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 노인사목 담당을 맡고 나서 제일 먼저 감당해야 했던 일은 봉사자 피정이었다. 연화리 피정의 집에서 있었는데 약 200명 가량의 봉사자들이 참석했다. 사실 그 때는 교구로부터 노인사목담당이라고 발령을 받기는 했었지만 피정의 집 강당을 꽉 채운 봉사자들을 보자 분위기라든지 사람들이 낯설어 어정쩡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가장 좋은 약인지라 차츰 사람도, 일도 익숙해지고 나니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오게 되었다.

시니어 평생대학
처음에는 ‘노인대학’이라는 이름을 사용했었다. 막 시작한 터라 노인들에게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한 결과 우선은 무료하게 계신 분들을 재미있게 해 드리자는 것이었다. 마치 노인 복지관에서 하는 그런 프로그램을 그래도 옮겨 놓은 듯했다. 그러다가 차츰 신앙적인 요소 곧 성경을 중심으로 한 프로그램과 교재가 마련되어 이름에 성경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서 ‘노인성경대학’이라고 바뀌게 되었다. 이것은 놀이 보다는 신앙이 중심에 놓이게 되는 한 차원 발전된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고 나서 얼마지나지 않아 노인들을 그냥 노인이라고 부르기 보다는 공경의 차원에서 ‘어르신성경대학’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이 학교의 특징은 입학생은 있지만 졸업생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본당마다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 어떤 곳에서는 교재를 반복하는 경우가 있고 또 다른 본당에서는 일부러 성경 공부 진도를 늦춰서 진행하는 곳도 있다. 또 어떤 곳에서는 아쉽지만 당분간 쉰다는 본당도 있었다. 이런 모습으로 변화되어감에 따라 졸업이 없는 학교라는 의미의 ‘시니어 평생대학’이라는 이름이 등장하게 되었다. 물론 수업 내용도 평생대학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다양해져서 마치 종합대학(?)의 성격을 가지게 되었다. 현재 파악한 바로는 51개 본당에서 운영되고 있는데 본당마다 노인사목에 대한 필요성이 부각됨에 따라 차츰 늘어나는 추세이다.

봉사자들
각 단위 시니어 평생대학은 전적으로 본당 교우들 가운데 뜻을 가진 봉사자들의 수고로 운영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원하는 봉사자의 숫자가 운영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예를 들면 시골 본당에서는 도시 본당보다 노인 인구 비율은 더 높지만 봉사자 수급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운영에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 때로는 아예 엄두도 못 내는 곳도 있다. 하지만 지금 활동하고 있는 봉사자들을 본다면 그 열성은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만큼 참으로 대단하다.
본당마다 토로하는 어려움은 프로그램의 고갈이다. 한두 해도 아니고 몇 년, 몇 십 년을 해 오다 보니 프로그램이 마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교구 시니어 평생대학 연합회에서는 지난 여름부터 방학 시기를 이용해 프로그램 연수를 실시하고 있다. 어떤 특별한 강사를 초청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본당에서 사용하는 있는 프로그램 가운데 내용도 괜찮고 활용하기 쉬운 것을 함께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실제로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배우기도 쉽고 본당에 가서 적용하기도 용이하다는 장점을 살린 것이다. 또한 여러 본당에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접해 볼 수 있다.
프로그램 연수를 언급하는 것은 봉사자들의 열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설명하기 위해서인데,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연수는 일주일에 한 번(월요일) 4주 동안 실시된다.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2-3시까지이다. 사실 짧은 시간이 아니다. 그렇지만 170명 가까운 봉사자들이 꾸준히 참석하고 있다. 본당 신부님에 따라 지원이 많은 곳도, 적은 곳도 있지만 대구 시내뿐 아니라 시외에서도 연수에 참석하고 있다면 봉사자들의 열성이 어느 정도인지 가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교구 지원
시니어 평생대학은 각 단위 대학 곧 본당에서 자치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본당의 사목적·재정적 상황에 따라서, 봉사자의 특성에 따라서 각기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다. 또 그렇게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교구에서는 직접적으로 모든 노인들에게 무언가를 해 주기보다는 봉사자들에게 좋은 내용의 연수와 자료를 제공하고자 한다. 직접적으로 활동하는 것은 봉사자들이기 때문에 교구 노인사목에서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큰 열성이 식지 않고 더 잘 봉사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한 모든 방법으로 지원을 하고자 한다. 그래서 실시하는 것이 프로그램 연수이고 봉사자들을 위한 성경 교육이다. 그리고 봉사자 개인을 위한 지원은 피정이다. 사실 봉사자 스스로가 지치거나 의미를 찾지 못한다면 그 봉사는 그다지 의미를 갖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봉사자 개인을 위한 신앙적인 지원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모든 봉사자들이 가정에서 때로는 직장에서 역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길게 시간을 낼 수 없고 또 많은 인원이라 편안하게 할 수는 없지만 최대한의 노력과 지원으로 봉사자 한 분 한 분에게 도움이 되도록 하고 싶다. 또한 앞으로도 본당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료집 등을 준비해서 보다 더 풍성하고 체계적인 시니어 평생대학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바람
노인사목담당 신부로서 바람이 있다면 본당 시니어 평생대학이 노인들을 재미있게 해 드리면서 단순히 여가를 선용하시도록 하는 단체가 아니라 복음화를 위한 도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구 노인사목담당에 부임해서 첫 번째로 단위대학장님들 회의에서 드린 말씀은 그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가며 왜 이런 수고를 하는가에 대해서였다. 그 이유는 바로 복음화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교회 내 모든 활동이 복음화라는 목표를 향해서 이루어져 가듯이 시니어 평생대학 역시 복음화라는 한 가지 목표를 향해 모든 노력들이 기울여져야 하고 그 목표에 비춰 실시되고 있는 시니어 평생대학이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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