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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사목이야기
새로운 열정의 시기!


박상용(요한)|신부, 대구대교구 노인사목담당

지난 1월호에서는 과거와 현재의 노인인구통계를 살펴봄으로써 초(超)고령화 사회의 모습이 어떨지를 대략적으로 살펴보았다. 의료 기술의 향상과 혜택의 확대, 그리고 충분한 영양공급 등의 여러 가지 이유와 출산율 저하의 이유로 2040년에는 생산가능인구(15-64세) 2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는 예상을 할 정도로 고령인구의 비율은 실제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마치 미래의 사회가 노인인구의 증가로 말미암아 아무런 전망을 갖지 못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들로만 가득 찬 모습으로 비춰지지 않았을까 내심 염려스럽다. 왜 이런 걱정을 하게 되는가?

 

노년기의 특징1)

사람은 일생에 걸쳐 신체구조의 변화와 내적으로 진행되는 신체기능의 변화를 거치게 된다. 하지만 ‘노화’라는 변화가 시작되는 시기는 대체적으로 중년기부터이다. 이 중년기에는 신체의 거의 모든 구조와 기능에 있어 변화가 시작된다.

 

생물학적 특징

생물학적 노화가 진행되면 신체조직을 구성하는 세포와 물질이 변화한다. 피부 표면에는 갈색 지방색소가 늘어나고 세포 노화가 일어나며 다른 기관과 기능에 있어서도 기능이 저하된다. 60세가량부터 체중이 줄기 시작하고 골밀도 저하와 연골조직 쇠퇴로 신장도 줄어들기 시작한다. 피부는 수분을 잃기 시작하고 점점 건조해지며 탄력성을 잃고 주름이 생긴다. 모발의 상태 및 색깔의 변화가 생기고 치아도 색이 탁해지고 상아질 생성이 감소하며 잇몸이 수축되고 골밀도가 감소한다. 이와 같이 몸의 전반적인 부분에서 퇴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사회적 특징

노화에 따른 외모 변화는 노인의 자기 존중감 및 자기 개념과 깊은 관련이 있다. 자기 자신을 어떻게 느끼는가 하는 것은 신체의 변화에 의해 큰 영향을 받는데, 노화에 따른 외모의 변화는 자신이 더 이상 젊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가장 큰 계기이다. 특히 젊게 보이고 젊게 사는 것을 선호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 내는 압력은 노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경험하는 신체적 변화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도록 한다.

 

하지만…

노년 사회학의 여러 가지 이론들 가운데 “사회구성주의” 시각에서는 개인의 노화과정은 사회적으로 결정되고 사회를 이루고 있는 구조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한다. 2)예를 들면 노인이 스스로 독립적인 주체로서보다는 사회적 약자로서 무조건 보호를 받아야 하고 의존적이며, 급속도로 발전하는 과학문명과는 무관하게 생활하며 큰 관심이 없다고 단정 짓는 것은 통념상으로 규정되어 버린 사회적 고정관념인 것이다.

다른 예를 들자면 예전에는 환갑잔치를 성대하게 지냈었다. 물론 아주 예전에는 평균수명이 그리 길지 않았기 때문에 장수(?)에 대해 축하를 받을 만한 의미를 지녔었다. 하지만 평균 수명이 길어지기 시작한 최근까지도 환갑잔치는 사회적 관례로 축하의 시간인 동시에 노인의 자리에 앉게 되면서 일선으로부터 은퇴의 시간으로 여겨지기도 했음을 볼 때 사회적으로 규정지어진 고정관념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앞에서 제기한 문제를 다시 생각해 보자.

인구 비율에 대한 현재 상황과 예측되는 미래 상황을 생각할 때 긍정적이라기보다는 다소 부정적인 문제라고 여기며 걱정거리로 받아들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마도 그 이유는 생산가능성이 없고 노인부양비가 증가한다고 규정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통계청의 2013년도 고령인구비율(자료갱신일 : 2014-03-05 / 수록기간 : 2003-2013, 출처 : 통계청 조사기획과 참조)을 볼 때 군 단위 고령인구의 비율은 시 단위 비율보다 현저하게 높은 것을 볼 수 있다. 즉 도시가 아닌 농촌이나 어촌 등에서 생산에 종사하는 이들의 많은 수는 노인들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사회구성인구비율에서는 65세 이상이 생산가능인구에서 제외되어 있지만 실제적으로는 생산에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더 나아가 경제적인 차원의 생산 분야뿐만 아니라 맞벌이 부부들을 대신하는 육아, 집안의 어른으로서 가족들의 화합을 위한 노력 등 여러 분야에서 사실상의 생산 활동은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노인사목은 무엇을 해야 할까?

사회적인 통계상으로 세대 간의 구분이 이루어지면서 노인세대가 경제적 논리에 의해서 다소 소외된 듯이 보이지만 실제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또한 노인인구의 증가는 사회 문제를 유발하는 원인이 아니라 사회 구조의 변화이다. 전후(戰後) 베이비 붐 시대에는 영유아 인구가 현저히 많은 구조를 이루었던 것처럼 지금은 노인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현상이다. 따라서 합리적인 사목, 곧 복음화를 위해서는 교회가 사회의 흐름을 읽고 그 흐름에 합당한 중·장기적인 사목적 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즉 전체적인 사회의 여러 큰 흐름 가운데 하나인 ‘고령화’를 이해하고 교회적 안팎으로 사목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 당면한 과제라고 할 것이다.

그리하여 올해는 노인에 관한 세미나를 계획하고 있다. 노인에 관한 전문가들을 초청하여 듣고, 걱정이 아니라 함께 고민하며 발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에서이다. 물론 특정 분야의 사람들이 아니라 노인 복음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모든 이들을 대상으로 노인에 대해, 고령화 사회에 대해 이해하고 함께 고민할 모든 이들을 초대하여 실시할 계획이다. 말하자면 사회 구조 안에서 커다란 자리를 차지하는 노인들이 단순히 몸과 마음의 불편함 없이 편안하게 노년을 지내는 것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사회 구성원으로서 또 교회 구성원으로서 품위에 맞는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고자 함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본 주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함으로써 복음화되고 건강한 사회를 향한 바람의 기초가 형성되기를 바란다.

 

새로운 희망!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노인들 안에 잠재되어 있는 그들의 삶에 대한 열정을 먼저 인식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노인들은 삶의 경험에서 나오는 자유로움 가운데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삶에 대한 열정을 가진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사실 노인들을 잘 섬긴다는 것은 하루 종일 아무 일없이 시간만 흘려 보내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동등한 위치에서 영적·사회적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다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1) 노년사회학, 김수영 외 공저, 학지사(2010년), p.74-76 발췌.

2) 노년사회학, 김수영 외 공저, 학지사(2010년), p.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