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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지에서 온 편지
가장 작은이들 가운데서
-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조 율리엣다|수녀,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대구관구

조환길 타대오 대주교님께

대주교님, 잘 계시는지요? 한참 소식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케냐에 모임을 다녀왔었습니다. 제가 물을 긷다가 갈비뼈에 금이 좀 가고 또 이런저런 병이 보인다고 CT를 찍으라고 하는데, 여기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는 그 기계조차 없더군요. 그래서 케냐에 모임을 간 김에 그곳에서 진료를 받았답니다. 갈비뼈에 금이 간 것 때문에 약간의 염증이 보였고 장티푸스를 몇 번 앓은 영향이 좀 있지만 다른 건강들은 괜찮다는 결과가 나와서 참말 다행이었습니다.

 

대주교님, 하느님께서 저를 많이 사랑하시나 봐요. 케냐에 가 보고 이곳 중앙아프리카가 얼마나 가난과 비참에 잠겨 있는 오지인지를 새롭게 인식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이곳에 저를 필요로 하는 이들이 있고 계속 하느님 사랑을 전하도록 건강을 허락하시는 것을 보면 정말 많이 사랑받는가 봅니다. 대주교님, 이런 오지에 우리 훌륭한 신부님들을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남 신부님, 배 신부님* 모두 열악한 상황에서 얼마나 열심히 사시는지 한국에선 상상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감사, 감사, 감사합니다.

저는 지금 피난민들과 이곳 지역 주민들을 위해 무료진료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 먹을 것도 없는데 주민들에게는 약이나 진료 자체가 무척 부담이 되는 것이지요. 이 작은 진료소에서 하루에 약 100여 명을 진료하고 예방접종을 해 주고 영양실조 영아들에게 우유를 나누어주고 나면 3시나 되어야 끝납니다. 오후 4시쯤 점심을 먹고 나면 그대로 콕 쓰러집니다. 그래도 끝기도 후 우리 대주교님과 신부님들을 위해 성체 앞에서 훌륭한 목자 되시기를 매일 기도하고 있습니다.

대주교님, 건강하시고 대주교님께 맡겨진 사제들을 많이 사랑하시길 기도합니다. 아기 예수님께 대주교님께서 모든 이에게 희망이 되게 해 주시길 빕니다. -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조 율리엣다 수녀 드림

 

* 남 신부님과 배 신부님은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 선교사로 파견된 대구대교구 소속 남종우 그레고리오 신부와 배재근 프란치스코하비에르 신부입니다. 이 나라에는 또 조 율리엣다 수녀를 비롯한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대구관구의 수녀들이 파견되어 봉사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인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은 작년에 내전이 발발하여 현재 100만이 넘는 난민들이 극심한 혼란과 빈곤을 겪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