 한국작가회의, 한국 시인협회, 대구가톨릭문인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